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부터 한 주 간격으로 문화산책 코너를 진행할 윤은호 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최근 문화 이슈들을 다루어보겠습니다.
최근 들어서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중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난 2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개신교(기독교) 영화 개봉 현상입니다.
지난 2월에는 북한의 지하 개신교회 실제 상황을 극화한 <신이 보낸 사람>이 줄곧 화제였습니다. 북한에서 몇몇 주민들이 비밀리에 개신교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탈북을 시도하게 되는 상황을 담은 이 영화는 평소에 통일, 북한 선교 등의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개신교 교인들의 관람 러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최근에는 창세기에서 마지막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방주를 지은 인물인 노아를 소재로 한 <노아>가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또한 4월에는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장호 감독의 <시선>과 <선 오브 갓>이 개봉될 예정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들은 모두 극영화라는 점에서 기존의 개신교 영화들과도 큰 차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개신교 영화가 갑자기 봇물 터지듯이 발표되는 걸까요? 그 비밀은 개신교 영화 시장이 정착기에 들어섰고, 또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영화 제작사들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영화시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시장이라고 합니다. 위험이 크지만 한 번 흥행에 성공하면 투자한 것 이상의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개신교 영화는 그와 달리 비교적 '로우 리스크' 시장에 속합니다. 흥행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영화가 나온 다음에 교계에 홍보만 돌리면 개신교 신자들이 알아서 영화를 봐 주러 나오기 때문이죠.
▲소명
이미 개신교 영화들이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꾸준히 출시된 점도 개신교 영화 시장이 생겨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쪽에서 스토리셋이 <회복>(2009), <용서>(2010), <성전>(2013), <블랙 가스펠>(2013) 등으로 소위 '신사도주의' 담론을 만들어 왔다면, 반대편에서는 개신교 선교사들을 담은 <소명> 시리즈(2009, 2010, 2011, 2013)과 <오래된 가방>(2010, 2011) 시리즈 등의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를 내놓았습니다. 그 이외에 한 교회가 직접 만든 단편영화 <버스>(2010) 등의 단편 영화들도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영화 시장 형성 움직임이 대형 영화사들을 자극하면서 이번에 대형급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된 것입니다.
또한 최근 들어 30대 이하를 타깃으로 하는 영화가 주로 배포되는 한국영화 시장에서 40대 이상 관람객의 유입을 유도해 전체 영화 시장 크기를 늘린다는 점도 개신교 영화가 흥행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노아>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이 영화의 관람객은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리 예매자 중 40대 이상의 비율이 56%에 달했습니다. 반면 10-20대 젊은이층은 15%밖에 이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엄격한 장로교 문화와 지난 1990년대 초 백워드매스킹 논란을 불러일으킨 '낮은울타리' 등의 영향을 받아 평소에 영화 보기를 꺼리는 개신교 신도들이 영화관에 와서 추가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면 영화관으로서는 나쁠 게 없습니다.
물론 종교적 관점이 신자들의 것과 맞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논란 문제도 큰 편입니다. 실제로 <노아>는 개봉 이후 이번주 내내 페이스북 등지에서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보수 개신교인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노아가 소재만 성경적이지 실제로는 성경적이지는 않아서 봐서는 안 된다' '교회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보러가고 있는데, 주변에 있는 분들이 아신다면 꼭 보지 말아달라고 해달라'라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개신교에 비판적인 내용의 영화가 나올 경우 개신교인들이 무관심하거나 비판적 반응을 보인다는 점도 개신교 영화 시장의 한계입니다. 실제로 작년에 개신교 현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애니메이션 <사이비>가 개봉되었지만, 개신교인들은 그런 영화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의 개신교 영화 현상은 일면 문화의 다양성 보장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없다고 볼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긍정적이지만도 않습니다. 특히 최근의 영화들이 비개신교인들보다 개신교인들만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점도 그렇습니다. 결국 자신들만이 보기 위해 만들어지는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