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인공지능용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겨냥한 HBM4E 샘플 공급에 들어갔다. AI 학습과 추론 수요가 커지면서 메모리 성능뿐 아니라 전력효율과 발열 관리가 주요 경쟁 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고객사 검증 단계에서 차세대 제품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18일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AI 가속기와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연산 성능을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이번 HBM4E는 이전 세대인 HBM4 대비 성능과 전력효율을 개선한 제품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HBM4E는 핀당 최대 16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했다. 에너지 효율도 HBM4보다 20% 이상 개선됐다. AI 모델이 커지고 데이터 처리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데이터 전송 지연을 줄이기 위한 설계 최적화도 적용됐다. 회사는 최신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고대역폭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이 가능하도록 제품 구조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컴퓨팅 시스템에서 병목 현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12단 적층 구조에는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이 적용됐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은 뒤 칩과 칩 사이 공간에 액체 형태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혀 회로를 보호하는 공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12단 적층 기준 48GB 용량을 구현하고 구조 안정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발열 관리도 핵심 개선 지점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적층하는 구조상 성능이 높아질수록 열 관리가 중요해진다. SK하이닉스는 HBM4E의 열 저항을 HBM4 대비 약 17% 낮춰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샘플 공급은 HBM3, HBM3E, HBM4로 이어지는 SK하이닉스의 공급 경험을 차세대 제품으로 확장하는 단계다. HBM 시장에서는 고객사 검증과 적기 양산 능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제품 성능뿐 아니라 고객 시스템에 맞춘 최적화, 안정적 공급 능력, 생산 수율 확보가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핵심 고객사들과 협업해 HBM4E 양산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AI 반도체 시장이 고성능 메모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HBM4E의 고객 검증과 양산 일정은 향후 AI 인프라 공급망 경쟁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축적해 온 기술 경쟁력과 양산 역량을 HBM4E 제품에서도 이어가겠다”며 “파트너들과 협력을 바탕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를 구현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