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주가·금리·환율 변동성 확대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레버리지 투자 증가를 주요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국은행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 ‘2026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시 확대되고, 차입을 활용한 자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금융불균형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스템의 단기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 FSI는 5월 17.2로 집계됐다. 3~4월 상승 이후 다시 하락했지만 지난해 12월 16.3보다 높은 수준이다. FSI는 12를 넘으면 주의단계, 24를 넘으면 위험단계로 분류된다.
중장기 금융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 FVI는 올해 1분기 46.0으로 상승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장기평균인 45.7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단기 불안은 다소 진정됐지만, 신용과 자산가격, 금융기관 복원력 등을 종합한 중장기 취약성은 다시 높아진 셈이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도 금융안정 리스크를 주요 변수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를 2.50%에서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 확대와 경기 개선 전망,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신용은 다시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가계신용통계 기준 1993.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65.8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93.6%를 차지했고, 판매신용은 127.3조원이었다.
가계대출은 1분기에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5월 이후 증가 폭이 커졌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난 주택매매가 시차를 두고 대출에 반영된 데다, 주식 관련 대출 등 기타대출도 늘어난 영향이다.
월별 가계대출 증가 폭은 1월 1.4조원, 2월 2.9조원, 3월 3.5조원, 4월 3.5조원에서 5월 9.3조원으로 확대됐다. 한 달 사이 증가 폭이 크게 커진 것이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1분기 말 주택관련대출은 1178.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증가율 자체는 낮아지고 있지만, 4월 이후 수도권 주택거래 확대와 분양 증가에 따른 중도금 납입 수요 등으로 증가 폭이 다시 커지고 있다.
기타대출은 신용융자 등 주식 관련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687.2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5%였다.
금융업권별로는 은행 가계대출이 1009.6조원,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이 856.2조원이었다. 1분기 중 은행 가계대출은 0.2조원 감소했지만,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13.1조원 증가했다.
가계의 전반적인 채무상환 부담은 소득과 자산 측면에서 모두 낮아졌다. 1분기 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4.1%로 추정됐다. 지난해 3분기 말 139.7%보다 낮아진 수치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40.5%에서 38.1%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경제 성장세 확대와 주가 상승에 따른 금융자산 증가가 가계의 평균적인 채무 부담을 낮춘 요인이라고 봤다. 그러나 평균 지표와 별개로 취약차주 비중은 오히려 상승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가 전체 가계대출 차주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6.7%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말 6.4%보다 높아졌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에서 5.2%로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낮은 수준이지만 소폭 올랐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1.00%로 장기평균 1.16%를 밑돌았다. 다만 주택관련대출 연체율은 0.43%, 기타대출 연체율은 2.04%로 모두 전분기보다 상승했다.
업권별로는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 0.40%, 비은행금융기관 연체율이 2.26%였다. 비은행 쪽에서 연체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
자산시장에서는 주식과 주택이 동시에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됐다. 주식시장은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조정을 받기도 했지만, 반도체 업황 호조와 기업 실적 개선 기대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르고 레버리지 투자도 늘어난 만큼 작은 충격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월 기준 신용융자 및 신용미수 잔액은 39.4조원, 레버리지 ETF 순자산 총액은 35.4조원으로 집계됐다. 차입을 활용한 주식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반대매매와 손실 확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주택시장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 가격 상승세가 다시 확대됐다. 5월 기준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전국 0.21%, 수도권 0.46%, 서울 0.90%였다. 비수도권은 -0.02%로 지역별 흐름이 갈렸다.
한국은행은 주식시장 차익실현 자금 등이 주택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일관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신용 레버리지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2025년 말 민간신용의 명목GDP 대비 비율은 197.9%로 지난해 2분기 말 199.6%보다 1.7%p 낮아졌다. 가계신용 비율은 88.2%, 기업신용 비율은 109.8%였다.
한국은행은 명목GDP 성장에 힘입어 민간신용 레버리지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 모두 장기평균을 웃도는 수준인 만큼, 신용 증가세 재확대와 자산가격 상승이 맞물릴 경우 금융불균형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