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에 해녀를 생각하는 이는 별로 없지만, 해녀를 알아야 진정한 제주가 보인다. 억척스럽고도 강인했던 그녀들의 삶이 제주도를 지키고 먹여 살렸다는 점에서 해녀는 제주의 문화이자 역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면 해녀들의 숨결이 묻어난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돌을 쌓아 네모난 공간을 만들어 해녀들의 쉼터이자 노천 탈의실 역할을 했던 ‘불턱’이 그 예다. 하지만 해녀문화를 모른다면, 이들의 숨결을 느끼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릴 것이다.
해녀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이다. 이 때문에 지난 12월에는 제주해녀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올해에는 ‘해녀’자체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될 것이 예고됐다.
(사진= 네이버 웹툰 ‘제주구슬할망’, 자료= ‘제주구슬할망’ 공식 네이버 카페)
제주의 꽃이자 자랑인 해녀문화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웹툰이 있다. 네이버 웹툰 ‘제주구슬할망’이다. 제주의 설화 ‘구슬할망’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웹툰은,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간 주인공 ‘허금실’이 해녀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제주 해녀들의 삶과 문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해녀에 얽힌 역사와 제주의 아름다운 배경 등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사진= 웹툰 ‘제주구슬할망’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 자료= ‘제주구슬할망’ 공식 네이버 카페)
‘제주구슬할망’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전래동화를 보는듯한 그림체로 그려져 친숙함을 더한다. 서울에서 역적의 딸로 몰려 오갈 데 없던 금실이가 ‘김덕수’의 도움을 받아 제주로 향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주에서 금실이는 동갑내기 친구인 ‘고수림’과 함께 해녀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이를 지켜본 해녀들의 리더 ‘양만덕’은 금실이가 전복을 몰고 오는 전설의 ‘머정이’임을 확신한다. 만덕성님은 금실이에게 자신의 리더 자리를 물려 주려 하는데, 여기서 갈등이 시작된다. 리더 자리를 탐내는 ‘김화린’은 금실이를 질투해 음모를 꾸미며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끌고 나간다.
웹툰은 제주의 설화 ‘구슬할망’을 바탕으로 제작됐는데, 이 설화에서 여성은 제주의 중요한 존재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설화는 서울에 사는 허정승 딸이 부모에게서 버려져 울고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를 발견한 ‘김동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제주로 그녀를 데려간다. 그녀는 제주에서 물질을 열심히 배워, 결국 해녀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상군 해녀가 됐다. 진주로 가득한 다량의 전복을 딴 그녀는 ‘김동지’와 결혼했고, 임금에게 진주를 진상했다. 이에 임금은 김동지에게 상과 벼슬을 내렸고, 허정승 딸에게는 칠색 구슬을 하사했다. 여기서 ‘구슬할망’의 이름이 유래된 것이다. 할망은 할머니의 제주도 사투리이다.
한편 김동지와 구슬할망은 아홉 명의 딸들을 낳았다. 구슬할망이 죽은 뒤, 딸들은 제주 각 지역으로 퍼져 구슬할망을 조상신으로 모셔 제사를 지냈다. 그 때문인지 이들의 자손들은 크게 번창했다. 후에 구슬할망은 자손을 번창시키는 조상으로 모셔졌다.
설화에서 구슬할망은 물질로 집안의 부와 자손을 번창시킨 존재였다. 예부터 해녀가 집안의 경제적 중축이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2. 해녀로 성장하기 위한 인고의 시간
(사진= 금실이와 수림이가 양만덕에게 해녀 물질 기술을 전수받고 있는 장면들, 자료 = 네이버 웹툰 ‘제주구슬할망’ 캡쳐)
웹툰 속 주인공 ‘허금실’과 동갑내기 친구인 ‘고수림’은 해녀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을 어렸을 적부터 받는다. 현재는 해녀의 고령화로 웹툰 속 장면을 실제로 볼 순 없지만, 과거엔 해녀가 되기 위해서 7~8살 때부터 헤엄과 잠수법 등을 배워야 했다. 훈련은 통상 15~16세까지 이뤄줬고, 몇 년 간 이어지는 긴 훈련을 참아낸 뒤에야 비로소 물질을 하는 해녀가 될 수 있었다.
웹툰에서 해녀들의 리더 ‘양만덕’은 관리들의 부패로 인해 늘어난 공납 수량과 세금에 분노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녀들은 목숨을 바치며 죽어라 전복을 캐고 있습니다. 무거운 공납을 피해 도망가는 해녀가 부지기수입니다”라며 관리에게 소리치며 항의한다. 이 대가로 그녀는 곤장을 맞고 몸져 눕게 된다.
이는 웹툰 속 픽션이 아닌 실제 역사이다. 15~16세기 제주의 많은 해녀들은 관리의 수탈을 견디지 못해 육지로 도망갔다 한다. 이에 조정은 1629년 제주도에 출국 금지령을 내려 해녀의 발을 묶어놨다. 출국 금지령은 1850년 무렵까지 200년 넘게 지속됐고, 이는 제주 인구와 해녀들의 수를 증가시켰다. 조선 숙종 때인 1694년 제주목사를 지낸 이익태가 쓴 지영록에 따르면, ‘미역 캐는 잠녀가 많게는 800명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나온다. 출국 금지령으로 인해 15~16세기 800명이었던 제주 해녀는 1913년 8천 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4. 제주 바닷속 계급
(사진= 상군 해녀에 대한 예의를 가르쳐주는 장면, 자료 = 네이버 웹툰 ‘제주구슬할망’ 캡쳐)
양만덕은 해녀 훈련을 받는 허금실과 고수림에게 “상군 해녀를 잘 모셔라”라고 말한다. 그것이 해녀들의 예의이자 규범이라고 말이다.
해녀들에게도 회사 체계 못지않은 계층이 있다. 계층은 숨의 길이와 잠수 깊이 등 기량에 따라 하군·중군·상군으로 나뉜다. 이는 조업할 수 있는 바다의 깊이와 채취할 수 있는 수산물 양에 영향을 미친다.
계층이 높을수록 바닷속 깊이 내려갈 수 있다. 하군은 수심 3~5m, 중군은 7~8m, 상군은 10m 이상 바닷속으로 내려가 해산물을 채취한다. 각 계층은 정해진 수심에서만 조업하고, 상군은 하군이 작업하는 수심이 얕은 곳에 가지 않는다. 계층이 낮은 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웹툰에서 해녀 혼자 물질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공동체 사회이기 때문이다. 물속에서의 위험 상황에 대비해 해녀들은 항상 함께 작업하며, 선배가 후배에게 기술을 가르쳐 준다.
해녀들이 공동체 사회임을 보여주는 웹툰 속 장면은 ‘미역금채기간’과 ‘바당풀캐기’ 설명에서도 나온다. ‘미역금채기간’은 미역의 최성장기인 3~4월에 미역 채취를 금하는 해녀들의 규칙이다. 과거, 이 기간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미역밭을 감시했다. 미역이 전복 다음으로 귀한 수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바당풀캐기’는 공동어장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로, 이를 위해 1년에 두 번 마을의 여인들이 다 같이 참여했다. 이 외에도 해녀 중 한 명의 경조사가 있는 날이면, 그날은 누구도 물질을 하지 않는다. 공동체 문화가 발달해있기 때문이다. 이는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기도 했다.
이처럼 재밌는 에피소드에서 해녀문화와 삶을 엿볼 수 있는 ‘제주구슬할망’은 독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한 독자는 “그림체가 귀엽고 정감 가며, 스토리가 너무 재밌다.”라고 후기를 남겼다. 이 외에도 독자들은 “스토리가 너무 짧다.”, “네이버에서 다시 연재해줬으면 좋겠다.”, “대장금처럼 드라마로 만들어도 되겠다” 등 연재가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을 댓글로 드러냈다.
한편 ‘제주구슬할망’은 한국콘텐츠에서 지원받아 20화로 제작됐으며, 2009년 12월 29일부터 10년 3월 12일까지 연재됐다. ‘2008 제주 푸른물 이야기 만화·시나리오 공모전’의 대상작품을 활용한 웹툰이다. <계속> ◆관련기사 [지역웹툰] 해녀를 알아야 제주가 보인다 ‘제주구슬할망’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