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발생한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렇게 유출된 소중한 개인정보는 보이스피싱, 파밍, 스미싱 등의 금융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한 해 20만 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발생하는데도, 사람들은 “보이스피싱은 나이 많은 노인이나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당하는 것”이라며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는 기사들을 흘려듣곤 한다.
최근 보이스피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보이스피싱 대한민국 총책 이기동 씨의 실화를 다룬 영화가 제작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자전적 참회 소설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의 정체’를 발간한 이기동 씨를 만났다.
이 책에 등장하는 보이스피싱 조직들의 구조, 보이스피싱 방법, 실제 처벌을 피해가는 방법 등은 그야말로 능수능란하고 교묘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 역시 아주 잘 알고 있다. 저자는 이들 조직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현실을 꼬집으며 보이스피싱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상세하게 밝힌다.
<다음은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의 정체’를 발간한 이기동 씨와의 일문일답>
▲소설‘보이스피싱과대포통장의정체’저자이기동씨(사진=윈엔터테인먼트)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의 정체’라는 책을 냈다. 계기가 있나
- 지난 시간 나쁜 짓을 하며 살았어도 처음에는 잘못인지 몰랐다. 통장을 만들어 주는 게 법에 저촉 되는지 몰랐다. 내가 어느 순간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되어 있더라. 피해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 생겼다. 국민들에게 사죄를 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썼다. 피해자가 더 이상 나타나서는 안 된다.
책 내용을 소개해 달라
- 보이스피싱 조직이 어떻게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며 잠적하는 가에 대한 생생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때 잘못된 길로 들어서 중국의 보이스피싱 총책들에게 수천 개의 대포통장을 양도하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나의 경험담에서 출발한다.
보이스피싱 대한민국 총책이었는데
- 올해 나이 33살이다. 18살 때부터 조직 폭력배 생활을 하다 ‘통장을 만들어 오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27살에 보이스피싱 발을 내딛었다. 28살까지 일을 했다. 내 밑에 조직원이 6명이 있었다.
수입은 얼마나 됐나
- 통장을 많이 넘길 때는 하루에 300개씩 넘긴 적도 있다. 짧은 기간에 50억 이상 벌었다. 하지만 남은 건 없다.
넘긴 통장은 어떻게 쓰이나
- 대부분 중국에 넘겼다. 중국에 가본 적이 있는데 조직이 엄청 컸다. 빌라 10세대가 보이스피싱을 하고 있더라. 정말 큰 규모의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더라.
보이스피싱 사기는 왜 계속 발생할까
- 원리는 비슷하다. 내용이 바뀔 뿐이다. 누군가는 계속 당한다. 정부에서 대책은 마련하지만 뭐가 잘 못 됐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보이스피싱에 대한 현실적인 지식을 갖고 범죄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를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소 후 많은 유혹이 있었을 텐데
- 사실 주위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범죄자다 보니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보상을 받는다. 경북 청도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교회에서 강연도 한다.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의 정체’는 ‘작가’라는 타이틀로 처음 펴낸 책이다. 책을 내기 위해 언제부터 준비 했나
- 2년 6개월 형을 받고 성실히 복역했다. 감옥에 있으면서 하루에 2장씩 쓴 게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잠시나마 범죄에 가담했던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하면서 실제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더 이상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냈다.
작가로써 지향하는 삶의 목표가 있다면
-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80군데 넘게 돌았다. 책을 내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 타이틀은 계속 가지고 가고 싶다. 나는 영화 같은 삶을 살아왔다. 강력 범죄부터 마약 등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널리 알려 억울한 피해자들이 없도록 하겠다. 내가 경험으로 얻어낸 지혜를 세상을 어지럽히는 도구가 아닌,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로운 도구로 쓰고 싶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하는 영화도 제작에 돌입한 걸로 아는데
- 윈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의 정체’를 읽고 연락이 왔다. 지금은 기획단계다.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의 정체’를 영화화 하는 것으로 ‘보이스피싱의 정체는 무엇인가’, ‘무엇을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는가’, ‘무엇을 대포폰이라고 하는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가’, ‘어떻게 피해자를 현혹시켜 돈을 가로 채는가’ 등 보이스피싱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담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미와 감동, 교훈을 선사할 영화가 제작될 것이다. 나의 영웅담이 아니다. 금융범죄와 관련된 부분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공감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금융범죄예방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