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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전세계 '한류 팬덤지도' 만들자

윤은호 전문기자문화경영학 박사

기사입력 : 2017-06-10 08:44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프로그램 출연자들도 전용기를 타고 중국 투어를 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아이돌 그룹’과 ‘K-Pop’위주로 형성됐던 제 3의 한류는 한국 문화콘텐츠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팬미팅을 개최한 '런닝맨'
중국 팬미팅을 개최한 '런닝맨'


현재 한류는 ‘팬덤’이 형성된 ‘한류 3.0’으로 정의된다. 먼저 한류의 시기를 구분해보자. 한류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2009년까지 이어진 이 시기를 ‘한류 1.0’이라 한다. 한류 1.0은 특정 드라마와 배우, 특정 가수나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시기는 팬들의 ‘동경’과 ‘호감’ 정도로 분류된다. ‘한류 2.0’은 좀 더 발전된 형태이다. K-Pop에 대한 인기가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열풍이 불었다. ‘팬덤’이 형성된 시기이다. 이때부터는 중남미나 유럽, 미국 등 서구권에서도 일부 팬층이 형성된다. 2012년 이후부터는 ‘한류 3.0’으로 분류한다. 드라마, K-Pop, 게임, 영화, 캐릭터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세계에 확산됐다.

한류란 단어는 본래 중국에서 시작된 말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으로 번졌다. 아시아의 젊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음악, 드라마, 패션, 게임, 음식, 헤어스타일 등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팬덤이 생겼다. 한류 2.0과 3.0 시대를 거치면서 아시아를 포함해 세계 여러 지역에도 확산되고 있다. 한류에 영향을 받는 연령층도 10대에서 전 연령층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류는 전혀 다른 문화권으로 확산되며 문화마다 다른 형태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지역별, 국가별로 형성된 한류의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방탄소년단 빌보드 'Top Social Artist' 수상장면 (이미지=BANGTAN TV)
방탄소년단 빌보드 'Top Social Artist' 수상장면 (이미지=BANGTAN TV)


한류는 이제 4.0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류 3.0시대 일등 공신인 소셜미디어는 이제 세상의 주역이 됐다. 더 빨리 더 멀리 전세계로 한류 4.0은 퍼질 것이다. 문화는 같은 나라에서도 취향에 따라 다른 선호가 나타난다. 따라서 한국 문화에 대해 더 까다로워진 입맛을 가지게 된 팬덤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는 다시한번 한류에게 중요한 도구가 됐다. 소셜미디어에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지역별, 문화별, 국가별 선호를 전략적으로 분석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류 4.0시대를 앞둔 현재, 지금까지 국가별, 문화권별로 한류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팬덤을 분석하고 점검해 본다.

◼︎ 지역별 한류 팬덤

1. 중화권∙동남아 : '선진문화'로서 한국문화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정치적 규제, 종교적 전통이 강한 지역이 많다. 이들 국가들도 인터넷시대 접어들면서는 변화하는 문화적 가치관을 완전히 통제하기는 힘들게 됐다. 한국 문화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부는 '문화변화의 완충역할'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었다.

중국과 동남아는 한류가 가장 먼저 시작된 지역이다. 이곳에서 한류는 ‘선진문화’로 인식됐다. 미국과 유럽과는 달리 비슷한 외모의 배우, 가수들이 등장하는 문화 콘텐츠가 제공된 것이 인기 비결이었다. 당시 서구 대중문화는 중국과 동남아 사람들이 가진 가치관으로는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이른 상태거나 거부감을 줬다. 그러나 한국 문화는 적당히 서구적이면서 전통을 유지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중화문화권에 함께 속해 있었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 자체의 수용성도 높았다.

중화권에서 한류 콘텐츠는 친숙하며, 부담감은 적다. 거기에 세련됨까지 갖추고 있으니 '선진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 제품에 대해 ‘가격이 비싸지만 품질과 디자인이 좋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한류를 접한 이후에 한국 제품 구매의사가 더 커졌다’고 대답했다. 이는 특정 문화나 제품이 선진이나 첨단의 문화와 이미지로 수용됐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자신의 이미지와 일치하거나 자신의 이미지를 발전시켜준다고 여길수록 해당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여긴다. 이런 브랜드는 '팬덤'을 형성하고 '마니아'를 만들어 낸다. 한류 콘텐츠의 중화권 성공도 이와 같다. 지나친 현지화가 아닌 적절히 이국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줬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다.

2. 일본 :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

드라마 '겨울연가'
드라마 '겨울연가'


2000년대 들어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딱히 열풍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중반 드라마 ‘겨울연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욘사마 열풍’을 몰고왔다. 이후 일본은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팬덤의 주역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일본 여성으로 성지를 순례하듯 드라마의 배경이 된 남이섬을 방문했다. 이들은 일본사회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원초적 로맨티시즘’에 대한 ‘향수’를 가졌다.

일본은 국내 일반 소비재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쉽지 않다. 실제 연구된 결과를 살펴보면, ‘한류를 접하고 한국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일본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중국이나 동남아권 소비자들과는 다른 결과다. 하지만 ‘한류를 접한 후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를 방문해본 적이 있는지, 혹은 방문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일본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일본에서 인기를 끈 '겨울연가'는 일본 로맨스에서는 볼 수 없는 강렬함과 정열이 녹아있다. 한국 K-pop 아이돌은 데뷔하자마다 완벽한 노래와 안무를 선보인다. 일본 아이돌그룹은 아마추어같은 느낌에서 팬들과 함께 정상의 스타로 성장해 가는 형태가 많다. 일본에서 성공한 한류콘텐츠는 일본과는 확실히 다른 차별점이 있었다.

일본 진출을 위해서는 현재 일본에 없는 ‘정열적인 로맨스에 바탕을 둔 문화 콘텐츠’나 ‘한국의 정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3. 유럽∙미국 : '동양적 신비주의'와 '비주류의 세련된 문화'로서 수용

서구 문화권에서 K-Pop을 중심으로 한 팬덤현상은 동양에 대한 신비주의적 접근이 큰 역할을 했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동양적 신비주의에 기반해 K-Pop을 접했고, 콘텐츠 질에 만족하면서 팬덤을 형성한 것이다.

유투브에 업로드 된 '별에서 온 그대' 영어 자막
유투브에 업로드 된 '별에서 온 그대' 영어 자막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비주류 문화이나 촌스럽지만은 않은, 그리고 색다른 문화 콘텐츠’로 한류가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유튜브에는 한국 가수의 노래를 모여서 함께 들으며 평가도 하고, 눈물도 흘리며, 때론 자지러지게 웃는 서구유럽과 미국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많다.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촬영하고 편집해서 올리는 것이 일종의 ‘신선하고 색다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한류 성공 요인에는 ‘동양적 신비감’과 ‘색다름’이 차지한다. 주류문화가 아닌 비주류의 마니아 문화이다.

서구의 팬들은 언어 등 '문화적 진입 장벽’이 있는 아시아 문화권에 대해 깊게 접근한다. 전 세계적으로 조직된 전문 번역팀을 만들어 동아시아의 문화와 콘텐츠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인 동시에 전달자로 활동하는 특징이 있다. 불편과 수고를 감내하고 자신의 취향을 즐기는 전형적인 마니아적 속성을 지닌다. 유럽의 한류 팬들은 단순히 한국 대중문화에만 열광하지 않는다.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권의 다른 문화를 발굴하고 향유하는 것에 익숙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는 한류가 ‘비주류 문화지만 촌스럽지 않고, 색다른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4. 중남미 : 색다른 '공감대'문화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월드컵 이후 중남미인들의 70%가 ‘한국을 안다’고 대답했다. 이후 한국산 전자제품이 수출되면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이 중남미 시장에 흘러들어 갔다.

중남미 지역의 한류 열풍은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주의적 접근 때문이다. 중남미 팬덤은 유럽이나 미국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과 중남미는 유교적 가치관이 깔려있다. 가족중심 문화, 보수적 정신문화, 경제발전 후발 국가로서의 정체성과 공감대 등 유사점이 많다. 중남미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는 색다른 것이었나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유사성에 ‘신비주의’가 더해져 한류 팬덤 형성에 크게 이바지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중남미의 경우 한류를 받아들임에서 인종이나 언어적 유사성은 없었다. 그러나 ‘동양에 대한 신비감’과 ‘의외의 문화적 유사성’, 그리고 ‘이미 익숙해진 한국산 전자제품’등이 중남미 사람들의 개방성을 높였다.

한류의 성공은 한류 마니아와 팬덤을 만들었다.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도 전세계에서는 일어나는 팬덤은 우연한 것, 일시적인 현상으로 과거에는 생각했다. 이제는 문화적 한 장르로 정착하는 중이다. 전에는 누가 우리의 팬이고, 팬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제는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한류는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흐름이 멈출 수 있다. 한류 팬덤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생산자는 이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세계 '한류팬덤지도'를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 참고자료
- 이인구∙정근미∙한혜수, “한류현상의 특성에 관한 중∙일 간 마케팅 관점의 비교연구”, <한몽경상연구> 제16권 2호
- 이용선∙황형태∙김승기 “중남미 지역의 한류진출 현황과 전망”, <중남미연구> 제28권 2호
- "멕시코에선 장동건, 일본에선 욘사마… 지역마다 다른 한류스타, 다른 시장을 만든다", 안종배, DBR

윤은호 전문기자(문화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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