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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조→7~8조 몸값 뛴 HD현대로보틱스…‘4배 밸류’가 첫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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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조→7~8조 몸값 뛴 HD현대로보틱스…‘4배 밸류’가 첫 관문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18 08:55

2025년 프리IPO 기업가치 1조8000억원…주관사 선정 과정선 7~8조원 거론
매출 2149억→2630억원 늘었지만 영업익 3억원서 218억원 적자 전환
HD현대 완전희석 지분 81.82%…상장 땐 신주 발행으로 추가 희석 가능
RCPS 스텝업·상환청구권 부담까지…기업가치·공모구조·주주환원 얽혀

HD현대로보틱스가 지난해 6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글로벌 최대 규모의 로봇 산업 박람회 '오토매티카(AUTOMATICA) 2025'에 마련한 부스 전경.
HD현대로보틱스가 지난해 6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글로벌 최대 규모의 로봇 산업 박람회 '오토매티카(AUTOMATICA) 2025'에 마련한 부스 전경.
[더파워 이경호 기자] HD현대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가 단순한 ‘로봇 대어’ 상장을 넘어 물적분할 자회사의 중복상장 문제를 다시 시험하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2025년 외부 투자에서 약 1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회사가 불과 1년여 만에 7~8조원대 몸값을 거론받으면서 성장성만큼 밸류에이션과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18일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 HD현대의 로봇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1위 기업으로 산업용 로봇 완제품과 부품, 자동화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외형은 커졌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4년 2149억원에서 2025년 2630억원으로 22.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3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218억원 영업손실로 돌아섰고, 당기순손실도 118억원에서 228억원으로 확대됐다.

회사는 산업용 로봇에서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AI 비전 검사와 자동화 시스템 연구개발 등에 투입한다는 구상도 제시돼 있다. 다만 보고서는 이런 성장 전략이 상장 명분으로 설득력을 얻으려면 수익성 개선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더 큰 쟁점은 몸값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5년 10월 산업은행·KY PE 컨소시엄으로부터 18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투자 전 기업가치는 약 1조8000억원이었다.

투자 후 기준 기업가치는 약 1조9800억원으로 계산된다. RCPS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된다고 가정한 완전희석 기준으로 HD현대가 81.82%, KT와 산업은행·KY PE 컨소시엄이 각각 9.09%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하지만 IPO 주관사 선정 과정과 시장에서는 7~8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거론됐다. 프리IPO 당시 1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년 만에 네 배 안팎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 수치가 회사가 공식 확정한 목표 기업가치는 아니며, 적자 확대와 향후 수주·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함께 놓고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와의 비교가 거론된다. HD현대로보틱스의 매출이 두산로보틱스보다 크다는 점을 근거로 7조원 이상의 가치가 가능하다는 논리가 있지만, 보고서는 두산로보틱스 역시 수익성보다 성장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적자 기업 간 비교만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몸값이 높아질수록 모회사 HD현대가 풀어야 할 문제도 커진다. HD현대로보틱스의 성장 기대가 이미 HD현대 주가에 일부 반영돼 있다면 자회사를 따로 상장할 경우 같은 사업가치가 모회사와 자회사에 중복 반영되는 ‘더블카운팅’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의 시가총액이 17조원대인 상황에서 HD현대가 80%대 지분을 가진 자회사가 7~8조원의 가치로 상장하면, 보유 지분가치만 단순 계산해도 모회사 시가총액의 3분의 1 안팎에 해당한다. 문제는 시장이 지주회사가 가진 자회사 지분가치에 통상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무조건 손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별도 상장을 통해 로봇사업의 시장가치를 확인하고 성장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며, 모회사가 보유한 지분의 평가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신주 공모가 이뤄지면 HD현대의 지분율은 낮아지고 투자수요가 모회사 대신 자회사로 직접 이동할 수 있다. 보고서는 결국 모회사에 미치는 순효과가 어떤 주주 보호방안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적 투자자와의 계약도 IPO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산업은행·KY PE 컨소시엄이 보유한 RCPS에는 일정 시점 이후 우선배당률이 올라가는 스텝업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 8월 말까지 연 4.75%, 이후 1년간 5.25%, 2029년 9월부터 5.75%가 적용될 경우 원금 1800억원을 기준으로 연간 약 85억~104억원의 배당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계약상 요건이 충족돼 상환청구권이 행사되면 원금과 약정수익 지급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투자자 회수를 위한 상장으로 비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기존 주주의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 비중이 커지면 신규 성장투자보다 재무적 투자자의 자금 회수 목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주 중심으로 공모하면 자금은 회사에 들어가지만 재무적 투자자의 회수는 늦어진다. 보고서는 AI 로봇 연구개발과 해외투자를 위해 실제 얼마가 필요한지, 프리IPO 자금만으로 왜 부족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상장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봤다.

HD현대그룹의 과거 상장 이력도 이번 IPO를 둘러싼 논쟁을 키우는 요인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물적분할과 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거쳐 2024년 상장했고, 현대중공업은 2019년 물적분할 이후 2021년 별도 상장됐다.

반대로 HD현대오일뱅크는 세 차례 상장을 추진하다 철회했고, HD현대삼호는 상장 철회 이후 HD한국조선해양이 재무적 투자자 지분을 인수해야 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도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재무적 투자자 지분을 사들여 완전자회사로 되돌렸다. 그룹 안에 상장 강행과 철회 양쪽의 사례가 모두 존재하는 셈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5년 12월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를 보내 상장 작업에 들어갔고 올해 1월 UBS·한국투자증권·KB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그러나 현재 상장 일정과 모회사 주주동의 절차는 공식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HD현대로보틱스 IPO의 첫 번째 문제는 ‘로봇 산업이 성장하느냐’보다 1조8000억원에서 7~8조원으로 높아진 기업가치를 어떤 실적과 사업계획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에 있다.

높은 몸값은 더 많은 성장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더블카운팅과 모회사 할인, 주주환원 부담을 키운다. 여기에 RCPS와 공모구조까지 얽히면서 HD현대로보틱스 상장은 기업가치와 자금조달, 모회사 주주가치를 하나의 패키지로 설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섰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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