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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인스타그램 끌어오는 '좋은 장면'..."시각코드로 시각언어를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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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인스타그램 끌어오는 '좋은 장면'..."시각코드로 시각언어를 깨워라"

심지훈 기자

기사입력 : 2017-06-09 01:15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나 사실을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에 옮겨놓을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는 일반인들의 동영상이 하루에도 끊임없이 올라온다. SNS 피드에 흘러가는 수많은 영상 중에서도 유난히 눈을 뗄 수 없는 이미지가 있다. 여기에 한번 마음을 뺏기면 나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영상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든 사람은 전문가도 아니다. 매력적인 영상에는 그 '무엇'이 있다. 그들은 매혹적인 언어이고 본능적인 눈동자 근육을 가졌다.

(이미지=영화 '레옹')
(이미지=영화 '레옹')


영화, 사진, 회화, 광고 등의 시각예술은 도대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흡인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시각디자인과 영상정보학을 전공한 신승윤은 저서 '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에서 이를 '시각코드'라고 한다. 그는 시각코드 선, 모양, 공간, 관계, 명암과 색상, 리듬과 시선이라는 여섯 가지 항목으로 분류한다. 영화속에서 시각코드가 어떻게 메시지를 강화하고 수용자에게 전달하는지 그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신승윤 씨는 "영화 감독, 화가, 디자이너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지 않아도 같은 '시각코드'가 나타난다"며 "영역이 달라도 창작자들은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각각의 시각예술은 고유의 특색 있는 산봉우리이면서 그 아래로 연결되어 하나의 땅을 공유하는 세계와 같다"고 풀어낸다.

다른 장르 예술이라도 영상은 카메라가 눈이 된다. 카메라의 시선은 의인화된 관객의 시선이다. 그래서 어떠한 의미를 담아낸다. 카메라가 담아낸 시각코드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작품에 담겨있는 감독의 의도는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눈을 뗄 수 없는 영상과 이미지는 '시각 코드'가 명확하다. 시각코드를 자유자재로 다룰수 있다면 그는 이미 예술가다. 시각디자이너 신승윤이 선택한 명작 영화를 따라 그 안에 흐르는 시각코드를 본다.

시각코드는 마음이 하는 말을 해석하는 힌트다
시각코드는 결국 마음을 이야기한다.
시각코드는 마음을 전하는 힘을 가진 감성언어다.
의미 없다고 느끼던 이미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열쇠는 바라보는 이의 시선이다.

- 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 p.4-7 Prologue -

(이미지=영화 '미션')
(이미지=영화 '미션')


■ 상승하는 수직선의 의미, 영화 ‘미션’

롤랑 조페감독의 작품 '미션'은 1750년 '과라니 전쟁'을 배경으로 성직자 신부들이 남미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생사를 함께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거대한 이과수폭포를 맨손으로 거슬러 오르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맨손과 맨발로 한손, 한발 옮기며 물을 거슬러 올라가 기어이 폭포 위에 선 이 남자는 영화의 주인공이다. 거스른다는 것은 자연의 힘에 역행하는 일이다. 흘러내리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과 같이 화면에서 상승하는 수직선은 우리에게 극복 의지를 메시지로 전달한다. 아래로 향하는 폭포의 힘과 거스르려는 남자의 힘은 확연히 비교되지만 주인공은 폭포의 힘에 압도 당하지 않는다. 기어코 절벽을 올라 목표를 성취하고 만다. 역행하는 방향은 시선을 주목시키는 힘다. 죽을힘을 다해 위로 올라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들은 저 사람이 추구하는 목표가 아주 높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이 올라가는 그 힘겨운 사투를 지켜보는 관객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들이 이룬 성취를 자신의 일처럼 응원하게 된다.

지난 2001년 9월, 뉴욕에서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다. 두 대의 비행기가 뉴욕의 상징적인 초고층 빌딩을 들이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빌딩이 완전히 붕괴되는 장면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에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이 테러로 약 3천500여 명이 생명을 잃었다. 뉴욕에서는 이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다. 미국인들은 매년 911테러로 붕괴된 빌딩 앞에서 ‘빛의 헌사’라고 불리는 두 줄기의 푸른빛을 하늘에 쏘아 올린다. 이 불빛은 테러 희생자의 영혼을 기리는 추모의식이다. 빌딩과 함께 무너진 사람들의 희망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를 태운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불빛을 보며 무너진 빌딩과 마음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퍼포먼스다.

(이미지=911 '빛의 헌사')
(이미지=911 '빛의 헌사')


최근 클라이머 국가대표 김자인 선수가 맨손으로 롯데타워를 등반한 도전에도 시각코드가 담겨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맨손으로 올라온 도전과 성공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승하는 수직선에는 목표를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의지가 시각코드로 담겨 있다.

(이미지=영화 '레옹')
(이미지=영화 '레옹')

(이미지=영화 '레옹')
(이미지=영화 '레옹')


■ 원근법과 소실점으로 연출한 감정, 영화 ‘레옹’


레옹은 외로운 킬러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인물이다. 마틸다의 등장은 그의 삶을 뒤틀어 놓는다.

영화에서 마틸다와 레옹이 가까워지는 장면은 레옹이 복도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처리된다. 레옹이 보는 시각은 투시원근법이다. 깊이와 거리가 있는 현실의 3차원적 입체 공간을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는 연출법을 사용했다. 감독은 마틸다가 서있는 '긴 복도'를 어린아이의 두려운 마음을 표현하는 최적의 장소로 활용했다. 레옹의 시점으로 관객들 역시 마틸타가 서 있는 복도를 본다. 투시원근법은 레옹의 마음과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치로 사용됐다.

또한 레옹의 시점은 소실점으로 연출했는데, 원근법과 소실점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소실점은 주인공의 눈높이이며 관람자의 시점이 된다. 감독은 원근법 시점을 통해 레옹의 내적 갈등을 과장했다. 긴 복도의 모서리를 연결하면 선이 되고, 그 선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소실점이 바로 레옹의 시점이다. 복도를 잇는 투시원근법의 소실점에는 마틸다의 일그러진 얼굴이 있고 마틸다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남자의 시선까지 더해져 사방의 선들이 소실점에서 만나도록 도와준다. 소실점에 위치한 인물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동안 보는 사람의 마음은 조여든다. 그래서 투시원근법은 주로 긴장감이 극에 달할 때 등장한다.

(이미지= Feed SA 광고)
(이미지= Feed SA 광고)


소실점이 영화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시각코드는 아니다.
Feed SA(남아프리카 빈민지원 NPO)에서 만든 게릴라식 아동구호광고 캠페인은 쇼핑 카트 바닥에 손을 내민 아이의 사진을 깔았다. 쇼핑 카트를 끄는 사람이 아래를 내려다 볼 때 아이와 눈이 마주치는 시점으로 사진을 절묘하게 찍어놨다. 쇼핑 카트 안쪽의 네 모서리가 만드는 선이 아이의 얼굴까지 연결돼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어려운 효과를 준다. 이 캠페인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멀리 있지 않다는 강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사례다. 소실점은 마음을 끌어모을 수 있는 효과를 낸다. 사방에서 끌어 모은 선이 만나는 소실점은 회피하는 시선을 잡아 선택을 강요한다.

인간의 감정은 말과 표정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서나 광고에서처럼 공간과 시선 등의 시각코드를 활용할 수 있다. 얼마든지 다양하고 풍부한 시선의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다.

■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 영화 ‘아메리칸 뷰티’


사람들은 거리 단위로 친밀한 정도를 표현한다. 보통 친한 관계를 ‘사이가 가깝다’고 하고, 소원해지면 ‘사이가 멀어졌다’고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지내는 사람은 가까운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관계를 거리 단위로 제시했다. 포유류와 조류에게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본성이 있다. 방어 본능이 인간 관계의 일정한 거리를 만든다는 것. 에드워드 홀은 인간관계의 거리를 친밀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공공적 거리의 네 단계로 분류했다. 이때 주목한 부분은 상대방을 대할 때 ‘느낌’이었다.

(이미지=영화 '아메리칸 뷰티')
(이미지=영화 '아메리칸 뷰티')


영화 '아메리칸 뷰티'는 인간관계의 거리개념을 이용해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했다. 주인공의 딸 '제인'이 치어리딩 공연을 하는 날, 관중석에 앉아있던 주인공은 무대에 등장한 금발의 소녀를 본다. 그는 한눈에 '금발의 소녀'에게 반하다. 감정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딸의 친구인 것을 알기에 몸은 사회적 관념 안에 멈춰있지만, 마음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의 감정을 연출하기 위해 카메라는 배우의 얼굴을 점점 크게 확대한다. 관객을 주인공 앞으로 끌어당기는 줌기법을 사용했다. 공공적 거리에 있던 주인공이 갑자기 개인적 거리로 가까이 들어와 부담스러워질 무렵, 카메라는 갑자기 뒤로 물러난다. 주인공은 공공적 거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주변 관중석에는 아무도 없다. 주인공은 관중석에 혼자 앉아있다. 주인공만의 느끼고 있는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을 비웠다. 관객은 점점 배우에게 몰입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던 카메라가 이번에는 갑자기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관객을 주인공의 코앞까지 데리고 간다. 눈앞으로 다가온 주인공의 얼굴에서 흔들리는 눈동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감독은 사회적 거리와 개인적 교감이 일어나는 개인적 거리를 오가며 주인공 앞으로 관객을 넣었다 뺀다. 거리를 좁힘으로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의도한 연출이다.

벨기에의 광고회사가(Happiness-Brussels) 제작한 안전운전 캠페인 공익광고도 '아메리칸 뷰티'와 같은 효과를 노린다. '아메리칸 뷰티' 장면처럼 모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앵글을 사용했다.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마치 죽은 사람의 얼굴이 연상된다. 어두운 차 안에서 핸드폰 액정 불빛을 내려다보는 모델의 모습이 마치 관에 누운 장면을 연상시킨다. 운전 중에는 정면을 응시해야 할 운전자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려고 얼굴을 아래로 내린 모습은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과 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모습으로 절묘하게 연결했다. 클로즈업한 모델은 광고 안의 사람과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의 거리는 매우 가깝게 느끼게 한다. 가까운 거리는 친밀한 사이에서 허락되는 특별한 영역이다. 클로즈업을 통해 전달하는 경고 메시지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지= Happiness-Brussels 공익광고)
(이미지= Happiness-Brussels 공익광고)


■ 감성의 언어, 시각코드

인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로 전하려는 본능이 있다. 영상과 이미지도 그 표현의 방법 중 하나다. 백마디 말보다 한장의 이미지가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때도 있다. 이런 효과적인 이미지 언어 속에는 반드시 '시각코드'가 있다. 시각코드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언어이자, 이미지로 마음을 이해하는 언어이다.

'시각코드'는 즉각적이고 본능적이다. 어떤 사람은 시각코드 감각이 탁월하게 발달했다. 직감적으로 이미지 속 시각코드를 만들어 해석한다. 그러나 시각코드는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힘을 가진 감성언어이다. 이미지를 관찰하는 시선만 익힌다면 시각코드를 즐기는 본능을 얼마든지 되살릴 수 있다.

시각코드는 이미지가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는지, 미처 감지하지 못한 무의식의 영역에서 시작된다. 이를 일상에 적용해보면 내 시선이 닿는 곳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삶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우리들은 하루동안 말하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시각 언어에 노출된다. 의식적으로 1%만 기억할 뿐 99% 수많은 시각언어를 잊고 산다. 시각코드로 시각언어의 본능을 깨우자.

◎ 참고자료
- 『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 신승윤

심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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