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조내규 인턴기자] 클래식 음악은 가깝고도 먼 음악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고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클래식 음악은 CF,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등장하며 대형 마트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진은숙, 백건우와 같은 우리나라 최고의 클래식 음악가를 아는 사람은 소수다.
많은 사람에게 클래식은 여전히 지루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미디어에서 들어본 소수의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은 생소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곡의 길이는 길고 담고 있는 내용도 많다. 초심자들이 배경지식 없이 작품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직 고전 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는 어떤 클래식을 들어야 할까.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의 귀에 친숙하게 들리지만, 자주 소개되지 않는 작곡가의 작품을 찾아봤다. 오늘의 주인공은 비운의 천재 작곡가 앙드레 마티유다.
작곡가 앙드레 마티유(Andre Mathieu)
◇ 앙드레 마티유의 인생 스토리 : 요절한 천재 음악가
하늘이 시기할 정도의 천재는 요절한다는 속설이 있다. 전설적인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과 모차르트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앙드레 마티유도 어린 시절부터 찬사를 받았지만 젊은 나이에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비운의 음악가다.
앙드레 마티유의 데뷔는 그 누구보다 화려했다. 192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앙드레 마티유는 말을 떼기도 전에 작곡과 피아노에 두각을 드러냈다. 5살에는 자신이 작곡한 곡으로 피아노 연주회를 열어 클래식 음악계의 신동으로 떠오른다. 파리, 뉴욕, 런던을 돌며 공연을 열었고 열광적인 찬사가 이어졌다. 프랑스의 유명 음악 평론가 에밀 뷔예르모(Emile Vuillermoz)는 “모차르트도 저 나이에 저런 음악을 작곡하지 못했다”는 평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천재였다. 마티유는 18세가 되던 1946년, 파리로 유학을 떠나지만 이내 위기를 맞는다. 마티유는 작곡가로 인정받고 싶었지만, 대중들은 그의 음악에 관심이 없었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그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과 너무 달랐던 것이다. 대중들과 평단에게 앙드레 마티유는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그저 그런 음악가였을 뿐이다.
평단과 대중들의 외면을 받은 앙드레 마티유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일 년 만에 캐나다로 돌아온 그는 이내 알코올의 유혹에 굴복당한다. 1960년 결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알코올 중독과 정서적인 문제로 짧게 끝나고 만다. 결국, 앙드레 마티유는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앙드레 마티유가 죽고 난 이후에야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앙드레 마티유의 비극적인 삶은 2010년에 <앙드레 마티유(L'enfant prodige)>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매력적인 그의 음악이 잊혀지기에 너무 아쉬웠던 것이다.
앙드레 마티유의 삶을 그린 영화 〈앙드레 마티유〉 (사진=공식 포스터)
◇ 앙드레 마티유의 매력 포인트 : 잘 몰라도 듣기 좋은 음악
앙드레 마티유(Andre Mathieu)의 작품은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히사이시 조(久石讓)의 영화음악처럼 멜로디가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서 배경지식 없이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곡의 분위기가 극적이고 다채롭게 변화하기 때문에 귀로 듣는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진다. 클래식을 자주 듣지 않아도 뉴에이지 음악이나 영화 음악을 좋아한다면 앙드레 마티유의 작품이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음악은 친숙하고 쉽지만, 작품의 수준은 떨어지지 않는다. 앙드레 마티유의 음악은 낭만주의의 스타일과 인상주의의 스타일이 혼합된 양식을 가지고 있다. 앙드레 마티유는 두 시대의 피아노 음악을 쉽게 풀어 소개한다. “어린아이에게 설명해 줄 수 없다면, 그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앙드레 마티유는 그 누구보다 클래식을 잘 이해한 천재 음악가다.
알랭 르페브르(Alain Lefevre)와 투싼 교향악단(Tucson Symphony Orchestra)의 앙드레 마티유 피아노 협주곡 4번 앨범(2008년, Analekta)
◇ 앙드레 마티유의 음악 스타일 : 낭만주의와 인상주의의 융합
앙드레 마티유는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음악을 혼합하여 현대에 재현한 음악가다. 그의 대표 작품인 <피아노 협주곡 4번>에서 두 시대의 스타일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낭만주의 작곡가인 쇼팽·리스트와 인상주의 작곡가인 라벨·드뷔시의 피아노 연주 기법이 등장한다.
<피아노 협주곡 4번>의 멜로디를 주목해보자. 작품 전반에 물결처럼 유려하고 긴 멜로디가 두드러진다. 반복되지 않는 긴 멜로디는 낭만주의 음악의 특징이다. 마티유는 여기에 인상주의 음악의 스타일을 더했다. 반음계나 5음계로 이루어진 짧은 멜로디를 섞어서 몽환적인 느낌과 긴장감을 부여한 것이다.
마티유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려고 했다. 불협화음과 비 음악적인 리듬, 멜로디를 사용하는 현대 음악의 풍조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기법으로 작곡한 작품만 예술로 인정했던 20세기의 클래식 음악 평단은 그의 작품을 외면했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1968년 이후부터 앙드레 마티유는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그의 음악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공식 테마 음악과 환영식 노래로 쓰일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