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이 성폭력의 범위를 축소하고 피해자 중심주의를 폐기하는 내용으로 학생회칙을 최근 개정하면서 지난 2011년 발생했던 서울대 담배녀 사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서울대 담배녀 사건은 '성폭행'의 해석 범위 및 피해자 중심주의의 왜곡된 시선에 시사점을 던져준 사건이다.
발단은 남녀 간의 이별에서 시작한다. 서울대학교 사회대 여학생 A씨는 지난해 3월 연인 관계였던 B씨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으며 "B씨가 대화할 때 줄담배를 피우며 남성성을 과시해 여성인 나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발언권을 침해했다"며 B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학생회에 투서했다.
학생회장이었던 유수진 씨는 남학생 B씨의 행위가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해 신고를 반려했다.
하지만 A씨는 "전 남자친구의 줄담배로 상처를 받았으니 이는 곧 폭력에 해당한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했다.
A씨는 또 "관악 학생사회 여성주의 운동은 성폭력을 강간으로 협소화하지 않고 외연을 넓혀왔다"며 "반성폭력 운동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다니지 마라"고 말라며 유수진씨를 비난했다.
당시 서울대 내에는 서울대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성폭력 사건 대책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면서 유 씨는 학생회장직을 사퇴했다. 유 씨는 사퇴의 변을 밝히며 "사회대 학생 활동가 대부분이 여성주의자인 입장에서, 왕따를 당한 것과 비슷한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껴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거식·폭식증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로움을 겪기도 했다"며 "사회대 학생회칙이 규정한 '성폭력 2차 가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지만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할 의사가 없어 학생회장으로서 직무에 맞는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씨의 사퇴 이후 대책위는 성명서를 내고 유씨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들은 "사회대 학생회장 사퇴에 대한 문제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현명치 못한 대처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사건 진행과정에서 상처 입은 모든 당사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위원회는 사건 당사자 A씨가 자신의 경험을 '성폭력'이라고 규정하는 상황에서 대책위 역시 피해자 중심주의를 왜곡된 방식으로 적용했다고 인정했다. 앞으로 피해자 중심주의의 이해 및 적용에 엄밀한 성찰을 수행하겠다고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이후 서울대 사회과학대 성폭력 관련 회칙은 개정작업에 들어갔고 지난달 29일 개정작업이 완료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전 ′한 인간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 성적이거나 성차에 기반을 둔 행위, 의도에 무관하게 피해자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를 모두 포함′ 조항에 규정된 성폭력의 범위가 넓고 모호하다고 판단, 관련 조항을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적 언동,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 일방적 신체 접촉,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 성적으로 불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등′으로 구체화했다.
아울러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동체의 합의를 거쳐 사건이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되면 가해피의자는 ′가해자′로 규정′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바로 가해자로 규정하지 않고 가해피의자로 지칭토록 했다.
서울대 담배녀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서울대 담배녀 사건, 이제야 제대로 알았네", "서울대 담배녀 사건, 유수진씨도 피해자였네요", "서울대 담배녀 사건 통해 피해자 중심주의 허점을 제대로 알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