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EU의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 조치 시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한국 철강업계의 수출 차질을 줄이기 위한 막판 협의에 나섰다. 4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EU 집행위와 유럽의회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번 방문은 오는 7월 1일 시행 예정인 EU의 ‘철강 공급과잉 대응법’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 해당 조치는 철강 30개 품목군에 대한 관세 인상과 무관세 수입쿼터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한국 철강기업의 EU 시장접근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 본부장의 브뤼셀 방문도 지난 5월 11일 이후 약 3주 만에 다시 이뤄진 것으로, 시행 전 남은 기간 쿼터 물량 확보와 제도 운영 과정에서의 불확실성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 본부장은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집행위원과 만나 한-EU 자유무역협정을 기반으로 15년간 이어온 교역·투자 관계가 이번 철강 조치로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이 EU와 FTA를 체결한 핵심 경제협력 파트너라는 점도 강조했다. 철강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논의에 참여해 온 책임 있는 교역국인 만큼, 국가별 쿼터 배분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EU 측은 남은 기간 양측이 긴밀히 협의해 상호 수용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기존 경제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유럽의회를 대상으로 한 설득 작업도 병행됐다. 여 본부장은 안나 카바치니 유럽의회 내부시장·소비자보호위원회 위원장, 세사르 루에나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회장, 한나 게딘·다누셰 네루도바 부회장, 리나 갈베스 의원 등을 만나 한국 정부와 업계의 우려를 설명했다.
정부는 EU가 그동안 규범 기반의 개방적 다자무역체제를 강조해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철강 조치가 보호무역주의 전환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또 한국산 철강의 EU 시장접근이 줄어들 경우 철강업계뿐 아니라 EU 역내에 투자한 한국 자동차·가전 기업들의 생산과 투자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철강업계와의 간담회도 열렸다. 여 본부장은 EU에 진출한 철강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조치 시행을 앞두고 예상되는 수출 차질과 애로사항을 들었다. 참석 기업들과는 쿼터 확보·활용 방안, 대체시장 발굴 등 대응 전략도 점검했다.
업계는 시행 전까지 변동성이 큰 만큼 관련 동향을 신속히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고위급과 실무급 협상을 병행해 한국 기업의 시장접근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여 본부장은 “7월 1일 시행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정부는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고위급·실무급 전방위적 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의 쿼터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끝까지 가능한 모든 협상 채널을 활용해 우리 기업의 EU 시장접근을 최대화하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확실성과 애로를 줄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