[더파워 이경호 기자] 최근 7년간 물류센터에서 여름철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산업재해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 힘 이주환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 여름(6~8월)까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는 총 192건이며 사망자는 29명이었다. 온열질환은 열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열사병과 열타진 등이 있다.
산업별로 건설업 92건, 제조업 26건, 공공 분야 21건, 시설관리·사업지원 서비스업 19건으로 조사됐다. 전체 온열질환 산재에서 건설업과 제조업, 공공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73%였다.
건설업 사망자가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온열질환 산재는 매년 통상 20~50건씩 발생해왔고, 올해는 아직 10건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은 열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열사병과 열타진을 주로 말한다.
반면 민주노총을 포함한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장한 물류센터 산업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산재는 올 여름을 포함해 지난 7년간 '0건'이다.
업계에선 물류센터 산업에서 온열질환 산재가 올 여름을 포함해 지난 7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지난 여름 냉방기기 설치 등 폭염대책을 요구한 노동단체 주장이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월 민주노총은 “쿠팡 물류센터 내 온도가 연일 30도를 웃도는 상황에서 온열질환으로 3명이 쓰러졌다”는 주장을 폈다. 노조는 냉방시설 설치촉구 차원에서 에어컨 모형을 물류센터에 배달하는 도보 행진을 벌이기도 했고,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정부 부처와 정치권 관계자들이 물류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온열질환이 산업재해로 이어진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은 무더위에 직접 노출된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 위험이 희박하다는 것을 뜻하며 노조측의 주장이 실제 사고로 직결된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야외 현장이 많은 건설과 제조업의 폭염대책 예방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물류센터는 입고·출고·포장 등 실내 근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은 야외 공사현장 위주로 근로자들이 뜨거운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된다는 점에서 온열질환 산업재해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축구장 여러 개 크기에 외부와 연결된 개방형 구조를 띤 대형 물류센터는 더위 예방을 위해 천장형 실링팬이나 에어 서큘레이터, 선풍기를 실내에서 수천대씩 운영중이며 쿠팡의 경우 층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도 근로자들에게 제공한다.
반면에 야외 건설현장 근로자는 냉방기기 사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작업이 각종 온열질환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름철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87건을 분석한 결과 10대 작업이라 불리는 거푸집 조립과 해체, 조경, 자재정리와 운반, 철근조립,도로포장 같은 작업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66.7%였다. 노동부는 지난 7월에만 건설현장에서 열사병으로 의심되는 사망사고만 5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근로자 수가 적은 사업장일수록 온열질환 산업재해가 많았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온열질환 산재는 지난 7년간 상시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 81건(44.5%), 10~100인 사업장 74건(40.7%) 등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됐다. 근로환경이 작고 대규모 냉방기기 구축이 미비한 사업장일수록 온열질환 사고가 많다는 분석이다.
반면 주요 물류센터는 실내 근무인원이 수백여명 이상인 대형 사업장인 경우가 많은데다 업무나 휴식 가운데 냉방기기 사용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건설, 제조, 공공분야의 온열질환 관리 강화가 필요하며 자체 관리 역량이 적은 소규모 사업장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