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이 늘어나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온라인 콘텐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영향력이 커졌다. 그야말로 콘텐츠 시대지만 이에 대한 콘텐츠 노출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온라인 세상에서 적잖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성인'이 됐다.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에서 성인물 영상을 보고, 모바일 게임으로 도박을 즐기며, 배달 앱으로 술을 주문해 마신다.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 속에 청소년들은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93명이 불구속 입건되고, 12명이 구속됐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이 청소년 대상 성매매 알선과 성매수 행위를 지난 겨울방학 동안 단속한 결과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위반 사범 총 105명이 잡혔다. 지난달엔 교회 전도사 A씨가 같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매수자들이 청소년을 성매매의 그늘로 끌어들인 방법은 ‘채팅 앱’이다.
이정심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랜덤채팅앱을 통한 청소년의 성매매 유입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채팅 앱, 청소년 성매매 촉매 역할
여성가족부는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청소년 성매매 실태’와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한 성매매 실태’를 새롭게 추가했다. 관련 범죄가 증가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6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 조건만남을 경험한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채팅 앱으로 상대를 접선했다. 37.4%가 채팅앱. 23.4%가 랜덤채팅앱, 14%는 채팅 사이트를 사용했다.
청소년들은 성매매 조장 앱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성매매 조장 앱 317곳 중 87.7%(278곳)는 본인인증이나 기기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같은 조사에서 드러났다. 성인인증도 필요 없었다. 성매매 조장 웹사이트 108곳 중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곳은 단 15.7%에 불과했다. 사용 가능한 연령도 낮았다. 개발자가 제시한 사용연령은 17세가 가장 많았다. 66.2%인 210곳이 이에 해당됐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앱 운영자들은 성인 인증을 건너뛰게 해 10대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과 채팅에 친숙하다는 사실도 이에 한몫한다.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가 내놓은 <2016 스마트폰 사용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주일 평균 36.2시간이다. 성인 평균 23시간보다 10시간이나 많다. 스마트폰으론 주로 채팅을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메신저 이용률은 100%에 가깝다. 소통 창구인 소셜미디어도 77.2%로 높다.
■ 채팅 앱을 통한 성범죄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선진국처럼 ‘아동유인방지법(Anti-Grooming Law)’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루밍(Grooming)’이란 채팅 등으로 미성년자를 꼬여 성행위나 성매매를 유도하는 행위다.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은 성범죄 관련 사전 정보도 범죄행위의 증거로 채택한다. 채팅으로 미성년자의 성을 착취하려는 시도도 범인을 검거하고 처벌할 이유가 되도록 조치한다. 인터넷상의 대화 내용도 처벌 사유가 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성매매 채팅 앱 운영자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채팅 앱 자체를 규제하고 운영자를 처벌할 확실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알선하거나 정보통신망에서 알선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자는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채팅 앱에선 정보 전달 주체가 이용자다. 또 제17조는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을 발견하는 즉시 삭제하고, 전송 혹은 이용을 방지하는 기술적 조처를 하도록 한다. 그러나 청소년 보호법상 채팅 앱은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에 해당하지 않아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헛점 많은 채팅 앱을 통해 지금도 청소년들이 성매매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집중적으로 보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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