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로 뛰어난 성장을 보여준 걸그룹 시크릿 멤버 한선화가 스튜디오에 들어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곧 높은 구두로 갈아 신고 카메라 앞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몸짓 하나하나에서 이제는 연기자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한선화는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 14일’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드러냈다. 시청자들도 그녀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아 감사해요. 드라마가 끝난 지 일주일 지났지만 아직도 촬영장에 가야할 것 같아요. 연기의 맛을 조금 알 것 같아요. 너무 재밌고, 느낄 수 있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작은 역할이지만 크게 만들어 가는 마음가짐이 생긴 저를 발견했어요. 대본을 열심히 보느라 잠을 못 잔 것도 스스로 대견해요. 그리고 효성이와 나눈 촬영장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도움이 됐어요.”(웃음)
‘신의 선물 - 14일’은 딸 샛별(김유빈)이를 살리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는 엄마 김수현(이보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전과 5범 꽃뱀 출신으로 기동찬(조승우)이 운영하는 흥신소의 직원인 제니 역을 맡아 열연한 한선화는 캐릭터에 잘 녹아들어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니가 저와는 너무 달라 편한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대본을 받고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죠. 무엇에서 영감을 얻어야할지 고민을 하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갔어요. ‘평범한 연기를 하자’는 생각에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것에 살을 붙이고 섬세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무모한 도전이었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모습, 말 한마디에 많은 것이 내포된 제니를 확실하게 알아갔죠.”
▲한선화
제니는 복잡한 캐릭터. 뿐만 아니라 의리도 강한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샛별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선화는 그런 제니를 표현하기 위해 온 몸을 불사른 것은 물론,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 연기도 수월하게 소화했다.
“감정선 연기는 꼭 해보고 싶었어요. ‘신의 선물 - 14일’ 대본을 받고 ‘감정 연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앞섰어요. 매 신마다 이 대사를 왜 하는지를 알아야 했죠. 좀 더 파악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촬영현장에서는 감정 잡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을 먼저 잡고 들어갔어요. ‘아픈 상처를 가진 제니의 기분을 어떨까’에 대해 고민을 했고, 일부러 컨디션을 떨어뜨리려고도 했어요. 기동찬을 좋아하지만 그 감정을 드러내는 신이 없었잖아요.”
제니는 기동찬을 좋아하지만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그녀가 풀어야할 숙제였다. 본인의 연애 스타일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저는 제니처럼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누굴 좋아하면 얼굴에 바로 표가 나요. 저는 연애를 아끼는 스타일이죠. 마음이 가야 해요. 남자를 보는 판단력이 생겨야 하는데 못 믿겠고 겁도 나고 무서워요. 지금은 일이 좋아요. 35살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한선화
그럼에도 한선화의 감정 연기가 안정적일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배우 조승우의 배려가 컸다. 덕분에 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개성 있게 소화했고, 연기에 몰입하며 극의 흡입력을 높였다. 짧은 연기 경력이지만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으로 극이 전개될수록 점점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조)승우 오빠는 상대배우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멋지고 카리스마도 있고요. 승우 오빠와의 연기는 긴장감이 있었어요. (이)보영 언니와 승우 오빠와 함께 해서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승우 오빠가 ‘헤드윅’ 공연 들어간다고 보러오라고 했어요. 근데 ‘티켓 줄게’라는 말을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한선화의 연기 중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소름끼쳤던 장면으로 손꼽힌 것은 정신병원신. 한선화는 샛별이를 찾는 괴한들에 온몸을 구타당한 다음임에도 샛별이를 구하기 위해 정신병원 의사 앞에서 자해 연기를 해내는 등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렇다면 본인이 뽑은 최고의 장면은.
“임무수행을 하는 문방구 신이 좋았어요. 제니가 문방구 주인 장문수(오태경)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요. 제니 입장에서 보면 임무수행을 마치고 ‘나도 처음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골프장 장면이 가장 귀여웠어요. 아닌가요.”(웃음)
▲한선화
‘신의선물 - 14일’은 마지막 16회에 허를 찌르는 반전이 이어졌다. 샛별이를 죽인 진범과 함께 기동호(정은표)의 무죄가 밝혀져야만 한다는 바람 속에서 애매모호한 결말을 맞이했다. 샛별이와 기동호를 구한 기동찬의 행방이 물소리와 함께 모호해졌다.
“대본에는 마지막 결말이 없었어요. 본방 사수하면서 울었어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제니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말이 섭섭했지만 신선했어요.”
한선화는 다음 작품과의 만남에 벌써 설레어했다.
“저에게 주어진 데로 하는 스타일이예요. 그동안 보는 눈이 좁고 놓치고 간 부분이 많았어요. 못 했던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죠.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 공부를 많이 했고, 초석을 다졌다고 생각해요. 캐릭터에 대한 욕심보다 하나씩 좋아지는 거에 만족할게요. 시청자들이 더 기대를 할 텐데 기대에 져버리지 말아야죠. 시크릿 멤버로써 한선화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대중에게 다가갈 거예요.”
‘신의 선물 - 14일’의 제니를 통해, 그동안 갖고 있던 예능에서의 백치미, 시크릿 멤버 한선화의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림과 동시에 연기돌의 진수를 여실히 드러낸 한선화가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