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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유가발 인플레 우려 정점 통과…긴축 기대 낮출 때”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25 16:46

미국·이란 MOU 이후 유가 하락 본격화…“2027년 원유 공급과잉 가능성 반영”

메리츠증권 “유가발 인플레 우려 정점 통과…긴축 기대 낮출 때”
[더파워 이경호 기자] 메리츠증권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양해각서 체결 이후 국제유가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을 둘러싼 통화긴축 기대도 일부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5일 ‘전쟁, 유가, 그리고 글로벌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종전 합의 양해각서 전후 유가 하락이 본격화했다”며 “이는 단기 수급 정상화보다 2027년 원유 공급과잉 가능성을 반영한 흐름”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14일 전쟁 발발 14주 만에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핵 문제, 제재 해제 등을 포괄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양측은 향후 60일 동안 최종 합의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금융시장이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배경을 두 가지로 봤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가능성이 커졌고, 이란산 원유 수출이 재개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 리스크가 줄어든 것도 위험자산 선호 회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유가도 빠르게 반응했다. 보고서상 24일 밤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9.9달러, 브렌트유는 73.5달러,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은 메가와트시당 41유로를 기록했다. 한국에 중요한 두바이유는 배럴당 68.3달러로 전쟁 직전보다 4% 낮은 수준으로 제시됐다.

다만 원유 수급이 단기간에 완전히 정상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봤다. 전쟁 과정에서 사우디 아람코 파이프라인 일부와 이란·사우디·UAE의 오일·가스 필드, 카타르 LNG 시설 등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 복구와 OPEC 회원국의 생산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망을 인용해 글로벌 원유 공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시점을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로 예상했다. 그 전까지는 OECD 회원국들이 전략비축유를 포함한 원유 재고를 소진하며 버티는 구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7년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석유 생산량이 올해보다 하루 800만배럴 증가한 1억1000만배럴에 달하고, 수요 증가분 하루 200만배럴을 웃돌며 초과공급 상태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츠증권은 2027년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과잉을 주도할 지역으로 비OPEC, 특히 미국을 지목했다.

유가 안정은 인플레이션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쟁 이후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높아졌다. 미국, 유로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 각각 2.4%, 1.9%, 2.0%였지만 5월에는 4.2%, 3.2%, 3.1%로 상승했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의 변화 폭은 제한적이었다. 미국은 0.4%포인트, 유로존과 한국은 각각 0.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이 연구원은 주요국 정부의 유가 안정 정책도 2차 물가 파급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봤다. 미국은 전략비축유 방출을 통한 공급 완충에 집중했고, 독일과 한국은 유류세 인하를 택했다. 프랑스와 한국은 취약계층이나 에너지 비용 노출 업종에 대한 선별 지원을 시행했다.

중앙은행들의 유가 가정은 여전히 높은 편으로 분석됐다. 유럽중앙은행은 2026년 연평균 브렌트유를 배럴당 96.9달러로 가정했고, 한국은행도 2026년과 2027년 브렌트유 가정을 각각 93달러, 80달러로 두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상황이 기본 시나리오보다 조기 진정 시나리오에 가깝다고 봤다.

한국 물가 전망에서도 유가가 핵심 변수로 제시됐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연평균 두바이유 전망을 배럴당 70달러로 유지하고, 2027년 초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밑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의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26년 2.6%, 2027년 1.9%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각각 2.6%, 2.4%로 제시됐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선진국 긴축 기대를 덜어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선도금리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내 1.5회 인상,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 일본은행의 추가 1회 인상이 반영돼 있다. 한국은행은 연말까지 3회 인상, 내년 상반기까지 4.25회 인상이 반영된 상태로 분석됐다.

메리츠증권은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지속성을 크게 우려했던 중앙은행에 대한 긴축 기대는 낮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미국도 현재 지표는 견조하지만, 생활비 보조 조정과 세금환급, 월드컵 특수 등이 반영된 측면이 있어 연내 인상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은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정책 요인을 제외하고도 2%를 웃도는 점이 부담으로 꼽혔다. 메리츠증권은 일본에 대해 6개월에 한 번씩 느린 속도로 금리 정상화를 진행해야 하는 지역으로 평가했다.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올해 7월과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봤다. 내년 초에는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다만 원화 약세 심화와 수입물가 압력, 경제전망의 대폭 개선 여부에 따라 내년 인상폭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유가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지속성을 크게 우려했던 중앙은행에 대한 긴축 기대는 덜어낼 필요가 있다”며 “유가 하락은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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