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2026.05.13 (수)

더파워

美외교안보, 글로벌 패권에서 서반구 세력권으로

메뉴

이슈포커스

美외교안보, 글로벌 패권에서 서반구 세력권으로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5-07 09:30

美외교안보, 글로벌 패권에서 서반구 세력권으로
[더파워 이경호 기자] 미국의 대외 전략이 다시 ‘가까운 곳’으로 향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미국 외교의 중심축이 유럽, 중동, 인도·태평양 등 전 세계 질서 관리에 놓여 있었다면, 최근에는 북미와 중남미, 카리브해, 북극권을 포괄하는 서반구가 안보와 경제의 핵심 배후지로 재부상하고 있다. 미국 본토와 맞닿은 지역을 먼저 장악하고, 그 안에서 경쟁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흐름이다.

이 변화의 핵심은 서반구를 단순한 지리 개념이 아니라 미국의 본토 방어, 자원 안보, 공급망 재편, 불법 이민·마약 차단을 묶는 전략 공간으로 다시 정의하는 데 있다. 서반구는 미국 본토와 인접한 북미, 중남미, 카리브해를 포함한다. 에너지와 핵심광물, 물류 거점이 집중된 지역이자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과 마약 유입 경로와도 맞물린다. 미국 입장에서는 외교·안보·산업정책이 동시에 교차하는 핵심 지대인 셈이다.

이 전략은 19세기 먼로 독트린의 현대적 변용으로 해석된다. 당시 먼로 독트린이 유럽 열강의 미 대륙 개입을 차단하는 원칙이었다면, 현재의 서반구 전략은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고 미국 중심의 배타적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성격을 띤다. 미국은 군사력과 정책 역량을 자국 핵심 이익과 직결된 지역에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개입의 범위와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전략적 가치가 커진 지역은 북극권이다. 북극권은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를 포함하며 자원과 항로, 군사적 위치가 동시에 맞물린다. 특히 덴마크령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핵심광물이 매장된 지역이자 북극항로의 요충지로 꼽힌다. 해빙이 진행되면서 북극항로의 상업적 가치가 커지고, 자원 개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군사적 의미도 적지 않다. 북극권은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경쟁이 맞닿는 전초기지다. 그린란드는 북극을 경유하는 미사일 경로상에 위치해 미국 본토 방어와 조기경보 체계에서 핵심 지역으로 평가된다. 러시아가 북극해 연안을 따라 군사기지를 집중 배치하고 항로·자원 통제와 방어선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NATO 역시 북극권 전반에서 군사적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의 접근은 동맹 관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명분으로 그린란드 확보 또는 관련 협정 체결을 검토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군사적 수단 동원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는 덴마크와 유럽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미국이 서반구 전략을 강화할수록 기존 동맹 질서 안에서도 이해관계 충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남미와 카리브해는 서반구 전략의 또 다른 축이다. 이 지역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안보 통제, 경쟁국 영향력 축소가 동시에 추진되는 공간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자산 통제, 핵심광물 협의체 출범, 파나마 항구 운영권 문제 등 자원과 물류 요충지를 중심으로 주도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인 군사·안보 이슈뿐 아니라 항만, 광물, 에너지, 금융 흐름까지 서반구 전략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도 전략의 중심에 놓였다. 미국은 중남미발 불법 이민과 펜타닐 등 마약 유입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국경 통제를 넘어 서반구 전역으로 물리적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멕시코 정부에 카르텔 소탕과 이민 차단 강화를 압박하고, 카리브해 마약운반선 타격 등 강경한 조치를 통해 유입 경로를 원천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다만 배타적 접근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 축소를 목표로 중남미 국가들을 압박할 경우, 역내 반미 정서가 자극되고 오히려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의 안보 논리에 일방적으로 편입되기보다 통상과 인프라, 광물 공급망에서 실익을 따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강한 압박이 곧바로 미국 중심 질서의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서반구 전략은 유럽과의 관계에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미국은 그린란드 확보 시도와 함께 NATO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 확대와 자주적 방위 역량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에 대한 직접 개입을 줄이고, 유럽 스스로 안보 부담을 더 지도록 하는 방향이다. 유럽은 이에 대응해 자체 방산 역량 강화와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의 미국 중심 안보 구조는 점진적인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이 틈은 중국과 러시아에도 전략적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이 서반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 유럽과 일부 글로벌 지역에서 직접적 압박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배타적 접근을 견제하면서도 유럽과 중남미를 상대로 통상·공급망 연계를 확대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유럽 개입 축소와 서방 결속 약화 가능성을 기회로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서반구 전략은 ‘미국 우선’의 공간적 재배치다. 자국 본토와 가까운 지역을 먼저 장악하고, 핵심광물과 에너지, 항만과 항로, 이민과 마약, 군사 거점을 하나의 전략 틀 안에서 관리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 전략은 동맹국의 반발, 중남미의 반미 정서, 중국·러시아의 우회적 영향력 확대라는 부작용도 함께 낳을 수 있다. 미국의 시선이 다시 미 대륙으로 향할수록 글로벌 질서는 더 다극적이고 불안정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저작권자 © 더파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7,844.01 ▲200.86
코스닥 1,176.93 ▼2.36
코스피200 1,220.17 ▲36.76
암호화폐시황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9,335,000 ▼163,000
비트코인캐시 651,000 ▼1,000
이더리움 3,411,000 ▲1,000
이더리움클래식 14,010 ▼50
리플 2,146 ▼9
퀀텀 1,520 ▼23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9,357,000 ▼149,000
이더리움 3,410,000 0
이더리움클래식 14,010 ▼40
메탈 478 ▼3
리스크 200 ▼1
리플 2,147 ▼9
에이다 401 ▼3
스팀 88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9,270,000 ▼210,000
비트코인캐시 650,000 ▼1,000
이더리움 3,413,000 ▲2,000
이더리움클래식 14,010 ▼80
리플 2,147 ▼9
퀀텀 1,526 ▼24
이오타 96 0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