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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뿌리, 코믹스 만화 세계 ②...코믹스 탄생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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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뿌리, 코믹스 만화 세계 ②...코믹스 탄생과 위기

김세인 기자

기사입력 : 2017-05-18 13:02

만화가 학생들의 가장 신나는 오락거리였던 시대가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만화방에 몰려가 라면을 먹으며 만화 보는 것에 열중하는 시대. 바로 그 중심에는 코믹스 만화가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만화'는 어떨까?

2017년 만화 시장은 웹툰이 잠식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빼곡히 벽면을 가득 채운 만화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라면 냄새가 어우러진 만화방은 추억의 장소가 됐다. 예전 모습을 간직한 몇 안되는 만화방에서도 한국 작가의 신간은 찾기 힘들어졌다. 이대로라면 코믹스 만화는 서점 만화와 온라인 만화에 주류 시장의 패권을 넘기고 만화사 저편으로 물러나야 할 상황이다. 과연 코믹스 만화가 웹툰이 지배하고 있는 현 만화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일궈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믹스 만화의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 탄생시점부터 역사와 현재를 살펴본다.

웹툰의 뿌리, 코믹스 만화 세계 ②...코믹스 탄생과 위기
■ 코믹스 만화의 출현과 새로운 만화가 등용 시스템

코믹스 만화는 1988년 주간 만화 잡지 '아이큐점프'와 1991년 창간된 '소년챔프'에서부터 시작됐다. 사륙판(127×188mm(4.2×6.2치) 크기의 책자 판형) 크기의 만화책 출판 전통은 일본 만화를 불법으로 출판한 '콩콩코믹스', '다이나믹코믹스' 시리즈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불법으로 출판된 일본 만화잡지 '콩콩코믹스'와 '다이나믹코믹스'의 성공은 일본식 만화 잡지 시스템이 국내 도입되는 계기가 된다. 일본식 만화 잡지 출판업계는 만화작가의 담당기자를 두고, 주간 연재, 저가 잡지, 공모전을 통해 작가를 발굴한다. 그 밖에 만화 캐릭터 인기투표, 연재 후 단행본 만화책 발행, 잡지를 통한 만화책 판촉 등이 대표적인 일본식 제작 시스템이다.

새로운 작화 스타일을 선보인 김준범의 '기계전사 109'
새로운 작화 스타일을 선보인 김준범의 '기계전사 109'
'콩콩코믹스'와 '다이나믹코믹스'의 편집 방향과 출판 전략은 대본 만화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서 매우 신선한 발상이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 허영만은 이 시기를 전후로 대본 만화 시절 분업생산 시스템을 중단했다. 허영만 작가를 따라 다수 분업작가들도 두 잡지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작가진영이 구축된다. 새로운 제작 시스템에 발을 들여놓은 작가들은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작가가 김준범이다.

1989년 '아이큐점프'에서 연재된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 작가는 새로운 작화 스타일을 선보인다. 김준범 작가의 <기계전사 109>는 80년대 중후반 과학기술의 진보와 정보화시대로의 진입에 대한 기대감과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그린 작품이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 병폐와 부조리, 계급 간 갈등을 담은 한국형 사이버펑크물이다. <기계전사109>는 영화 <블레이드 런너>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애플시드> 등과 비견된다.

소년챔프 공모전을 통해 인기를 끈 이명진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소년챔프 공모전을 통해 인기를 끈 이명진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코믹스 만화잡지 시기에 접어들면서 공모전 당선작이 히트작이 되는 사례도 나오게 된다.

이명진 작가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은 공모전 당선작이 곧 최고의 히트작이 된 첫 사례이다. 이 작품은 '소년챔프' 공모전 당선작이다.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은 북예 고등학교로 전학 온 싸움꾼 하숙생 남궁건과 하숙집 소년딸 민승아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그렸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일본 만화색이 짙다.

이명진 작가는 일본 만화의 요소들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당시 국내 청소년 만화는 학생의 성적(性的) 고민이나 해소장치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명진 작가는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에 성인 만화에서만 등장하던 꽉끼는 블라우스와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자 주인공을 그린다. 이러한 연출과 캐릭터는 일본 만화에 익숙한 당시 남학생들을 열광시켰다. 물론 작품에서 주체적 관점이나 철학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 만화는 청소년의 연애 감정을 담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코믹스 만화잡지 시기에 등장한 작가들은 기존 만화계가 구축한 전통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들은 만화동인회를 구성했다. 만화동인회는 동인지(취미, 경향 따위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기획·집필·편집·발행하는 잡지 혹은 도서출판물)를 생산하는 등 새로운 또래문화를 만들어냈다. <팔용신전설>의 박성우는 동인계에서 코믹스로 진입한 대표적인 작가이다.

■ 잡지연재 시스템의 변화와 코믹스 만화의 쇠퇴

코믹스 만화 시기의 신진 작가들은 문하생, 공모전, 만화동인지를 통해 배출됐다.

그러나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되면서 만화 시장은 위축됐다. 성인 대상 만화 잡지는 모두 폐간됐다. 외환위기사태는 더욱 만화 시장을 급감시켰다. 실직자들과 조기 퇴직자들 사이에서 소자본 창업 열풍이 불자 책 대여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만화책 판매량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최병열의 '삐따기'
최병열의 '삐따기'

코믹스 만화의 출판은 책대여점 보급용으로 빠르게 전환된다. 예로 최병열의<삐따기>는 작품의 성과와 무관하게 코믹스 출판사의 시장 대응 전략 차원에서 출간된 만화다. 잡지연재를 거치고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코믹스 만화 출판사의 전략은 사라진다. 코믹스 만화 시장에 주도권을 뺏긴 대본 만화는 코믹스판형의 대본 만화로 재등장한다.

패러디 신드롬을 일으킨 김성모의 '럭키짱'
패러디 신드롬을 일으킨 김성모의 '럭키짱'
대본 만화출판사는 코믹스에서 출발했던 김성모를 영입해 <럭키짱>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코믹스판형 대본계 만화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87권에 이르는 대작으로 발표된 이 작품은 인터넷에서 패러디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럭키짱> 1권이 발행된 1997년부터 87권이 완관된 2000년까지 코믹스 만화는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다. 이후 IMF 등의 악재는 사라졌지만 초고속통신망 구축과 인터넷 PC의 보급,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로 만화책의 인기는 크게 시들어진다. 코믹스 만화 업계는 시장 재건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호의적으로 바뀌던 시기였지만, 코믹스 만화 시장 부활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 코믹스 만화의 욕망

코믹스 만화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는 폭력성과 선정성이다. 코믹스 만화에 나타나는 폭력성은 이상, 모험, 라이벌, 희생자, 복수, 성공과 몰락 등과 연결된다. 또한 선정성은 비밀, 유혹, 변신, 금지된 사랑, 희생, 깨달음 등이다. 코믹스 만화의 상당부분이 폭력성과 선정성 코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조를 가진다.

■ 코믹스 만화의 육체적· 정신적 추구

코믹스 만화의 주 독자층은 소년들이었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주제는 개그, 모험, 학원, 청소년기 감성 등에 맞춰졌다. 그러나 일본의 판타지 어드벤처 만화 <드래곤볼>, 학원열혈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면서 코믹스 만화가 다루는 주제와 표현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이와 함께 불법출판된 일본의 <비바블루스(원제: 로쿠데나시블루스)>등의 학원폭력 만화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코믹스 만화의 작품 설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박산하의 '진짜사나이'
박산하의 '진짜사나이'
이후 '코믹스'라고 하면 학원폭력 만화를 떠올릴 정도로 학원폭력 만화는 코믹스 만화의 대표 장르가 된다. 폭력성이 등장인물 간의 갈등을 가장 쉽고 빠르게 고조시키는 장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1992년에 발표된 박산하의 <진짜사나이>가 있다. <진짜사나이>가 보여준 폭력성은 동일 성향의 수많은 작품군을 이끌어냈다.

학원 폭력, 여학생의 선정적 옷차림 등 폭력성과 선정성 코드는 코믹스 만화의 인기 비결이자 비판 요소가 됐다.

다음 기사에서는 코믹스 만화의 한계점과 코믹스 만화계의 모색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3편 계속)

◎ 참고자료
- 『코믹스 만화의 세계』.저자 박석환
- 『세계 만화 미학론』. 저자 권경민
- 『만화학 개론』. 저자 권경민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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