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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개표 방송..."재미없는 정치, 콘텐츠로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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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개표 방송..."재미없는 정치, 콘텐츠로 웃기다"

이선기 기자

기사입력 : 2017-05-11 09:06

지난 9일 한국 조기 대선 결과 소식에 전 세계 외신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당선인에 대한 관심도 매우 컸지만, 뜻밖에도 CG 등을 활용한 한국의 재미있는 개표 방송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미국 외교 전문 잡지 포린폴리시(FP)는 '한국의 미친 개표방송’(The Crazy Ways South Koreans Watched the Election)이라는 기사를 자사 인터넷 판에 게재했다. 매우 흥미로웠다는 의미를 crazy로 표현하며 색다른 방식의 개표 방송 방식을 칭찬했다.

포린폴리시는 “SBS와 MBC가 개표 방송에 포켓몬, 로키, 스트리트파이터 등을 도입한 정교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며 “SNS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SBS의 ‘왕좌의 게임’이었다”고 전했다.

(사진1= 안나 피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 트위터)
(사진1= 안나 피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 지국장 트위터)

다른 외신들도 한국 개표 방송을 두고 시청률 경쟁을 위해 한국 방송사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개표 방송콘텐츠'에 열광했다. 영국 소셜 매체 indy100은 “한국은 선거 결과를 왕좌의 게임으로 제시했다. 한국 사람들은 몇 시간에 달하는 개표방송을 보며 지루해 할 필요가 없다”는 기사를 냈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도 “한국의 개표 방송은 차원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더 버지는 “한국에서는 뛰어난 그래픽을 보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상황과 달리 그래픽들은 꽤 유쾌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 개표방송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크게 화제가 됐다. 경쟁이 치열해진 뉴스 미디어 환경에서 시청률 경쟁을 위해 방송사마다 흥미를 끄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주목을 받았던 방송사는 앞서 언급된 SBS다. SBS는 2012년 대선 당시 개발한 그래픽 표출 시스템 ‘바이폰’을 비롯해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대선 게임, 권좌를 찾아서’로 SNS상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대통령 선거를 인형뽑기에 비유해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것으로 묘사하고 포켓몬 고를 패러디한 ‘투표몬 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SNS 상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됐던 SBS의 ‘대선 게임, 권좌를 찾아서’ (사진=SBS 개표방송 캡처)
SNS 상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됐던 SBS의 ‘대선 게임, 권좌를 찾아서’ (사진=SBS 개표방송 캡처)

MBC는 다양한 자사 프로그램들을 이용했다. 자사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패러디한 ‘복면표왕’으로 크게 눈길을 끌었다. 복면을 쓴 세 인물의 실루엣과 득표율을 보여주고 복면을 벗기며 득표율의 주인공 얼굴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또한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개표 결과를 전하기도 했다.

KBS는 공영방송임을 감안하여 모든 연령층 시청자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전국노래자랑’ 콘셉트 그래픽을 선보였다. 전국노래자랑의 장수 진행자 송해가 나와 특유의 진행방식으로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JTBC는 조금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JTBC는 광화문에 ‘열린 스튜디오’를 세우고 시민들과 함께 진행했다.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해 실시간 설문조사를 반영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생방송에 담았다. 또한 작가 유시민, 배우 윤여정이 패널로 출연해 분위기를 더했다.

(사진=JTBC 방송 캡처)
(사진=JTBC 방송 캡처)

지루하고 천편일률적이었던 방송사의 개표방송이 이처럼 다양하고 재미있어진 이유는 바로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시청률 경쟁’이다.

확고한 공급 중심이었던 기존 전통 매체는 인터넷 발달과 경쟁 매체 증가로 일반적인 콘텐츠로는 살아남기가 어려워졌다. 시청자들은 과거와 달리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원하는 곳을 골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굳이 방송을 보지 않고도 SNS나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얼마든지 소식을 접할 수 있다. 기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전통 매체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뉴욕 타임스는 자사 혁신보고서를 통해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선택지가 넓어지고 업계가 수요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이제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번 대선 개표방송은 콘텐츠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대 흐름에서 전통 매체들의 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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