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대표단을 이끌고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지에서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문수 지사는 독일 통일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든 라이프치히시 현대사 박물관에서 열린 한·독 한반도 통일 시민토론회에 참석했다.
미하엘 가이어 전 주한독일대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독일 통일의 증인들, 시민운동가, 대학생, 정치인 등을 비롯한 15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독일 통일 과정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베아테 쉬킹 라이프치히 대학 총장은 환영사에서 “독일인들은 통일을 열망했고, 많은 시민들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통일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는지 알고 있다. 통일된 독일은 경제 강국이 되었고 유럽과 세계의 안정에 기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안드레아스 뮐러 라이프치히 부시장은 독일 통일 이후의 통합 과정에 대해 “장기적인 분단으로 서로 간에 변화가 있었고 머리에 장벽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문수 지사는 답사를 통해 “2천500만 북한 주민들은 단지 휴전선 이북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김정은 3대 세습 독재체제에서 인권 탄압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자유와 밥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통일은 정치·경제적 논리에 앞서 사람의 생명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김문수 지사는 “과거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할 때,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인권을 촉구하는 독일인들과 세계인들의 목소리는 제게 한줄기 빛이었다”며,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의 모든 시민들이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회자인 미하엘 가이어 전 주한독일대사는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라며 통일의 과정에는 인내심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홀렌더스 작센주 대한민국 명예 영사도 “북한과 공동으로 환경 프로젝트를 한다든지, 남한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자가 “북한은 자원이 풍부해 통일이 되면 경제적인 이점이 있을 것이다. 중국, 러시아와의 교통에도 이로울 것”이라고 말하자, 김문수 지사는 “통일이 되면 철도를 이용해 중국, 러시아로 갈 수 있다. 시베리아와 동북3성, 몽골, 중앙아시아에도 많은 기업이 진출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더욱 커질 것이고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통일 후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주민들을 되돌려 보낼 수는 없을 것, 북한에 자발적으로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모델이 있어야 할 것(게르하르트 프레스)”,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보면 통일이 멀지 않은 느낌, 이라며 중국의 도움 없이는 한반도 통일은 실현되지 못할 것(어니스트 디미트)”이라는 시민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라이프치히에 살고 있다는 한 젊은 교포는 질의 응답시간에 외국인 친구들의 북한 방문 이야기를 들려주며 북한의 종교적인 사상을 바꿀 수 있을지를 묻기도 했다.
김문수 지사는 답변을 통해 “북한의 주체사상과 김일성 신격화 사상은 사상의 자유와 정보 유통을 완전히 봉쇄한 폐쇄적인 통치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 주민들이 바깥 소식을 접하게 해야 한다. 북한 사회가 개방되어야 그런 폐쇄적이고 신격화된 사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교포 2세들도 다수 참석했는데,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나 2년 반 전 라이프치히로 이주했다는 노벨 황씨는 “우리의 통일에서 중요한 것은 독일의 통일에서 잘못된 점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며,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통일이 실현되면 좋겠다. 모든 인간은 한 개인으로서 자유민주주의 속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격양된 목소리로 질의에 나선 옛 동독 주민은 “통일 이후 잃어버린 것이 많다. 갑자기 통일이 되어 모든 것이 달라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해, 통합 과정에서 동서독 주민들간에 갈등과 진통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정치학 연구자인 올리커 클로스는 “요즘 북한 지도자 자녀들간에 남한 사투리와 억양으로 말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더라”며, “이는 북한 내에서 이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는 통일 비용보다 분단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토론회를 마친 도 대표단은 “우리는 한 민족입니다”라는 나지막한 기도로 독일 통일의 불씨를 지폈던 기도모임의 현장, 니콜라이 교회를 둘러보고, 28일 A사와의 투자 LOI가 있는 드레스덴으로 향했다.
한독 한반도 통일 토론회 연설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구텐 탁!
대한민국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우리는 오늘 독일의 앞선 통일 경험을 배우고 대한민국을 통일강국으로 만들어낼 지혜를 얻기 위해 역사의 현장에 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라이프치히를 ‘영웅 도시’라 부르고 라이프치히 시민을 ‘용감한 사람들’이라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1989년 10월 9일 라이프치히에서 일어난 시위는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이듬해 독일 통일을 이루어 낸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역사적인 영웅의 도시에서 통일의 주역들을 모시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모색하는 시민토론회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환영사와 축사를 해주신 베아테 쉬킹 라이프치히 대학 총장님과 안드레아스 뮐러 라이프치히 부시장님, 토론회에 도움을 주신 라이프치히 현대사 박물관과 라이프치히 시청 등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군사독재 치하에 있던 1970년대 대학생 시절,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대학에서 두 차례 제적을 당하고, 25년 만에 졸업했습니다. 대학에서 제적된 뒤에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노조위원장이 되어 7년간 싸웠습니다.
이후 1994년에 정치권에 입문하여 1996년부터 경기도 부천시에서 3번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지난 2006년 경기도지사로 선출되어 지금은 재선의 최장수 경기도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지사로 있는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입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1/4이 경기도에 살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GDP의 20%를 생산하는 대한민국 성장 동력으로, 삼성과 LG, 현대기아차 같은 글로벌 한국 기업들의 주요 공장과 연구소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경기도는 또한 세계 유일의 분단 현장이기도 합니다. 휴전선 250㎞ 중 87㎞가 경기도를 남북으로 가르고 있으며 판문점 바로 위 북쪽의 개성과 장단 등은 분단되기 전까지 경기도 땅이었습니다. 경기도의 북부 지역에서는 북한 땅과 주민들을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2,500만 북한 주민들은 단지 휴전선 이북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김정은 3대 세습 독재체제에서 인권 탄압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주민들은 자유와 밥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통일은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정치, 경제적 논리에 앞서, 사람의 생명의 문제입니다.
과거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할 때,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인권을 촉구하는 독일인들과 세계인들의 목소리는 제게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지난 18일 주요 8개국 정상들은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의 처우를 포함하여, 보편적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를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오늘 열리는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한내 탈북자의 인권보호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의 모든 시민들이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국제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경기도는 지난 2002년 농기자재 보급 사업을 시작으로 인도적 대북지원사업과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2010년 북한 개풍군에 8만7천㎡ 규모의 양묘장을 조성하여 심어놓은 묘목들이 메마른 북한의 산과 들을 푸르게 하고 임진강의 홍수도 막아주길 바랍니다. 경기도가 지원한 의약품으로 북한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놀기를 희망합니다.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이 남북 공생의 모델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 위협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경기도가 구체적인 실천계획까지 준비해놓은 교류협력사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하루하루 막심한 손해를 입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에 북한은 성의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촉구합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습니다. 제게는 한 가지 더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통일강국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동서독 교류처럼 남북협력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북한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한국과 독일이 수교한 지 13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사이 두 나라는 모두 격변의 세월을 겪었습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폐허와 분단을 극복하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성숙한 자유민주주의를 이루어낸 점은 두 나라가 성공적인 역사를 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통일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1883년 11월 26일 독일과 조선이 ‘통상우호 항해조약’을 맺은 후 130년간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한국과 독일이 앞으로도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로서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라이프치히 시민 여러분, 독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당케 쉔!
2013년 6월 27일
경기도지사 김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