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디자인그룹 오월의나무 정진서 실장 인터뷰
한의원 마케팅이 이른바 병원 마케팅 또는 의료마케팅과 어떤 점이 다를까?
국내 한의원 마케팅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오월의나무 정진서 실장은 질문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의원 마케팅이 양방 의료기관 마케팅과 달라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정 실장은 국내 의료마케팅 시장의 실태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마케팅이 곧 광고는 아니지만, 광고의 형태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광고 부문만 살펴봐도 국내 의료마케팅의 현황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정진서 실장의 진단이다.
매출 증대를 꾀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한 뿌리기식 광고 노출에 급급한 것이 국내 대다수 병의원들의 현실이다. 추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노출을 늘리거나 신규 광고채널을 추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운용 중인 광고채널 및 키 메시지, 콘텐츠를 점검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정진서 실장은 강조한다. 이러한 점검과정은, 노출은 잘 되지만 고객이탈율, 내원율이 낮은, '마케팅 누수 현상'을 겪는 상당수의 병원들에게 매우 절실하다. 이것이 바로 병원 마케팅의 시작이 되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 기획'이며, 매출 구조 설계의 기본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많은 국내 의료기관들은 바로 이 노출 마케팅의 수렁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미 대형 의료기관들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너도나도 다 이런 식의 노출 전략만 고수하게 되면 다른 의료기관과 우리 의료기관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야 하는 광고 본연의 목적이 무색해져 버리게 되어 결국 소비자의 불신을 조장하게 될뿐더러, 포털 사이트(네이버 등)로부터 제재를 받게 되어 광고비용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보통 광고활동은 계획(기획)과 실시(집행), 효과측정 3단계로 나뉘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획 단계이다. 그러나 국내 의료광고는 이 중 실시(집행) 단계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정진서 실장은 꼬집는다. 굳이 따지자면 오직 바이럴 노출만이 광고기획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다. ‘의료마케팅 또는 병원마케팅, 한의원마케팅, 의료광고 또는 병원광고, 한의원광고’라고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상위노출 위주의 바이럴 마스터를 자처하는 업체들의 홍보글을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의료법에서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치료사례조차 노출을 위해서라면 거리낌 없이 블로그 등에 사용하는 것을 보면 최소한의 기획도 거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면서, 정진서 실장은 로서 리브스(Rosser Reeves)의 말을 비틀어서 살벌(?)하지만 뼈있는 농담을 던진다.
“로서 리브스의 말처럼 망할 놈의 매출 곡선이 다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은 원장님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의료전문가일 뿐 아니라 한 의료기관의 경영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혼 없는 기획, 기획 없는 광고마케팅만을 추구하게 되면 매출 곡선이 올라가다가 병원이 진짜 ‘망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의료광고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강도 높은 의료법의 제재를 받기 때문에, 그래서라도 '기획'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그게 아니라도 비용문제 때문에 저작권 있는 이미지들을 무단으로 사용하다 저작권자의 거액의 소송 때문에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병원들이 리브스가 혐오했던 훌륭한 글 솜씨 따위를 원치 않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선보이지 않을 때라면 오히려 훌륭한 글 솜씨가 가치를 발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치료후기로 가장한 소위 작업글들과 대형 의료기관들이 주도하는 엄청난 양의 상위노출 포스팅 경쟁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비단 소규모 의원급 의료기관, 또는 개원의들만은 아닐 것이다. 의료소비자들이 겪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방송 등 언론을 통해 간혹 보도되곤 하는 허위광고들이 바로 이러한 무분별한 경쟁의 한 단면일 것이다.
이쯤 되면 ‘광고가 아닌 정보는 무엇일까?’가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될 만하다는 것이 정진서 실장의 솔직한 분석이다. 정 실장은 바로 여기에 의료마케팅의 본질이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의료소비자들은 광고에 그리 관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명이나 건강이 달려 있는 치료와 관련된 정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꼼꼼하게 따져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광고’보다는 ‘후기’와 같은 것에 좀 더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이 ‘후기’의 결정적인 약점은 바로 주관적인 정보라는 점입니다.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정보라는 말입니다. 일부 대형 의료기관들은 아예 온라인 카페를 만들거나, 통째로 임대 또는 구매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료법에서도 후기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것이고, 요즘은 소비자들도 쉽게 믿지 않습니다. ‘좋다 또는 나쁘다’를 언급하는 후기성 데이터를 가공하지도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일차원적인 마케팅을 하는 병원 마케팅기업이 있다면 기획을 해야 하는 마케팅기업으로서 부끄러워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우리 병의원 또는 한의원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정진서 실장은 병원마케팅의 답은 결국 원내에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 말은 마케팅이 의미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원내의 장점을 얼마나 발굴하거나 끌어내느냐, 또한 그것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의료서비스는 치료 기술만이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로 대표되는 의료전문가 그룹, 첨단장비, 제약과 치료도구, 각종 의료정보, 치료 프로그램, 고급 인사업무(차팅 및 CRM 등), 전문 인테리어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종합적인 토털서비스이기 때문에 마케팅 전문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의미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기업들이 받는 경영컨설팅과는 좀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대다수인 국내 병원마케팅의 현실에서 기업에 적용하는 경영컨설팅은 잘 맞지 않다면서 정진서 실장은 병의원에 맞춘 현실적인 마케팅적 관점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거창한 컨설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홈페이지나 블로그 로그 분석 데이터를 보며 방문자수 증감만 논해서는 안 된다. 치료 전환과 관련된 이탈이 발생한다면 병원의 어느 부문에서 발생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같은 치료법이라도 소비자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어떤 요소를 더 강화할 수 있는지를 봐야하고, 로그 분석 자료와 같은 현황 데이터는 다음 마케팅을 어떻게 기획할지와 관련지어서 생각하는 것 등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자인 역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의료기관 명칭 및 로고, 웹사이트, 광고시안, 인테리어 등과 관련되어 있는 디자인은 보통 의료소비자들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일반인들은 이 디자인이 왜 좋은지 나쁜지를 설명할 수는 없더라도 감각할 수는 있다. 바로 그런 부분이 트렌드(유행)와 같은 부분이다. 디자인은 바로 그런 트렌드를 비롯한 요소들을 매우 세밀하면서도 폭넓게 감안해야 하는 전문적인 작업이다. 문제는 의료전문인으로서의 관점을 그대로 반영하기 원하는 의료기관 원장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전문적인 의료지식이나 경험을 각종 디자인에 반영하는 역할을 원장이 자처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문제는 그 이상에까지 관여할 때다. 디자인은 광고주의 호불호보다 소비자와 트렌드를 따르는 편이 좋다는 것이 정진서 실장의 신념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역시 기획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도출되는 디자인의 중요성은 굳이 작업 기간 연장이나 막판 디자인 변경의 곤란함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말할 것도 없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요소를 발굴하고 끌어내는 과정이 마케팅이라면 “의료마케팅 = 포털사이트 바이럴 마케팅”의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진서 실장은 이러한 국내 의료마케팅의 현실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 오월의나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