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국내 기업들이 ESG 기구 신설과 공시 등 제도적 틀은 갖춰가고 있지만, 실제 성과와 이사 보수를 연결하는 책임경영 수준은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13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상반기 ESG 평가’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서 지배구조 영역의 핵심 쟁점으로는 이사 보수와 기업 수익성 간 연동성이 꼽혔다.
서스틴베스트가 최근 5개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총자산이익률(ROA) 변동 방향과 이사 보수 증감 방향이 일치하는 ‘정합성’은 51.3%에 그쳤다. 기업 절반가량은 실적 흐름과 보수 조정 방향이 맞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적이 좋아질 때와 나빠질 때의 보수 조정 양상도 달랐다. ROA가 상승했을 때 이사 보수가 함께 오른 기업 비율은 63.4%였지만, ROA가 하락했을 때 이사 보수를 낮춘 기업은 43.9%에 그쳤다.
기업 실적이 개선될 때는 보수를 올리는 사례가 많았지만, 실적이 악화될 때는 보수를 그만큼 낮추지 않는 경향이 확인된 셈이다.
서스틴베스트
실적 상승기와 하락기 간 보수 조정 격차는 최근 5년간 30.2%, 31.6%, 18.1%, 18.8%, 19.5%를 기록했다. 5년 전보다 격차는 줄었지만, 서스틴베스트는 이를 구조적 개선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봤다. 2023년 실적 부진기에 일시적으로 보수 하방 조정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보상위원회 설치율은 꾸준히 늘었다. 자료에 따르면 보상위원회 설치율은 2021년 19.7%에서 2025년 27.8%로 상승했다. 다만 위원회 설치 자체가 곧바로 보수 산정의 실효성으로 이어졌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새로 도입된 ‘이사 보수 산정기준 공시 및 장기성과 연동 여부’ 지표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이사 보수 산정기준을 공시한 기업은 전체의 70.1%였지만, 다수는 구체적인 산식 없이 추상적 문구를 나열한 수준에 머물렀다.
3년 이상의 장기성과 연동 지표를 보상 체계에 반영한 기업은 19.2%에 불과했다. 단기 실적이나 형식적 기준보다 장기성과와 주주가치에 맞춘 보수 체계가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회장은 “이사 보수는 경영진의 목표를 주주의 이익과 하나로 묶는 핵심 장치”라며 “주주와 이해관계자는 단순 보상위원회 설치 여부나 형식적 공시보다 실적에 따른 보수 산정의 합리성과 장기성과 간 실질적 연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ESG 평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741개, 코스닥 상장기업 329개, 비상장기업 235개 등 총 13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연결 기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은 452개, 2조원 미만 기업은 853개다.
평가 등급 분포를 보면 2026년 상반기 AA 등급은 152개, A 등급은 272개, BB 등급은 356개로 집계됐다. 전체의 59.8%가 BB 이상 등급을 받았다. C 등급은 225개, D 등급은 39개, E 등급은 24개였다.
서스틴베스트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 영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상장사 100곳을 ‘2026년 상반기 ESG Best Companies 100’으로 선정했다. 자산 규모별로 2조원 이상 상장사 50곳, 5천억원 이상 2조원 미만 30곳, 5천억원 미만 20곳으로 나눠 선정했다.
2조원 이상 기업에서는 HK이노엔, 유한양행, 네이버, 현대백화점, 지역난방공사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5천억원 이상 2조원 미만 기업에서는 콜마홀딩스, 신세계인터내셔날, 동아ST 등이 이름을 올렸다. 5천억원 미만 기업에서는 포스코엠텍, 동일고무벨트, 엠앤씨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평가 결과가 ESG 제도 구축을 넘어 실제 경영 현장에서 책임 있는 보상 체계와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