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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1심 무죄, 2심에서 유죄로 뒤집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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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1심 무죄, 2심에서 유죄로 뒤집힐 수 있을까

사진=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
사진=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
[더파워 황인석 기자] 강제추행 사건에서 1심 무죄판결을 받으면 재판이 끝났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검사가 항소하면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받는다. 1심 무죄가 2심에서 유죄로 바뀌는 일도 실제로 벌어진다.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거나 1심의 사실인정이나 법률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1심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를 가르는 사건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1심이 피해자를 직접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 뒤 그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항소심이 별다른 추가 증거조사 없이 기록만 다시 검토해 1심의 신빙성 판단을 뒤집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2026년 2월 12일 선고한 2025도17371 판결에서 이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

피고인은 조건만남을 목적으로 만난 피해자를 차량에 태우고 이동하던 중 손과 손목, 허벅지와 가슴을 만져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를 직접 증인으로 신문한 뒤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강제추행 공소사실 전부를 무죄로 선고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피해자를 다시 증인으로 신문하는 등 추가 증거조사를 하지 않은 채 기록만 검토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었다는 친구의 진술 등을 근거로 손과 손목, 허벅지를 만졌다는 부분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해 해당 부분에 한해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런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형사재판에서는 증인이 법정에서 어떤 태도로 진술했는지,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등 기록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요소가 있다. 1심 재판부는 증인을 직접 신문하고 그 과정을 지켜본 뒤 신빙성을 판단한다. 항소심이 1심과 단순히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 신빙성 판단을 쉽게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항소심이 이를 뒤집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사건에서는 그런 사정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은 피해자 친구의 진술도 문제가 됐다. 친구는 피해자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이를 피해자가 실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쓴다면 전문증거에 해당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 요건을 갖췄는지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해당 진술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쓰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결국 대법원은 항소심이 피해자를 다시 증인으로 신문하는 등 추가 증거조사를 거쳐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했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다만 이 판결을 ‘1심 무죄면 2심에서도 무조건 무죄가 유지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항소심은 사실관계와 법률 판단을 다시 심리할 수 있어 새로운 객관적 증거가 나오거나 추가 증인신문으로 중요한 사실이 확인되면 1심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 1심의 사실인정 과정에 명백한 문제가 있거나 법률을 잘못 적용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강제추행 사건에서 검사가 항소했다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결과만 믿고 대응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먼저 1심 재판부가 어떤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는지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 피해자 진술의 어떤 부분에서 모순이나 불일치가 발견됐는지, 객관적 자료와 맞지 않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1심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핵심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항소이유도 중요하다. 검사가 1심의 어떤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지,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나 증인을 신청하는지, 1심에서 문제됐던 진술의 모순이나 객관적 자료와의 불일치가 해소될 만한 새 사정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성범죄 사건처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는 1심과 항소심이 같은 기록을 본다는 이유만으로 결과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항소심이 기록을 다시 검토한 뒤 피해자의 진술을 더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는 이유만으로 1심의 판단을 쉽게 뒤집을 수도 없다. 결국 강제추행 사건의 항소심에서는 1심 무죄라는 결과 자체보다 그 판단이 어떤 증거와 이유로 내려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의 항소이유와 항소심의 새로운 증거조사, 1심에서 지적됐던 진술의 문제점이 여전히 유지되는지를 함께 검토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더퍼스트 법률사무소 이상규 변호사

황인석 더파워 기자 hi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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