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 뚜렷하지 않아 진단 늦어지는 경우 많아…금연·당뇨 관리 등 위험요인 조절 중요
[더파워 이설아 기자] 췌장암은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암’으로 불린다.
췌장은 위 뒤쪽과 척추 앞쪽에 위치한 후복강 장기다. 복부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초음파나 일반 검사만으로 병변을 초기에 찾아내기 쉽지 않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만들고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등 대사 기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췌장에 암이 생겨도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환자에게서 소화불량, 명치 부위 불편감, 식욕 저하,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위장장애와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단순 위염이나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으로 여기고 진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백규현 교수는 2주 이상 이어지는 소화불량,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등으로 뻗치는 복통, 갑자기 악화된 당뇨병은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신호로 꼽힌다.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동반될 경우에는 담도 폐쇄 등 진행된 병변과 관련될 수 있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췌장암 발생에는 고령화와 식습관 변화, 비만, 당뇨병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는 흡연, 당뇨병, 만성췌장염, 비만, 과도한 음주, 가족력 등이 있다. 특히 흡연은 췌장암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며,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이자 결과로 나타날 수 있어 밀접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췌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혈액검사를 활용해 암 관련 신호를 찾는 액체생검 연구가 대표적이다. 아직 표준 검진법으로 확립된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고위험군 선별과 조기 진단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치료 영역에서는 수술과 항암치료가 기본 축을 이루고 있다. 다만 췌장암은 진단 시 수술이 어려운 단계인 경우가 많고, 항암치료 효과도 제한적인 사례가 있어 새로운 치료 전략에 대한 요구가 컸다.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암세포의 유전자 이상을 겨냥하는 표적치료다. 췌장암 환자 다수에서 확인되는 KRAS 변이는 암 발생과 성장에 관여하는 핵심 인자로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약물 개발이 까다로운 표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KRAS 신호를 억제하는 치료제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다락손라십은 여러 RAS 변이를 겨냥하도록 개발된 경구용 표적치료제 후보물질이다. NEJM에 게재된 진행성 RAS 변이 췌장암 연구에서는 기존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종양 반응과 생존기간 관련 지표가 보고됐다. 다만 임상 결과는 환자군과 연구 설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진료 적용까지는 허가 절차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췌장암은 아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확실한 조기 검진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암이다. 따라서 위험요인을 줄이는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금연, 절주,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당뇨병 관리는 췌장암 예방과 조기 대응을 위해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백 교수는 췌장암 의심 증상을 단순 소화기 증상으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험요인이 있거나 소화불량, 복통, 체중 감소, 당뇨병 악화 등이 지속될 경우 전문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