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1월 1일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 2013년 11월 1일로 가수 인생 23주년을 맞는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수많은 동료 가수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진 지금, 신승훈은 자신의 음악 인생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줄곧 가요계 정상에 서있었던 지난 23년은 그에게 추억이 아닌, 현재진행형 음악을 위한 단단한 밑거름 일뿐이라고.
신승훈이 걸어온 길은 살아 있는 가요계 역사다. 누적 음반판매량 1700만장, 10장의 정규 음반은 모두 골든디스크에 선정됐다. 10년간 가장 많은 1위를 기록한 가수이자 자작곡자이며 총 700회의 수상경력이 있다. 그래도 신승훈은 “여전히 나는 음악에 배고프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2008년 ‘라디오 웨이브’에선 모던록에, 2009년 ‘러브 어클락’에선 알앤비에 비중을 뒀던 그가 오는 23일 4년 만에 선보이는 미니앨범 ‘그레이트 웨이브’에선 알앤비, 힙합,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장을 던졌다.
신승훈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미디어 리스닝 파티’를 열고 미니앨범 ‘그레이트 웨이브’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상업 영화에 흥행했던 감독이 지난 6년간 실험적인 단편영화 3편을 찍은 것에 비유하고 싶다. 1~10집까지 골든디스크를 받았지만 음악적 실험을 하고 싶었고 그 첫째 결과물이 ‘라디오 웨이브’였다. 정규 11집이 나오기 전에 미니앨범 3개를 통해 중간점검을 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
‘그레이트 웨이브’는 ‘라디오 웨이브’와 ‘러브 어클락’에 이은 ‘쓰리 웨이브즈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 시리즈의 완결판이자, 신승훈 만의 음악적 자아를 찾는 6년 간의 긴 실험과 마무리이기도 한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미니앨범이지만 신곡 5곡과 전작 미니앨범의 리메이크곡 4곡이 수록된 스페셜 앨범 형식이다.
“4년 만에 나오는 앨범이다. 미니 앨범이지만 9곡이 담겨 있다. 정규에 가까운 스페셜 앨범으로 앞에 냈던 두 앨범에서 배운 걸 축약한 게 이번 앨범이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기보다는 두 앨범을 내며 경험한 걸 더했다.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평생 음악을 하려는 제겐 길지 않고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신승훈(사진=도로시컴퍼니)
신승훈의 세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곡은 ‘쏘리’다. 신승훈이 작곡했으며 피아노와 첼로, 일렉 기타가 조화를 이루는 브리피시록 장르다. 믹싱만 4번, 가사는 5번 이상 고칠 정도로 공을 들인 이 곡은 신승훈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애절한 느낌의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브리티시록은 애절함이 없잖아요. 한국적인 애절함을 녹여 봤어요. 노래를 들을 때 가사의 의미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 외에도 ‘내가 많이 변했어’, ‘그대’, ‘러브 위치’, ‘마이 멜로디’ 등의 신곡과 ‘그랬으면 좋겠어’, ‘나비효과’, ‘사랑치’, ‘라디오를 켜봐요’ 등 앞서 발표했던 노래들의 새로운 버전이 들어 있다.
다이나믹듀오의 최자가 랩 피처링한 ‘내가 많이 변했어’는 “아임 쏘리, 쏘리”가 반복되는 중독적인 후렴구가 백미.
“힙합 리듬에 건반 코드를 재즈 느낌으로 접목했어요. 그간 멜로디 중심으로 곡을 썼는데 이번엔 음악 흐름에 맞춰 멜로디를 써서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겁니다. 후렴구 반복 멜로디에서 중독성을 예상해봅니다. 또 중간에 어린 아이처럼 제 목소리를 변조시켰어요. 경쾌하지만 즐겁지만은 않은 곡입니다.”
‘그대’는 신승훈표 발라드를 원하는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다. ‘러브위치’는 특정 기타 연주가 반복되면서 쫀득쫀득한 리듬감이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80년대식 펑크디스코다. 신승훈은 본인의 서정적인 목소리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피처링 대상으로 도회적인 느낌의 래퍼 버벌진트를 선택했다.
“칵테일, 맥주를 마시며 듣기 좋은 노래죠. 가사의 라임(운율)을 맞추려고 멜로디를 쓸 때 고민해 세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쳤고요. 일렉 기타 리프(반복 악절)가 포인트인데 다른 악기와 잘 어울리는 공통 음을 찾느라 힘들었어요. 가사가 서정성보다 도회적인 느낌이어서 랩 피처링도 중저음의 도시적인 음색을 가진 버벌진트를 택했습니다.”
1집부터 10집까지 앨범 작사, 작곡을 도맡아왔던 신승훈은 8집 이후 작사활동을 중단하고 작사가 심현보와 호흡을 맞췄다. 그렇지만 11집 앨범부터는 다시 가사를 쓰겠다고 공언했다.
“이제는 더 이상 헤어짐의 눈물이 유치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슬픔을 다른 걸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걸 가사로 쓰려고 한다. 그리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프로듀서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티스트를 꿈꾸는 싱어송라이터였지만 앞으로의 20년은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드릴 겁니다.”
신승훈은 오는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K아트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음반을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달 9일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