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웹툰은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소재로 한 웹툰이다. 언뜻 보면 지역 홍보만을 위한 재미없는 웹툰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재미있다. 더군다나 지역에 숨어있는 이야기와 관광지를 알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지역웹툰] 시리즈 기사는 재미와 지역에 대한 정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웹툰을 소개하고, 이와 연계해서 갈 수 있는 관광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일본 요괴를 활용한 문화산업 콘텐츠가 호황이다. 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포켓몬 GO를 하는 어린이와 어른들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다. 동네 곳곳에 생기고 있는 인형 뽑기 기계 안에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가오나시’ 캐릭터로 가득하다. 애니메이션 ‘요괴워치’에 등장하는 장난감 시계는 아이들에게 인기 선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본의 전통문화인 요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점이다.
국내에도 전통문화 요소를 활용한 요괴 캐릭터가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국내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개성 있고 매력적인 요괴 캐릭터가 있다. 바로 다음웹툰 ‘별신마을 각시’ 속 요괴들이다.
다음웹툰 ‘별신마을 각시’
웹툰 ‘별신마을 각시는 안동의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소재로 한 판타지 웹툰이다. 안동 하회마을에 800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탈놀이인 하회별신굿탈놀이에 등장하는 하회탈 9개가 요괴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안동의 전통문화 소재가 요괴 캐릭터로 거듭난 것이다.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받아 24화로 제작된 별신마을 각시는 지역 소재를 알리는 브랜드 웹툰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별신마을 각시는 ‘브랜드 웹툰은 재미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누적 8백만 뷰 이상을 기록했고, 회당 평균 35만 명이 찾아볼 정도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야기는 주인공 소현이가 안동 수학여행 중 각시탈을 착용해 요괴들이 사는 별신마을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별신마을은 인간 세상과 300년 동안 단절돼 요괴들만 살고 있는 동네다. 그 속에 들어간 주인공이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과 이를 통한 성장스토리를 보여준다.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의 하회탈, 사진= 문화유산채널
웹툰 별신마을 각시에 등장하는 9명의 요괴들은 하회탈의 특성을 물려받았다. 캐릭터의 이름은 하회탈의 명칭 그대로며, 캐릭터의 외모 역시 하회탈의 모습을 빼닮았다. 더불어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 볼 수 있는 하회탈의 행동, 말투, 성격 또한 캐릭터에 녹아났다. 웹툰을 다 읽고 나면 하회탈에 대해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 마을의 수호신을 대신하는 각시탈
주인공 소현이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우연히 각시탈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각시탈을 쓰고 셀카도 찍으며 웃지만, 이내 당황한다. 각시탈을 착용한 순간 요괴들이 살고 있는 별신마을로 이동한 것이다.
실제 각시탈(좌)과 웹툰 속 각시탈(우)
각시탈을 쓰고 별신마을에 도착한 소현이는 그곳에서 특별한 존재가 된다. 별신마을에서 각시탈의 주인은 마을의 수호신 ‘서낭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1년에 한번 마을의 평화와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행하는 축제가 열리는데, 이때 각시탈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축제 마지막 날 각시탈의 주인은 서낭신과 영접해 그 뜻을 마을에 전파한다. 각시탈의 말에 따라 마을의 1년 운영이 달라지는 것이다.
각시탈이 서낭신을 대신한다는 설정은 실제 각시탈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예로부터 하회마을 사람들은 각시탈이 서낭신을 대신한다고 믿어왔다. 이 때문에 각시탈은 5년, 10년마다 열리는 별신굿 때 외에는 보기 힘든 하회탈이었다. 만약 부득이하게 각시탈을 꺼내 볼 때는 하회마을의 별신굿을 주관하는 사제자인 산주(山主)가 반드시 고사를 지내야 했다. 그만큼 각시탈은 다른 하회탈에 비해 각별한 탈이었다.
#2.신분에 굴복하지 않는 초랭이
별신마을에서 인간인 소현이를 지켜주는 요괴는 초랭이다. 초랭이는 낮은 신분과 작은 키 그리고 왜소한 체격을 갖고 있지만 용기 하나는 ‘히어로’급이다. 자신보다 힘이 세고 신분이 높은 요괴들에게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소현이를 지켜준다.
실제 초랭이탈(좌)과 웹툰 속 초랭이(우)
신분에 굴복하지 않는 초랭이의 모습은 하회탈 초랭이의 특징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 초랭이 탈은 양반의 종으로 등장하지만, 양반과 선비를 비판한다. 심지어 선비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통찰력과 예리함도 갖췄다.
윗사람을 비판하는 초랭이탈의 특징은 그 관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초랭이탈은 다른 하회탈과 다르게 비대칭 얼굴에 삐뚤어진 이목구비를 지녔다. 특히 이마는 짱구처럼 튀어나왔다. 관상학적으로 보면 이러한 얼굴은 윗사람과 의견이 맞지 않는 고집불통 상이라고 한다.
#3. 지배계층의 위선을 보여주는 선비
웹툰 속 선비는 양반과 함께 마을을 지키고 운영하는 요괴이다. 마을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가짜 각시탈의 주인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한 마을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덩어리들’이라 불리는 요괴들은 희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덩어리들’은 다른 요괴들과 달리 말을 하지 못하고, 몸집도 가장 작은 요괴들이다. 마치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웹툰 속 덩어리로 투영한 듯하다.
허세로 가득 찬 선비의 모습도 보인다. 웹툰에서 선비는 언제나 자신의 말이 맞다고 얘기한다. 가령 선비는 소현이를 보며 “13살 정도의 암컷 인간이다”라고 추측해 말하지만, 소현이는 “여...열여덟 살 인데요…”라고 소심하게 반박한다. 하지만 선비는 자신의 추측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봐라~ 내 말이 맞지 않느냐!”며 되레 고상한 모습을 취한다.
실제 선비탈(좌)과 웹툰 속 선비(우)
웹툰 속 선비의 허세는 실제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선비탈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선비탈이 양반탈을 향해 내뱉는 대사에는 ‘허세’로 가득하다. 양반이 “나는 사대부의 자손일세”라며 선비에게 자랑하자, 이에 선비는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라고 답한다. 또 양반이 “우리 할뱀은 문하시중을 지내셨거든”이라고 말하자, 선비는 “우리 할뱀은 바로 문상시대인걸”이라며 “나는 팔서육경을 다 읽었네”라고 반박한다. 자신의 허세를 위해 ‘팔대부’, ‘문상시대’, ‘팔서육경’의 표현을 지어낸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