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 대선 결과의 책임론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됐던 ‘가짜 뉴스’가 프랑스 대선까지 집어삼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프랑스 대선 기간 동안 양산된 뉴스의 4분의 1 가량이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독일은 오는 9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가짜 뉴스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탄핵으로 인해 급작스런 대선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의도적으로 작성된 사실이 아닌 내용이 가짜 뉴스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에 각 후보 지지자들 간의 갈등은 물론 사실과 허위 정보를 구분해 내느라 많은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일까지 대선 관련 가짜 뉴스는 3만4628건으로 지난 대선(7201건)에 비해 무려 4.8배나 증가했다. 특히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동안 일부 후보와 정당이 유리한 조사 내용만 선택해 조작된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뉴스는 SNS를 통해 마치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를 방문해 뉴스를 소비했던 기존 독자들은 이제 SNS로 뉴스를 소비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뉴스를 확인할 수 있을 뿐더러 뉴스를 찾으러 직접 검색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딱딱한 형식의 언론과 달리 형식에 틀이 없고 가볍게 제작돼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에서 이용한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는 지난해 전 세계 26개국 5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을 공개했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라스무스 닐슨 박사는 보고서를 통해 SNS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SNS를 이용해 뉴스를 접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무려 평균 5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놓칠 수 있는 중요한 기사를 알림으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60%로 제일 높았고, ‘간단한 방식으로 다양한 소스에 접근이 가능해서’가 50%로 2위, ‘쉽게 의견을 남기고 공유할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35%로 3위를 기록했다.
SNS로 뉴스를 소비하는 소비형태가 증가하면서 가짜뉴스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뉴스의 ‘질’이다.
간단하고 다양한 소스로 위장해 자연스럽게 SNS 상에 침투하는 가짜 뉴스는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전문가들도 디지털 뉴스의 신뢰도가 전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디지털 환경의 뉴스 생산은 비용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자들이 증가하게 되고, 그만큼 가짜 뉴스도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뉴스 선택의 폭이 매우 넓기 때문에 언론의 공정성보다는 자신의 선호도나 ‘정파성’에 따라 뉴스를 선택한다. 정파성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후보나 정당에 치우쳐져 있는 형태를 말한다.
각국에서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독일에서는 SNS 회사가 가짜 뉴스를 확인한 후 일정 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을 시 최고 5,000만 유로(한화 약 602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총선을 앞두고 허위정보로 가득한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한국에서도 가짜 뉴스를 저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자사 뉴스 면에 걸리는 기사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록 SNS보다는 유입 가능성이 낮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미국 등에서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 지목돼 곤혹을 치렀던 페이스북은 대선 기간 국내에서 가짜 뉴스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기존에도 명예훼손 등과 관련해서 정부 기관과 원활하게 공조해왔다”며 “선관위에서 가짜 뉴스 게시물 삭제 요청 또는 국내에서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이를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가짜 뉴스 제지 수단이 사후조치 성격이 강해 근본적으로 가짜 뉴스를 퇴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일단 제3의 기관을 통해 팩트 체크를 하려면 믿을만한 기관이나 언론사를 찾아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플랫폼의 모든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이용자 신고가 활발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이를 점검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가짜뉴스 처벌대상자가 불분명확한 점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SNS와 같은 플랫폼 제공 기업이 과연 뉴스 전달자인지, 이를 확산해내는 미디어 기업인지 명확히 규정이 되지 않은 점도 큰 요인 중 하나다. 가짜 뉴스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진흥재단 박아란 선임연구위원은 ‘신문과 방송’(1월호)에 발표한 ‘가짜 뉴스 유통과 플랫폼의 책임’에서 “플랫폼 사업자를 온라인 콘텐츠의 단순 매개자인지, 나름의 알고리즘을 통해 일종의 편집권을 행사하는 사업자인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처벌 규정과 별개로 가짜 뉴스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백신’ 교육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SNS를 통해 쏟아지는 온갖 정보를 올바르게 해독하는 능력을 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란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거나 공유하는 능력을 말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선진국이나 미디어 관련 국제기구 등에서는 21세기 핵심 역량 중 하나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꼽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교육이 부족했다”며 “그동안 외부 기관에서 만든 미디어 리터러시 교재는 있었지만 교과서에 이 내용을 넣기 위해 정부가 정책 연구로 지원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