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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일자리 지키려면…“고용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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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일자리 지키려면…“고용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4-07 09:02

권혁 고려대 교수 연구용역…독일·일본·싱가포르 사례 분석해 직업훈련·지원금 개편 제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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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한승호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고용정책의 중심축도 실업 이후 지원에서 재직 중 역량 유지로 옮겨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6일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AI 시대 고용안정을 위한 해외사례 및 정책과제' 연구용역을 통해 기존의 '고용 보호'를 넘어 '고용능력 유지'로 정책 패러다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7일 밝혔다.

한경협은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AI 시대 고용안정 시리즈'를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의 AI 대전환으로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세미나와 근로자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고용안정 방안을 추가로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연구용역은 먼저 독일 사례에 주목했다. 독일은 기존의 사후적 실업 대응에서 사전적 실업 예방으로 방향을 틀고, 직업훈련 지원 대상을 실업자뿐 아니라 재직자까지 넓혔다. 2019년부터 시행한 '역량강화기회보장법'에 따라 AI 등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는 재직자가 외부 인증 교육과정에 참여하면 기업 규모에 따라 교육비의 30~100%, 임금보조수당의 30~80%를 지원한다. 여기에 교육 기간 중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 평균 임금의 60%, 유자녀 근로자에게는 67%를 국가가 임금 대체 수당으로 지급하는 구조도 운영 중이다.

일본은 리스킬링과 인력 재배치를 두 축으로 삼고 있다. 기업 주도 직업훈련 비중을 줄이고 개인 주도 교육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전문실천교육훈련 수료 시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1년 내 자격 취득과 취업에 성공하면 20%를 추가 지급하는 성과 연동형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또 45세 미만 이직 준비자에게는 실업급여가 끝난 뒤에도 훈련 종료 시까지 구직급여일액의 80%를 직업교육훈련지원금으로 지급해 소득 단절을 최소화하고 있다.

기존 산업 인력을 신성장 분야로 옮기는 재배치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다른 기업에 파견해 AI와 디지털 기술을 익히게 하는 '재적형 출향'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는 파견 계약 성립부터 복귀 이후까지 단계별로 초기 비용과 임금 일부를 지원해 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전국민 재교육과 직무 재설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으로 AI 도입 충격을 줄이고 있다. 국가 주도 재교육 프로그램인 '스킬스퓨처'를 통해 25세 이상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게 학습 크레딧을 제공하고, 특히 40세 이상 자국민에게는 AI 역량 강화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4000싱가포르달러, 약 450만원 규모의 크레딧을 추가 지급한다. 아울러 기업이 대규모 해고 대신 AI 환경에 맞춰 업무를 다시 설계하고 인력을 내부 재배치할 수 있도록 4억싱가포르달러, 약 4600억원 규모의 기업 인력 전환 패키지를 내놨고, 여기에 2억싱가포르달러, 약 2300억원 규모의 훈련 지원 기금도 추가 투입했다.

연구용역은 이런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정책과제로 직업능력 강화와 재정·지원금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우선 기술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융합형 직업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노사정이 함께 설계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또 독일의 개인학습계좌와 유사한 방식으로 국민내일배움카드와 평생학습계좌제 등 부처별로 나뉜 제도를 연계해 전 생애 주기에 걸친 통합 학습계좌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용지원 체계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고용위기지역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제도가 지역과 업종 중심으로 이원화돼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유연한 지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의 연계를 강화해 고용 유지가 근로자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스웨덴 사례처럼 산업 대전환에 대응할 고용안정기금 조성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AI 기반의 산업 대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의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며 “민관 협력을 통한 맞춤형 직업교육 강화와 실효성 있는 재정지원 인프라 재구축으로 산업 전환의 충격을 흡수하고 고용안전망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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