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새 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를 발표하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23년째 오직 음악으로만 승부하며 열정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이은미의 파워풀한 보컬과 무대 위 카리스마는 세월의 흐름도 비껴간 듯하다. 자신 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젊은 감각으로 대중과 소통에 나선 이은미를 만났다.
지난 2012년 미니앨범 ‘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 이후 2년 만의 가요계 복귀다. 이은미는 ‘음원 발표 후 음반 발매’라는 공식을 뒤엎고 지난 26일 음반을 먼저 낸 뒤 27일 음원을 발표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이는 음원을 공개한 뒤 음반을 발표하는 많은 가수들과 상반되는 행보다.
“제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요. 저희 때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구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 고대하고 기대하고 기다렸어요. 그때가 그립기도 했고요, 오랜 만에 내놓는 음반인 만큼 심혈을 기울였어요. 음악적 완성도에 자신 있기 때문에 음반을 먼저 발표하기로 확정했어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된 이번 신보 ‘스페로 스페레’는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를 비롯 ‘마비’, ‘해피블루스’, ‘사랑이 무섭다’, ‘괜찮아요’ 등 총 5곡으로 구성돼 있다. 큰 줄거리의 연작 이야기를 가슴으로 읽어 내려가는 ‘이은미 표’ 음악. 깊고 진한 이은미 특유의 고독을 느낄 수 있다.
“저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살다 보니까요, 세월을 덧대는 것도 그냥 포개어 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뭔가 꼭 배워야 할 것이 있고 내 것에서 내줘야 한다는 것도 있고 조금 치열한 삶도 좌충우돌 실수도 또 그 어떠한 사랑도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여러분 괜찮아요, 그러니까 아직 희망 있어요. 서로 관심 갖고 우리 서로 들여다봐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가슴이 뛴다’를 타이틀곡으로 고르게 됐어요.”
‘스페로 스페레’는 음악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은미의 등장은 최근 임창정, 조성모, 이선희, 이승환. 박효신, 이소라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들이 컴백을 발표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져 음악팬들의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음악인으로서의 기본을 했을 뿐인데요. 막연하게 남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환상 때문에 가수 활동을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 일인지는 생각하질 않고요.”
▲이은미(사진=네오비즈)
이은미는 이런 가요계 상황에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녀는 음악과 공연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열심히 노래를 한다. 이은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올해에도 어김없이 공연을 한다.
“무대를 너무 사랑해요. 오로지 사람들의 호흡 소리만 들리고 영혼이 몸을 이탈한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한 일체감이죠. 다행히 이 느낌을 매번 느끼진 못해요. 다시 한 번 그걸 느끼려고 더 열심히 몰입하고 더 열심히 노래를 해요.”
이은미는 벌써 25년의 시간을 지나온 꼭 하고픈 말을 전했다. “‘음악가’로서 제일 아쉬운 건 20년쯤 경력을 가진 음악가들을 퇴물 취급하는 것.”이란 말이었다.
20여 년 동안 8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으로 팬들과 마주한 이은미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뮤지션. 이렇게 많은 무대에 선 그녀는 요즘도 떨림이 있을까.
“여전히 부담되고 겁이 나죠. 무대는 제게 있어서 가장 신성한 곳이니까요. 저를 완벽하게 이은미로 서게 만드는 곳이 무대이기 때문에 그 무대를 준비하고 서기까지는 굉장히 많이 긴장하고 빼놓는 것은 없는지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더 많이 긴장이 되죠.
이은미는 단연 실력파 보컬이지만 무대 위를 화려하게 수놓는 아티스트로도 정평이 났다. 시원시원한 고음과 어우러진 외적인 카리스마, 무대 곳곳을 누비는 열정은 대중에게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나 그녀의 맨발은 절대 빠질 수 없는 트레이드마크. 이은미는 신발을 벗고 공연을 선보이며 ‘맨발의 디바’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녀는 1993년 처음 맨발로 무대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래를 부르면서 자유롭고 싶던 그녀의 첫 걸음이 어느 순간 이은미라는 가수의 절대적인 수식어가 됐다.
“‘맨발의 디바’는 최고의 수식어죠. 인정해 주신 만큼 압박감도 있어요. 예전에는 발도 많이 다쳤지만 지금은 스태프들이 알아서 정리를 해줘요. 사실 자유로워지고 싶긴 해요. 요즘은 그날의 컨디션이나 그날 무대 상태나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신을 신기도 하고 무대에서 벗을 때도 아예 벗고 올라갈 때도 있고, 그 칭호 안에 제가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도 들었고요. 여러분들께 정체되지 않은, 고여 있지 않은 새로운 이은미의 음악들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은미(사진=네오비즈)
가요계를 종횡무진한 이은미는 방송에서도 시청자들을 만났다. MBC 가수 경연프로그램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명품 보컬을 과시했다면, 같은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에서는 매의 눈을 가진 심사위원으로 변신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도 대중과 호흡했다.
“‘나는 가수다’ 때문에 달라진 것은 없어요. 전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난 이런 것과는 안 맞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방송을 보시고 시골 아주머니들이 기억해 주시는 것이 소중하고 고마웠어요.”
이은미는 음악활동 외에도 봉사활동, 시민운동, 정치 참조연설 등에도 참여한다. 가수로서 그런 활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을까.
“저도 이제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다 보니까 세상이 이렇게 지금 돌아가는 것에 대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세상이 훨씬 더 좋은 곳이라는 걸, 함께 살아가기 좋은 곳이라는 걸, 우리 서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더 훌륭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라는 것 같이 이루어내고 싶은 거죠. 그러다 보니까 다양한 곳에 제 능력들이 쓰여 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은미의 매력은 진짜 가수다운 보컬이다. 그리고 그 안에 진정성 가득한 애절한 감성이 있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목소리가 주는 향기와 전율을 느껴보자.
“제가 앞으로 얼마나 활동을 더 하느냐는 저 개인의 몫이 아닌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아껴 주시고, 사랑해 주셔야 저의 음악이 살아 있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들께서 주시는 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더 좋은 음악으로 돌려드릴게요. 그것이 가장 이은미다운 모습일 것이고, 여러분들이 이은미를 이은미답게 기억하시는 방법 아닐까 생각해요. 언제가 마지막 무대가 될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