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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三)층분석] 문유, 인류 최후 생존자의 ‘웃픈’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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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三)층분석] 문유, 인류 최후 생존자의 ‘웃픈’ 생존기

이선기 기자

기사입력 : 2017-05-24 09:10

[웹툰 ‘삼(三)’층분석]은 일층부터 삼층까지 계단을 올라가듯 콘텐츠를 단계적으로 심층분석하는 웹툰 분석 코너입니다. 일부 작품 이야기 전개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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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 : 인류 최후 생존자의 ‘웃픈’ 생존기

지구가 어떤 사고나 재해로 인해 폐허로 변해버렸다. 당신이 지구상에 살아남은 유일한 존재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런 상황을 누구나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두 사라지고 홀로 남겨진 세상. 누군가는 꿋꿋히 살아남기 위해 애쓸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비관해 자살을 선택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상황만 아니라면 꽤나 흥미 있는 이야기 소재가 될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 속에 고독하게 남아있게 되는 가정은 영화에서도 자주 접하는 소재다.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는 전설이다(2007)’나, 한때 ‘감자’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마션(2015)’을 예로 들 수 있다.

영화 '마션' (사진=20세기 폭스)
영화 '마션' (사진=20세기 폭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우주에서의 생존이라는 점에서 마션과 공통점이 많은 작품이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많이 사용된 소재임에도 뛰어난 연출력과 웹툰에 충실한 가벼운 전개로 인기를 얻고 있는 네이버웹툰 <문유>다.

(이미지=네이버 웹툰 '문유')
(이미지=네이버 웹툰 '문유')

- 제목 : 문유
- 작가 : 조석
- 연재 플랫폼 : 네이버웹툰

“지구가 멸망했다. 그리고 나 혼자 달에 있다.”

웹툰 <문유>는 지구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소행성 ‘파이’를 막기 위해 동료들과 달에 파견됐다가 충돌을 막지 못하고 혼자만 살아남은 주인공 ‘문유’에 대한 이야기다.

인류는 날아오는 소행성을 막기 위해 나사(NASA)의 주도 하에 ‘달 방패 계획’을 실행한다. 소행성을 미사일로 격추시키고, 달을 방패 삼아 지구로 돌진하는 부서진 파편을 막는 작전이다. 나사는 실행을 위해 달에 미사일 기지를 짓고 달 거주지 연구를 병행할 100명의 엘리트들을 달로 파견한다. 달로 파견된 엘리트들은 연구를 병행하며 인류를 구할 날 만을 기다린다.

마침내 결전의 날. 차질없이 실행된 계획은 성공을 거두고, 목표를 완수한 100명의 엘리트들은 로켓을 타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한다.

하지만.

만약 지구가 무사했다면 웹툰 <문유>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격추된 소행성의 11분의 1에 해당하는 파편이 그만 달을 빗나가 버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예상 밖의 상황.

바로 지구와의 충돌이다.

인원 수 착오로 본의 아니게 달에 남겨졌던 문유는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보며 짧은 소감을 내뱉는다.

”아 씨…ㅂ” (이미지=웹툰 '문유')
”아 씨…ㅂ” (이미지=웹툰 '문유')

문유는 자신이 인류 최후의 생존자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초기에는 희망을 잃고 자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면서 홀로 남은 넓은 기지 안을 돌아다니며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살아간다.

홀로 달에 갇힌 것도 모자라서 인류의 멸망이라니. 그 내용은 안 봐도 참혹할 것이 뻔하다. 주인공은 외로움에 사무쳐 눈물을 흘리거나, 심하면 정신병에 걸려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아니면 결국 자살할 방법을 찾아내 실행에 옮긴다던가.

하지만 우리는 이토록 무겁고 고독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만화의 작가가 도대체 누구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작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문유의 감정이 대책없이 절망적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거라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 일층분석 : 그는 바로 ‘조석’이다!

웹툰 <문유>를 연재하는 작가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웹툰계의 베테랑, 조석이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마음의 소리’를 연재하는 작가다.

(이미지=조석의 웹툰 ‘마음의 소리’의 한 장면)
(이미지=조석의 웹툰 ‘마음의 소리’의 한 장면)

조석 작가는 탁월한 개그 센스로 1,000화를 넘어가도록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지각 연재’ 없이 성실하게 기한을 맞추며 다져온 신뢰로 큰 인기를 쌓았다. ‘조석식 개그'라 불리는 그만의 독창적인 개그 코드는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다.

감이 오는가? <문유>는 결코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하는 작품이 아니다. 조석 작가는 외톨이가 된 암울한 현실에서도 난데없는 '조석식 개그'를 뿌려버린다. 조석이라는 이름 두 글자는 의구심보다는 오히려 킬킬거리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신뢰를 형성시킨다. 왜냐고? 그는 조석이니까.

조석식 개그는 극중 자살 소동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자살하기 위해 밧줄에 목을 매달지만 우주복 헬멧이 매듭보다 커서 실패하고, 차에 깔려 죽기 위해 차 앞에 드러누우며 한탄하지만 이내 차를 운전할 운전수가 없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빠르게 자연사하기 위해 몸을 혹사했더니 오히려 몸짱으로 거듭나는가 하면,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밤새 책을 읽었더니 지식에 눈을 뜬다.

(사진=웹툰 '문유')
(사진=웹툰 '문유')

과연 SF인지, 액션인지, 판타지인지, 그도 아니면 호러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연재 플랫폼 네이버웹툰은 아예 장르를 ‘개그’로 분류해 버렸다.

# 이층분석 : 조석식 개그에 가려진 섬세한 연출력

강렬한 개그 센스만큼이나 이 작품은 굉장히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한다. <문유>의 연출 방식을 보면 그가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을 했는지 엿볼 수 있다.

<문유>는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흑백’으로만 전개한다. 연출의 핵심이다.

물론 기존에도 흑백으로 전개했던 인기 작품들이 있었다. 완결작 ‘죽음에 관하여’는 그 중에서도 흑백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웹툰 ‘죽음에 관하여’)
(이미지= 웹툰 ‘죽음에 관하여’)

삶과 죽음을 소재로 다루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이승은 컬러로, 저승은 흑백으로 묘사해 저승의 고독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재현했다. 차분한 작화와 어우러져 죽음이 갖는 철학적인 의미를 아주 숭고하게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문유>의 흑백 작화도 비슷한 의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를 위한 선택이었던 전자와 달리, <문유>는 실재하는 공간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흑백을 택했다.

(이미지=웹툰 '문유'의 흑백 작화)
(이미지=웹툰 '문유'의 흑백 작화)

조석은 흑백을 통해 극의 배경인 우주와 달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자칫 잘못하면 몰입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는 흑백 작화는 오히려 우주를 가장 효과적으로 연출하는 신의 한 수처럼 느껴진다. 암흑으로 가득 찬 우주와 흰 색으로 표현된 우주복은 묘한 사실감을 준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문명이 50년이 후퇴한 상황에서 등장하는 낡은 TV 화면은 마치 흑백 브라운관으로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과정을 지켜봤던 1960년대 후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웹툰 '문유' 특유의 문자 배치 구도 (이미지=웹툰 '문유')
웹툰 '문유' 특유의 문자 배치 구도 (이미지=웹툰 '문유')

또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점은 바로 문자 배치 구도다. 대사와는 별개로, 마치 인물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듯한 내레이션의 배치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미지를 배제한 채 큼지막한 내레이션 만으로 극을 전개하는 패기(?)는 조석만이 할 수 있는 또다른 숙련된 스킬이다. 조석은 이같은 스킬로 극의 숨 고르기, 도움 닫기 등 완급 조절을 아주 능숙하게 해내며 지루할 틈을 없게 만든다.

# 삼층분석 : 진지함은 틈새 전략

그런데 무작정 웃기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개그의 틈새로 보이는 진지함은 마냥 가볍게만 보일 수 있는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사실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소행성 파편이 지구를 강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류가 전멸한 것은 아니다. 그저 그동안 쌓아왔던 문명의 산물들이 무너지고 시대가 50년을 후퇴했을 뿐이다.(이 부분은 스포일러로 여겨질 수도 있으나, 연재 극초반에 드러나는 사실이기 때문에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살아남은 지구의 사람들은 주인공 문유의 삶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감시용으로 설치됐던 기지 내 카메라가 송신 위성 실종으로 인해 통제를 잃고 전 세계에 화면을 송출하게 된 탓이다.

자신의 삶이 전 세계로 방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주인공 문유의 행동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지구의 사람들의 관점은 상반된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문유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지구의 생존자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슬픔이 되는 등 오해가 오해를 낳는다. 예를 들어 문유가 음식을 쌓아두고 접시에 덜은 한 조각을 먹는 장면을 보고, 살기 위해 최대한 식량을 아끼려는 생존자의 처절함으로 오해하는 식이다. 이런 오해는 또다른 오해를 낳고, 급기야 문유에게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에 이른다.

(이미지=웹툰 '문유')
(이미지=웹툰 '문유')


(이미지=웹툰 '문유')
(이미지=웹툰 '문유')

이 장면들은 현대사회의 우리 모습과 닮아 있다. 전 세계에 송출되는 문유의 모습에 다급해진 나사의 직원들은 내용을 ‘조작’하기 위해 성우를 고용해 입맛대로 대중을 선동하려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TV라는 프레임에 포장된 모습에 속아 일희일비한다. 분명 어디서 많이 봐왔던 장면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연 기분 탓일까.

물론 보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은연중에 한 번 쯤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넌지시 ‘투척’하기만 할 뿐이다. 독자들은 아무런 불편함 없이 그저 웃기만 하면 된다. 불편할 만한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조석의 연출 방식은 아마 조석만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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