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톡톡] 국민 10명 중 8명 “개헌 추진” 10명 중 5명 “논의는 내년”
집권 2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에 개헌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개헌 전도사’로 나섰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본격적으로 ‘개헌론’을 꺼내든 데 이어 야권에서의 개헌 불씨 살리기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계는 “먹고 살 문제가 먼저”라면서 개헌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이렇듯 개헌에 대한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개헌 추진 여부는 미지수인 상태지만 어느 정권에서보다 국민들의 여망이 크다는 점이 개헌 성사여부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돈 안드는 개헌 약속 이행하라”에 朴대통령 “개헌은 블랙홀” 선긋기
개헌은 ‘개헌추진 국회의원모임(개헌모임)’은 지난달 27일 국회 의정관에서 ‘개헌추진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발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부터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 등 안정적 국정 수행이 요구되는 분야를 맡고 총리는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맡아 책임정치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대통령중심제로 인한 권력집중의 폐해를 막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개헌모임의 여당 고문인 이재오 의원은 “개헌을 통해 내용적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다음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내년 1월부터는 개헌안을 발의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개헌안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그 안을 발의해 놓고 처리하는 과정까지 많은 수정 보완이 있을 것”이라고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이상) 또는 대통령의 제안으로 발의되며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개헌모임에는 여야 의원 116명이 참여하고 있어 150명의 서명이 필요한 개헌 발의는 어렵지 않다는 전망이다.
개헌 불씨가 살아나자 박 대통령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논의는 블랙홀”이라며 선을 분명히 그은 것.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다 한비자의 ‘침관지해심어한(侵官之害甚於寒)’이란 말로 박 대통령이 개헌논의 반대한 것을 두고 대통령 직분이 아닌 의회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보고 “그 해악이 혹한보다 더 심하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이 의원은 8일 새누리당 중진연석회의에서 정몽준 의원과 함께 개헌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고, 새로운 친박좌장으로 떠오른 서청원 의원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의원은 서청원 의원과의 설전 이후 트위터를 통해 한비자의 “행소충,즉대충지적야(行小忠,則大忠之賊也)”라는 글을 인용해 서 의원의 충성은 박 대통령만 지키려는 ‘작은 충성’에, 자신의 개헌 주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큰 충성’으로 비유하며 친박진영을 비난했다.
野 “6월 선거에 개헌 국민투표” vs 안철수 “선거 앞두고 개헌논의, 적절치 않아”
야권 역시 박 대통령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개헌 불씨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국회의 개헌논의를 차단시킬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만들어 줄 것을 국회에 오히려 요구해야 할 입장”이라고 밝히며 지난 7일 강창희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개헌특위를 설치할 것을 요청했다.
정의당 역시 개헌에 긍정적이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개헌 문제라는 것은 한번 짚어봐야 할 문제”라면서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사회의 기본 질서와 가치를 구성하고 있는 체계를 시대가 변하면 바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범야권 정치원로의 모임인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의 김덕룡 공동대표 역시 “6월 지방선거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논의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지방선거가 지난 다음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정치권이 응답해야 한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 의원은 지방선거 전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개헌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8명 “개헌 추진해야” 10명 중 5명 “논의는 내년으로”
한편, 개헌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커져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리얼미터의 개헌 관련 조사에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국민이 77.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개헌 추진 시기에 대해선 올해보다는 내년에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더 높았다. ‘개헌이 불필요 하다’는 의견은 8.1%에 그쳤고, 잘모르겠다는 의견은 14.6%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헌 추진 시기와 관련해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8.2%가 ‘내년 이후로 개헌논의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고, 29.1%는 ‘올해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개헌 추진 시기는 1년 정도 늦춰야 한다고 의견이 가장 높았다.
집권 2년차를 맞아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겠다는 박 대통령과 친박,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만들겠다는 새누리당 비주류와 야권의 팽팽한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