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은 언젠가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드라마에선 처음으로 비중 있는 배역을 맡았지만 ‘꽃할배 수사대’ 속 배우 이초희의 연기는 과하게 튀지도, 존재감 없이 묻히지도 않았다. 상업 영화의 단역으로 시작해 다수의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서 개성 또렷한 연기를 보여줬던 경험이 녹아났다.
최근 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를 마치고 지난 7일 한국경제TV 와우스타와 만난 이초희는 맑은 눈빛과 상큼한 미소가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하는 힘을 갖고 있는 배우였다. 중요한 건 마스크의 분위기를 넘어서는 그 자체의 매력이었다. 더없이 솔직하고 꾸밈없는 말들로 듣는 이를 매료시켰다.
‘꽃할배 수사대’는 70대 노인으로 변한 젊은 형사들과 20대 엘리트 경찰이 원래의 몸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회춘 느와르 드라마. 극중 이초희는 엘리트 형사 이준혁(최진혁/이순재)에게 핑크빛 마음을 품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수사대의 일원 정은지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한 첫 작품이었는데 많이 섭섭하고 다시 촬영장에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아요. 촬영장에 있을 때가 참 행복했는데, 선생님들과 헤어지기 싫었거든요.”
나이 차이가 많은 이순재와 이초희의 환상 호흡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많은 장면에서 함께한 이순재는 이초희에게 새로운 경험과 교훈을 선사했다.
“이순재 선생님께 배울 점이 참 많았어요. 적지 않은 나이신데, 에너지 넘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덕분에 안정감 있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촬영 전날 얼마나 성실하게, 철저하게 준비해 오는지를 보면서 깨달음이 많았어요.”
▲이초희
극중 이준혁 경위(이순재)와는 달달한 모드를, 박정우 경위(김희철)와는 앙숙 케미를 선보인 이초희는 식탐대마왕에 프로 요리가 뺨치는 요리 실력으로 음식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은지 캐릭터는 이초희를 만나 매력을 얻었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정은지를 최선을 다해 보여드렸다고 자부해요. 다른 사람이 만드는 은지와는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죠.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모두, 제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요. 정은지도 비슷한 모습이 많았죠. 덕분에 제 말투나 행동이 많이 반영됐어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양한 모습이 있잖아요.”
배우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초희의 첫 번째, 그리고 유일한 장래희망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다니기 시작한 연기 학원에서 일찌감치 꿈을 찾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고 연기를 잠깐 중단하고 보통의 청소년들처럼 똑같은 10대를 보냈다가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했고 2009년에 ‘세인트 지미’라는 영화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연기자 인생이 시작됐다.
“내성적인 성격은 바꾸고 싶어 연기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셨죠. 연기할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 사람이 될 거예요’라고 큰 소리쳤어요.”
2011년 영화 ‘파수꾼’의 여주인공 세정 역을 섬세하게 연기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후 남자친구의 반전 청혼에 마음 졸이던 맥도널드 CF 순수녀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초희는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현자 역을 맡아 짝사랑의 순수한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KBS2 ‘감격시대’에서는 능청스럽고 유쾌한 말숙으로, ‘참 좋은 시절’에서는 옥택연의 눈물샘을 쏙 빼놓은 첫사랑 서정아로, tvN ‘꽃할대 수사대’에서는 허당 여형사 정은지로 종횡무진하며 팔색조 매력을 펼쳐보였다.
“초반에 반짝 출연하고 빠진 작품들이 많아요. 제가 많이 부족한가 봐요. 아직 많은 경험이 없어서 조금 더 해봐야 잘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를 찾고 싶다는 생각,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만 있죠. 그렇다고 초조해 하지는 않아요. 천천히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오겠죠.”(웃음)
얼굴만 예쁜 연기자야 많겠지만, 그만큼 탄탄한 내공까지 지닌 또래 배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초희가 차분히 내공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단편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이다.
“소속사에 단편영화든 상업영화든 계속 찍게 해 달라고 말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과 토론도 하고 고민을 해야 연기가 발전이 되는 것 같아요.”
▲이초희
‘꽃할배 수사대’로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게 된 이초희에게 어떤 연기 인생을 꿈꾸고 있는지 물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달리 보면 가장 현명한 답을 내놨다.
“열심히 연기하면서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비중이 크든 작든 작품을 하고 싶고,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죠. 저는 롤 모델이 없어요. 누구를 롤 모델로 삼기보다 훌륭한 배우들의 좋은 면을 많이 보고 배우고 싶어요.”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합류한 이초희는 2주 뒤면 촬영에 돌입한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가요계를 무대로 상처투성이 청춘 남녀들이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진실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가수 비(정지훈)의 4년 만의 복귀작이자 걸그룹 f(x)의 크리스탈이 여주인공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초희는 극중 꿈을 좇아 달려가는 열혈 드림걸 윤세나(크리스탈)의 유일한 친구이자 제2의 정샘물을 꿈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보조 주홍 역을 맡았다. 주홍은 졸지에 고아가 된 친구 윤세나와 함께 상경해 자신의 전세 원룸을 그녀와 공유할 만큼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지만, 때론 그런 윤세나를 향한 폭발적인 질투도 일삼는 귀여운 다중인격녀로 엉뚱한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꽃할배 수사대’가 끝나고 2주 정도 여행도 다니고 휴식을 취했으니 그걸로 충분해요. 다음 작품에 곧바로 캐스팅돼서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 큰 행복이죠. ‘꽃할배 수사대’ 촬영하면서 (김)희철 오빠한테 f(x)의 크리스탈 팬이라고 몇 번을 얘기했었는데 같이 연기하게 돼 기뻐요.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크리스탈과는 나이 차이가 있으니까 외모는 비교하지 마시고 연기를 봐주세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정말 예쁜 배우죠.”(웃음)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고 했다. ‘꽃할배 수사대’의 정은지는 준비된 이초희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기회였다. 그는 또 어떤 기회를 잡고 어떤 연기를 펼치게 될까. 이초희는 경험한 것보다 경험하지 않은 것이 더 많기에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