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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터뷰] "삶이 힘들 때 한번 쉬어가요"...토끼 그리는 따뜻한 ‘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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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터뷰] "삶이 힘들 때 한번 쉬어가요"...토끼 그리는 따뜻한 ‘잶’

김하선 기자

기사입력 : 2017-06-05 08:54

"삶이 힘들 때 한번 쉬어가요"...토끼 그리는 남자 ‘잶’

‘카카오 프렌즈’, ‘라인 프렌즈’는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캐릭터다. 어른이라서 생기는 상처를 치유하는 따뜻한 캐릭터도 있다. 상사에게 ‘갈굼’ 당하는 직장 생활, 밀려드는 업무, 너무 복잡해져 버린 인간 관계. 너무 신경쓰이고 눈치 볼 것 투성이다.

일상 생활에서 지친 어른들에게 포근한 그림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한 사람이 있다. 토끼 그리는 남자, ‘잶’이다.

잶 작가,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이미지=잶 페이스북)
잶 작가,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이미지=잶 페이스북)

'잶'은 토끼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항상 미소 짓는 토끼와 따뜻한 글귀로 사람들을 위로한다. '잶'의 토끼에서 많은 팬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작가 '잶'이 토끼를 통해 우리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작가 '잶'은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 경영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작가 본인은 전업작가라 생각하지 않는 취미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SNS상에는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작가 ‘잶’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메시지를 따라가 본다.

(사진=일러스터 '잶' 작가)
(사진=일러스터 '잶' 작가)


■ 디자인 전공이 아닌 경영학도네요.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게 됐죠?

잶 : 저는 매우 계획적인 사람이에요. 확신이 서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2년 전 처음으로 틀을 한번 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든 못하든, 마음이 이끄는대로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그림에)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것을 한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어요. 그냥 평소에 낙서하거나 따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이걸 가지고 한번 도전한 거에요.

■ 작품에 등장하는 '하얀 토끼'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전달하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토끼로 잡은 이유도 궁금하고, 주인공 토끼와 어떤 관계죠?

잶 :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저는 토끼띠도 아니고 토끼를 키워본 적도 없습니다. 사실은 토끼랑 연관된 것이 전혀 없었어요. 뭔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지만 저는 복잡한걸 별로 안 좋아해서 ‘정말 간단하게 그릴 수 있는 동물이 뭘까’ 하고 고민하다가 그게 바로 토끼여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웃음)

사실 저는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어요. 겉모습도 많이들 차가워 보인다고 하시고 무뚝뚝해 보이거든요. 토끼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깜짝 놀라시는 분들도 많아요. 재미있는 것은 최근 들어많은 분들이 저와 토끼가 많이 닮았다고 하시더라구요. 처음엔 많이 부정했는데 이젠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토끼를 그리기 시작한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저 자신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이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네요.

잶 작가, '봄에 들어가다, 입춘' (이미지=잶 페이스북)
잶 작가, '봄에 들어가다, 입춘' (이미지=잶 페이스북)


■ 어떤 일러스트 작가는 그림으로만 메시지를 전합니다. '잶'은 일러스트에 덧붙는 텍스트가 함께 어우러져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아예 <봄에 들어가다, 입춘>,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요>와 같은 작품처럼 텍스트 의미 자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품도 있고요. 일러스트와 텍스트의 관계는 무엇이죠?

잶 : 제가 생각하는 일러스트와 텍스트의 관계는 '눈과 안경'이에요. (시력이 좋지 않을 때는)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안경을 쓰면 더 잘 보이잖아요. 그림만 보고 어느정도 이해 할 수도 있지만 텍스트와 함께 보면 훨씬 더 마음에 와 닿거든요. 어떻게 보면 텍스트와 일러스트를 별개로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텍스트와 일러스트는) 하나죠, 한 작품.

■ 작품에 삶과 관계 속에서의 힘듦을 위로하는 일러스트가 많아요. 따뜻한 메시지의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잶 : 어느 날 SNS 팔로워 중 한 분이 저에게 메세지를 주셨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화나는 일이 있었는데 제 그림을 보고 마음이 편해져서 사무실 파티션 옆에 숨어서 우셨다는 거예요. 앞으로 사람들 마음을 치유하는 좋은 그림을 많이 부탁드린다고 하셨어요. 그때 알았어요. '아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구나'. 그 후로 일상속에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글과 그림들을 올리고 있어요.

잶 작가, '열려있는 문은 반드시 있어요' (이미지=잶 페이스북)
잶 작가, '열려있는 문은 반드시 있어요' (이미지=잶 페이스북)


■ 그림을 그릴 때 에피소드를 먼저 떠올리나요, 일러스트를 먼저 떠올리나요?

잶 : 저는 에피소드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에요. 일상 속에서 누군가 저에게 해 준 말들이나 반대로 제가 누군가에게 해 준 말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러다가 누구나 공감되는 장면이 떠오르면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를 해 둡니다. 그걸 꺼내어 하나씩 그림으로 표현해 나가고 있어요.

■ 좋아하는 국내 일러스트 작품이나 작가는? 추천할 만한 작품이 있을까요?

잶 : 개인적으로 일러스트 작가인 오리여인(@theladyduck)님의 작품들을 많이 좋아해요. 보면서 센스있는 그림들도 많이 그리시고 무엇보다 그림체가 너무 깔끔하고 심플해서 좋아요. 또 한분은 배성태 작가님(@grim_b)입니다. 신혼의 일상을 담은 그림들을 올리십니다. 내용도 너무 좋고 언젠가 저도 결혼하면 이렇게 살고 싶다는 로망을 품게 되는 그림들이 많아요. 특히 작가님만의 따뜻한 색감의 그림체가 너무 좋아서 자꾸만 찾아서 보게 돼요.

일러스터 '오리여인' 작품 (이미지=오리여인 인스타그램)
일러스터 '오리여인' 작품 (이미지=오리여인 인스타그램)

일러스터 '배성태' 작품 (이미지=배성태 인스타그램)
일러스터 '배성태' 작품 (이미지=배성태 인스타그램)


■ 최근 개인 전시회도 열고 작품도 판매했어요. 오프라인 전시회를 열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잶 : 저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의 그림을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그림을 전시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구요. 감사하게도 전시를 주최하시는 관계자분께서 저의 그림을 보시고 '혹시 전시 해 볼 생각은 없느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진행을 하게 되었지요. 무엇보다 전시를 통해 엽서같은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나온 수익금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작가 '잶' 개인 전시회에서 판매된 작품 관련 상품의 수익금 일부는 저소득층 장애 아동들에게 기부된다고 한다. 엽서는 완판됐다.)

■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독자들이 '잶' 작품들을 만났어요. 독자들의 어떤 반응을 보면 힘이 솟는가요?

잶 :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센스 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씀해 주실 때 기분이 가장 좋아요.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였거든요.

■ 앞으로 다른 작가와 콜라보를 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잶 : 기회만 된다면 새로운 제품도 만들어보고 싶고 다른 곳과 콜라보도 진행 해 보고 싶어요. 하지만 이렇게 욕심을 내다보면 제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해보고 싶은 것은 많지만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조금은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려고 해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는 중입니다.

(사진=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잶' 작가의 작품)
(사진=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잶' 작가의 작품)

■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잶 : 다들 힘들다고 하는 세상이잖아요. 제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해 드릴 수 있다면 이보다 행복한 것이 또 있을까 싶어요. 세상에 수많은 토끼 캐릭터들이 있지만 제 토끼는 '함께 공감하며 울고 웃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토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일러스터 '잶'은 따뜻한 그의 작품만큼 인터뷰도 따뜻함이 묻어나왔다. 그를 꼭 닮은 '토끼'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키덜트'들이 장난감, 캐릭터 용품 등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버거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상처투성이 어른들을 보듬는 ‘잶’ 작가의 토끼야말로 진정으로 어른들을 위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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