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재일교포 3세 정의신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을 비롯해 ‘겨울 선인장’, ‘아시안 스위트’, ‘쥐의 눈물’, ‘나에게 불의 전차를’ 등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은 2001년 일본에서 초연된 이후 2013년 한국 관객과 만났다. 이번 공연은 세 번째 앙코르 공연이다.
이야기는 스물아홉 청년 ‘다모쓰’와 변두리에서 보트선착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촌 ‘슈헤이’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슈헤이’는 동생 ‘분페이’의 아들 ‘다모쓰’를 친자식처럼 키운다. 그는 ‘다모쓰’를 진짜 가족으로 여겨 ‘가족끼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은 ‘다모쓰’는 한 번도 ‘슈헤이’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슈헤이’는 어느날 애인 ‘마스미’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두 사람만의 보금자리는 어느새 낯선 이들로 가득하다. ‘마스미’로도 모자라 보험 영업사원 ‘사토시’까지 합류한다. 여기에 죽어 귀신이 된 ‘다모쓰’의 아버지 ‘분페이’까지 합세해 북새통을 이룬다.
‘다모쓰’와 ‘슈헤이’의 관계는 ‘마스미’의 등장과 동시에 삐그덕 거린다. ‘다모쓰’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 ‘분페이’를 원망하지만, 새로운 가족 ‘슈헤이’와의 삶에 만족한다. 그런 ‘슈헤이’가 ‘다모쓰’에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짓말을 한다. 그는 ‘다모쓰’에게 지역발전을 위한 모임에 나간다 말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마스미’를 만난다. 사실은 안 ‘다모쓰’는 배신감을 느끼고 방황한다. ‘분페이’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슈헤이’에게 버림받을까 걱정한다. ‘다모쓰’는 이를 숨기기 위해 자신이 먼저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이처럼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낯선 이들이 모여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만큼 이야기는 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트선착장에 모인 인물들은 ‘다모쓰’와 ‘슈헤이’를 제외하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다. 이들은 ‘남’에서 시작돼 점점 ‘가족’이 된다. 그 과정은 파란만장하다. 갈등은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가 듯 위태롭게 전개된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이들의 관계도 폭풍우 친 뒤 더 단단해진다.
이야기는 자칫 무거울 수 있지만 유치한 말장난이 더해져 결코 무겁지 않다. 진지한 순간과 유쾌한 순간, 무거운 순간과 가벼운 순간이 자유자재로 치환된다. 관객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간다. 작품은 결말에 이르러 관객에게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작품은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소외당하지 않고 함께 있어 행복한 것’이라고 답한다.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소외된 이들이 모여 가족이 되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으며 순항 중이다.
공연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오는 7월 20일 막을 내린다. 얼마 남지 않은 공연 기간을 입증하듯, 객석은 관객들로 가득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연령대도 다양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30~40대 남성 관객이다. 이들은 유독 ‘사토시’ 대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극 중 ‘사토시’는 작품 특유의 언어유희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예를 들어, ‘슈헤이’가 ‘다모쓰’ 생일을 맞아 특별히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만든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사토시’는 그것이야말로 ‘소 굿!’이라며 말장난을 펼친다. 별거 아닌 대사에도 굵직한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새어나온다.
반대로 여성 관객은 ‘마스미’에 응답한다. 이들은 특정 대사가 아닌 웃음소리와 행동에 박장대소한다. 예를 들어, 여성들은 ‘마스미’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까르르’ 웃는다. 다른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임신 중인 ‘마스미’는 ‘다모쓰’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잔꾀를 부린다. 그는 갑자기 ‘죽을 것 같아’라며 위급한 상황을 연출한다. ‘다모쓰’는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됐을까 걱정한다. ‘마스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라고 답한다.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는 유쾌한 장면이다. 유독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여성 관객들은 ‘마스미’ 이야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반응한다.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남녀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연이다. 관객들은 그 안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슈헤이’ 역은 조연호가 연기한다. ‘사토시’ 역은 김정호와 이도엽이 맡는다. ‘분페이’ 역은 김한과 진선규가 분한다. ‘마스미’ 역은 정연과 양소민이 함께한다. ‘다모쓰’ 역은 오의식과 김지용이 열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