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지환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빅맨’에서 16부 내내 웃음과 눈물, 진지함을 오가며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 26일 서울 압구정의 한 까페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다양한 코믹 캐릭터처럼 유쾌한 사람이었다.
▲강지환
강지환은 ‘빅맨’에 남다른 의미를 뒀다. 6.0%(닐슨미디어)로 시작한 시청률은 12.6%까지 올라 막을 내렸다. SBS ‘닥터 이방인’, MBC ‘트라이앵글’과 맞붙어 마지막 회 시청률이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 내용도 그렇고 초반엔 재래시장에서 찍고 있었는데 대작들과 붙게 돼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월화극 1위는 기대도 안 했는데 마지막 회에 1위를 하게 됐다. 최선을 다했을 때 결과가 좋으면 기분이 좋다. 휴가가 꿀맛 같다. 끝까지 정말 열심히 했고, 내가 노력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뿌듯하다.”
강지환의 ‘빅맨’ 속 연기 정공법은 빛을 발했다. 어떠한 꾸밈도 없었고 앞뒤 상황을 모두 꼼꼼히 분석한 뒤에 그만의 정답을 만들어 낸다. 강지환은 시장통 양아치 인생을 살던 김지혁, 얼떨결에 현성가의 아들이 되어버린 김지혁,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맞서 싸우는 김지혁, 빅맨으로서 우뚝 솟은 김지혁 등 총 4단계의 변화를 거쳐 오면서 상황에 맞게 대사 톤, 말투, 행동, 눈빛까지 조절하는 것은 기본, 스타일링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캐릭터의 흡입력을 높였다.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그의 내공은 ‘빅맨’ 안에서 최대로 빛을 발하며 그의 연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있다.
“비주얼이 각각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 초반에 살을 찌웠다. 정장은 광장시장에서 구입을 하는 등 나름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원래 기존 작품에서 주인공은 멋있는 영웅인데 김지혁은 순수하면서도 나약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멋있지 않게 보이려고 했다. 캐릭터와 상황에 맞게 연기하고 톤 자체도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강지환
‘빅맨’이 전하고자 했던 가장 큰 메시지는 사람에 대한 가치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지혁의 모습은 진정한 리더상에 대한 끊임없는 화두를 던졌다. 특히 ‘돈이 아닌 사람이 먼저’라는 신념으로 거대한 권력과 맞서 싸우던 그의 행보는 시청자들의 잠재돼있던 의식마저 일깨웠던 터. 씁쓸한 우리네 현실과 대비되며 안방극장에 파문을 일으키며 큰 호응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인간미 넘쳐서 더 정이가고 응원하게 만들었던 친근한 김지혁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불태웠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돈이 아닌 정의가 이기는 세상이 준 짜릿한 카타르시스는 대리만족까지 충족시키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했고, 이는 씁쓸한 현실과 맞물려 더욱 큰 희열을 선사했다.
“드라마 자체가 뻔하고 쉬워 결말을 예상했다. 그래서 뻔하지만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임했다. 정의가 성공하는 뻔한 드라마 공식이었지만 거부감 없이 끝났으면 했다. 사실 배우 입장에서 자극적이고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상대작은 이북에서 오고 그러는데 우리는 따뜻한 공익광고 내용이라. 그래도 따뜻한 결말을 맺을 수 있어 만족한다.”
드라마가 끝난 후 강지환에게는 ‘믿고 보는 배우’, ‘강지환의 재발견’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이 때문일까 타이틀 롤에 대한 집착은 없어지고 연기에 대한 욕심은 더 커졌다.
“타이틀 롤 입장에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런 결과가 나오면 뿌듯하고 좋다. ‘믿고 보는 배우’,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미친 연기력’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고 더 잘하고 싶어진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주인공 욕심이 없어졌다. 이제는 여유로워진 것 같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작품을 즐기면서 캐릭터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강지환은 침체된 KBS 드라마를 살린 구세주가 됐다. 연말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을 기대할 법도 하다.
“상에 대한 욕심은 사실 있다. 상을 받을 때 팬들이 아닌 객관적인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 마음이 울컥해진다. 올해 KBS 대상을 생각했는데 바로 ‘정도전’이 있더라. ‘빅맨’ 시청률 20%가 넘어도 ‘정도전’은 못이길 것 같다. ‘내가 KBS 살렸는데 괜찮지 않을까’ 하다가 조재현 선배를 생각하고 포기했다.”(웃음)
▲강지환
강지환은 유독 소속사와의 분쟁이 잦았다. 두 차례에 걸쳐 전속계약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고, 저작권 침해 혐의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때 만난 작품이 SBS 주말특별기획 ‘돈의 화신’. 그는 대중의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해 혼신의 연기를 선보였고 시청자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원치 않았던 루머 때문에 안타까운 시간을 보냈을 때,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은 돌아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배우는 연기로 승부하자, 정공법으로 가자’는 거였다. ‘캐릭터로 기억이 되자’는 생각이었다. 그걸로 우뚝 서고 싶었다. ‘돈의 화신’은 연기 전환점이 된 작품이고, ‘빅맨’은 첫 골을 넣은 작품이다.”
지난 2002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한 강지환은 약 12년의 세월동안 연기자 강지환으로 살았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는 연기자로 성장했다. 강지환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첫 골을 넣었다. 이제 다득점을 위해 노력해야 할 차례다.
“팬들이 내게 해준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라는 말이다. 작품이 끝났을 때 배우의 모습이 아니라 캐릭터로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 중요한 건 앞으로 또 어떤 인물을 맡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물로 기억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나는 시청률에 연연하는 상업 배우다. 당연히 흥행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배우가 되고 싶다. 중국 드라마 출연도 시기를 조율 중이다. 기대해 달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