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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00MHz 경매·中 장비 배제 겹친다…2027년 통신장비 ‘품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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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00MHz 경매·中 장비 배제 겹친다…2027년 통신장비 ‘품귀’ 오나

류동우 기자

기사입력 : 2026-09-16 12:09

미국 2027~2029년 대규모 주파수 공급…어퍼 C밴드 160MHz부터 투자 본격화
AT&T 5년간 2500억달러 투입…AI·자율주행 확산에 기지국도 ‘연산 거점’으로 진화
3G·LTE·5G 거치며 글로벌 장비·부품사 급감…중국산 규제까지 공급망 압박
한국도 5G SA·AI RAN 투자 논의…RFHIC·KMW·쏠리드 등 국내 업체 수혜 가능성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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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류동우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의 다음 무대가 데이터센터에서 기지국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대규모 신규 주파수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한 가운데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AI 연산까지 수행하는 ‘AI 기지국’이 5G 단독모드(SA)와 6G 투자의 새로운 명분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사이 장비를 공급할 업체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3G와 LTE, 5G를 거치는 동안 긴 투자 공백을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잇달아 시장을 떠났고 미국의 중국산 장비·부품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2027년 이후 무선통신장비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미국의 주파수 공급 확대와 AI RAN 투자, 중국산 통신장비 규제가 맞물리면서 2027~2029년 글로벌 무선통신장비 시장의 수급이 빠르게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과 한국, 일본이 동시에 투자에 나설 경우 과거 LTE와 5G 초기보다 공급 부족 강도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출발점은 미국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어퍼 C밴드 3.98~4.14GHz 구간의 160MHz를 지상 무선통신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정한 일정에 따라 최소 100MHz를 2027년 7월까지 경쟁입찰에 부쳐야 한다.

하나증권은 어퍼 C밴드를 시작으로 2027~2029년 미국에서 총 800MHz에 달하는 주파수 공급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비 성능시험과 벤더 선정 과정을 감안하면 관련 수주는 2027년 1분기, 매출은 같은 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주파수가 새로 풀리면 통신사의 투자는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는 비싼 비용을 지불해 확보한 주파수를 실제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기지국과 안테나, 필터, 증폭기 등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주파수 경매와 통신사 설비투자(CAPEX)는 밀접하게 움직였다. 기존 장비가 새로운 주파수를 지원하지 못할 경우 장비 교체 규모는 더 커진다.

미국 통신사의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AT&T는 지난 3월 향후 5년 동안 미국의 광통신과 5G 등 통신 인프라에 2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AI와 자율기술, 클라우드 등 차세대 서비스를 뒷받침할 네트워크 구축을 투자 배경으로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AT&T에 이어 버라이즌도 주파수 확보 이후 CAPEX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버라이즌은 올해 진행된 AWS-3 경매에서 65MHz 대역을 확보한 만큼 향후 어퍼 C밴드까지 추가하면 무선망 투자를 늘릴 유인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이클이 과거 5G와 다른 점은 ‘AI’가 붙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지국은 스마트폰과 단말기의 데이터를 전달하는 통신 인프라였다. AI RAN에서는 역할이 달라진다. 기지국 안테나와 신호처리 장비에 GPU·CPU·NPU 등 연산 자원을 결합해 통신뿐 아니라 AI 추론을 현장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스마트팩토리처럼 짧은 지연시간이 중요한 피지컬AI 서비스에서는 데이터를 중앙 데이터센터까지 보낸 뒤 다시 받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 사용자와 가까운 기지국에서 일부 연산을 처리하는 엣지 컴퓨팅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엔비디아도 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나증권은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에 이어 AI RAN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DU뿐 아니라 RU 영역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진입이 기존 국내 통신장비 업체의 시장을 빼앗기보다 전체 시장 자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중소 장비업체 상당수는 RU 부품과 프론트홀, 인빌딩 분야에 포진해 있어 엔비디아와 직접 경쟁하기보다 AI 기지국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피지컬AI가 만들어내는 데이터량도 기존 AI와 차원이 다르다.

하나증권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인용한 수치를 보면 생성형 AI의 하루 트래픽은 약 0.3GB, 에이전트AI는 1.7GB 수준인 반면 휴머노이드는 하루 약 3TB의 데이터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단말 하나가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수천 배 늘어나는 셈이다.

수요가 커지는 것과 달리 공급 측 상황은 정반대다.

통신장비 산업은 짧은 호황과 긴 불황이 반복되는 구조다. 하나증권은 무선통신장비 업황이 대략 7년에 한 번 성수기를 맞는 반면 비수기가 길어 중소 장비사가 연구개발 인력과 생산설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통신사는 망 안정성을 이유로 오랜 공급 이력을 가진 업체를 선호하기 때문에 새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기도 쉽지 않다. 기존 업체는 줄어드는데 신규 공급자는 빠르게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과거 글로벌 무선장비 시장을 이끌던 서구 업체 상당수는 이미 사라졌다. 앤드류와 앨런, 파워웨이브, 필트로닉 등은 인수합병이나 사업 철수, 파산을 거치며 시장에서 퇴장하거나 다른 기업에 편입됐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공급망 재편을 가속했다. 화웨이와 ZTE가 급성장하면서 중국 장비·부품업체의 글로벌 점유율은 높아졌지만 미국과 유럽의 기존 업체들은 장기간 구조조정을 겪었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산 통신장비뿐 아니라 부품까지 규제를 넓히면서 상황이 다시 바뀌고 있다.

하나증권은 중국산 공급이 빠질 경우 에릭슨과 노키아 등 글로벌 시스템통합업체(SI)가 활용할 수 있는 아웃소싱 업체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필터와 안테나, 증폭기, 광부품까지 규제가 확대되면 비중국계 업체의 공급 여력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광통신 시장에서 먼저 나타난 공급 부족이 무선통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논리다.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으로 광모듈과 관련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중국산 제품 규제가 겹치면서 일부 광부품 시장에서는 이미 수급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

오이솔루션의 경우 관련 조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기지국용 LD칩에 사용되는 중국산 소구경 InP 웨이퍼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40~70% 이상 오른 상태다. 데이터센터용 광부품과 기지국용 부품이 같은 원재료를 놓고 경쟁하면서 무선 장비까지 원가 압력이 번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만 투자한다면 공급 부족 강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까지 동시에 움직일 가능성이다.

국내 통신 3사의 CAPEX는 2019년 9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200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정부와 통신 3사가 지난달 AI 시대 통신망 투자 촉진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출범시키면서 5G SA와 AI RAN, 6G 등 차세대 망 투자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는 게 하나증권의 분석이다.

한국이 사용할 수 있는 5G 주파수 폭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좁다는 점도 추가 할당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어퍼 C밴드까지 공급될 경우 미국의 5G 주파수 사용량은 700MHz를 넘어 한국의 약 300MHz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2027년 통신장비 시장의 핵심은 ‘수요 회복’ 하나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신규 주파수가 대규모로 풀리고 통신사 CAPEX가 늘어나는 가운데 AI 기지국이라는 새로운 투자 목적이 생기고 있다. 동시에 20년 동안 장비업체는 줄었고 중국산 공급망까지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이 피지컬AI 경쟁을 이유로 5G SA와 6G 투자를 확대하면 수요와 공급의 속도가 어긋날 수 있다. 하나증권은 미국·한국·일본이 동시에 투자할 경우 2027~2029년 통신장비 공급 부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과거 통신장비주가 강하게 움직였던 시기도 이런 공급 부족과 겹쳤다. LTE 도입 당시 일부 RF 부품, 국내 5G 도입 당시 필터 등에서 주문이 공급능력을 웃돌면서 특정 업체로 매출이 집중된 사례가 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단순 매출 증가보다 공급 가능한 업체의 희소성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오픈랜 확산으로 여러 시스템업체에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점도 생산능력과 레퍼런스를 가진 업체에는 기회로 평가된다.

하나증권은 RFHIC와 KMW, 쏠리드, LIG아큐버, 오이솔루션, 에치에프알을 주요 국내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각각 15만원, 7만원, 3만원, 8만원, 6만원, 5만원이다.

업체별 수혜 지점은 다르다. RFHIC는 GaN 기반 TR과 방산, KMW는 필터와 시스템, 쏠리드는 인빌딩 장비, LIG아큐버는 시험장비·스몰셀·V2X, 오이솔루션은 광트랜시버와 LD칩에서 각각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KMW는 올해까지 적자가 예상되지만 하나증권은 2027년 매출 3676억원, 영업이익 1005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시장 매출이 2027년 2분기부터 본격화되고 국내 투자까지 하반기에 더해지는 시나리오다.

RFHIC도 올해 영업이익 542억원에서 2027년 75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방산과 RF머트리얼즈가 현재 실적을 받치는 가운데 신규 주파수 투자 이후 통신부문이 추가 성장축으로 붙는 구조다.

다만 변수도 분명하다. 미국 주파수 경매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국내 업체가 실제 벤더로 선정되는지, 국내와 일본의 투자가 예상한 시점에 시작되는지에 따라 실적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공급 부족을 전제로 한 높은 밸류에이션 전망은 미국·한국·일본의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고 중국산 부품 규제가 강하게 유지된다는 조건에 민감하다. 하나증권 역시 KMW와 RFHIC의 장기 최대 이익을 활용한 기업가치 계산을 ‘이론적’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

그래도 통신장비 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조건은 하나씩 쌓이고 있다. 5G 초기에는 스마트폰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네트워크 투자의 핵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자동차와 로봇, 공장까지 연결되는 피지컬AI가 새로운 트래픽을 만들어낸다.

데이터센터가 AI의 ‘두뇌’를 만들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두뇌를 현실의 기기와 실시간으로 연결할 네트워크다. 2027년 통신장비 사이클의 강도는 결국 AI가 데이터센터 밖으로 얼마나 빠르게 나오는지, 그리고 그 수요를 감당할 장비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결정할 전망이다.

류동우 더파워 기자 rdw2026@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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