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이민우 기자] 러시아 월드컵이 단 2경기 만을 남기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 진출한 많은 팀들은 이제 각각 대륙 메이저 대회를 노린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러시아 월드컵을 아쉬움을 3·4위전에서 쏟아내고 유로 2020을 향해 다시 한 번 달릴 계획이다.
3·4위전은 매번 월드컵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기다. 결승행이 좌절된 ‘이무기’들이 용이 될 기회를 얻지 못한 아쉬움으로 임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만큼은 치열하다. 3·4위전은 결승전에 가지 못한 분노와 순위 쟁탈을 위한 경쟁심이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반면 준결승전은 이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가 나오기도 해 예상치 못한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사진=잉글랜드·벨기에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 ‘유로 2020을 바라보다.’ 잉글랜드와 벨기에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좋은 선수단을 가졌음에도 메이저 대회 성적이 좋지 못한 공통점을 지녔다. 세계 톱을 다투는 선수들이 잉글랜드와 벨기에의 선수단에 포함됐지만, 이들이 국가대표팀에서 거둔 성적은 아쉽다. 프로 리그와 소속팀에서는 ‘용’이었던 선수들이 국가대항전에서는 ‘이무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잉글랜드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함께 승부차기와 對스웨덴전 징크스를 이겨냈지만 가장 중요한 4강 징크스는 날려보내지 못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에 신선한 포메이션과 창의적인 세트피스 전략을 펼쳤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사진=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잉글랜드는 강팀임에도 오픈 플레이 득점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득점은 12골이다. 이 중 세트피스 기반 득점이 6회로 절반을 차지한다. 오픈 플레이 득점은 3회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페널티 킥 득점이다. 높은 세트피스 득점력은 분명 좋은 장점이다. 무기다. 하지만 세트피스 공격은 변수가 많다. 따라서 오픈 플레이 득점 방식에서 효율성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세트피스 공격이 ‘필살기’는 될 수 있어도 한 팀의 ‘주공’으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잉글랜드 4강전에서도 세트피스 득점을 만들었지만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해 탈락했다.
잉글랜드는 2020년까지 계약을 맺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연장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경질에 대한 부담 없이 유로 2020을 향한 플랜을 짤 수 있게 됐다. 잉글랜드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남은 2년과 4년 동안 오픈 플레이 전술 구성과 향상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오픈 플레이 득점 방식이 개선된다면, 잉글랜드는 충분히 유로 2020에서 영광을 맛볼 수 있다.
벨기에는 1984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또 4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아자르·루카쿠 등 벨기에 황금세대는 이상하게도 메이저 대회에서 맥을 못 춘다. 2010년이 벨기에 '황금세대'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그간 벨기에가 거둔 메이저 대회 성적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2010 월드컵과 유로 2012은 예선탈락했으며, 2014 월드컵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사진=벨기에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벨기에가 이번 러시아 월드컵이 아쉬운 것은 ‘최상의 전력’이 가동되지 못한 점이다. 라자 나잉골란이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과 불화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벨기에가 러시아 월드컵을 거듭할수록 주 전술인 백스리 기반 포메이션에서 라자 나잉골란의 공백이 아쉬웠다. 왼쪽 전문 윙백이 부재한 것이 큰 문제로 작용했다. 야닉 카라스코나 나세르 샤들리는 왼쪽 윙백 포지션을 90분 내내 맡기기 힘들었다. 두 선수 모두 윙어 출신인 데다가 윙백 포지션에 대한 이해, 활동량, 수비력 모두 낙제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라자 나잉골란은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지만, 다재다능한 능력과 플레이 스타일 상 윙백으로도 활용 가치가 있었다. 벨기에가 프랑스와 4강전에서 라자 나잉골란이 왼쪽 윙백 포지션을 메웠다면 4강전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라자 나잉골란은 대표팀 은퇴를 했고 로베로토 마르티네즈 감독 체제에서는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쉽지만 벨기에와 라자 나잉골란의 동행은 2018년까지로 보인다. 벨기에가 유로 2020에는 조르당 루카쿠 등 새로운 윙백 자원을 대표팀에 적용시키려 노력해야하는 이유다.
◇ 9번의 자존심, 해리 케인 VS 로멜루 루카쿠
(사진=잉글랜드·벨기에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해리 케인과 로멜루 루카쿠는 잉글랜드와 벨기에의 ‘9번’으로서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 폭풍을 이끈 선수들이다. 등 번호 9번은 '골'에 대한 팀의 절대적인 신뢰를 뜻한다. 두 선수는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까지는 이런 신뢰에 부응했다. 해리 케인은 조별 예선에서 해트트릭을 포함해 5골을 기록했다. 로멜루 루카쿠는 멀티 골을 조별예선에서 2번 기록하며 4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리 케인과 로멜루 루카쿠의 득점력은 토너먼트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등 번호 9번이 가진 의미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다. 해리 케인은 16강 콜롬비아전에서 널티킥으로 1골만 기록했다. 로멜루 루카쿠는 브라질전에서 어시스트 하나만 올렸을 뿐 골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두 선수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개인 기록과 나쁘지 않은 팀 성적을 기록했지만 웃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잉글랜드와 벨기에가 떨어진 4강전이 전부 1점 차 승부였다는 점이 뼈아프다. 해리 케인과 로멜루 루카쿠가 4강전에서 한 골만 더 기록해줬어도 결승전 출전팀이 바뀔 수도 있었다.
현재 해리 케인과 로멜루 루카쿠는 서로를 제외하면 득점왕 경쟁자가 없는 상태다. 데니스 체리셰프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4골을 기록했지만 각각 16강과 8강에서 떨어졌기에 득점 추가는 없다. 킬리앙 음바페가 3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해리 케인과 로멜루 루카쿠보다 득점왕 가능성은 작다.
득점왕에 더 가까운 선수는 당연히 2골을 앞서 있는 해리 케인이다. 해리 케인은 총 6골로 득점왕 경쟁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잉글랜드가 3·4위전에서도 해리 케인의 득점왕을 굳히기 위해 선발로 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해리 케인이 이제 마주한 문제는 파트너다. 라힘 스털링은 기술이 좋지만 득점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제이미 바디는 빠르고 뛰어난 결정력을 지녀 압박을 분산해 줄 수 있지만 해리 케인의 위치가 아래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로멜루 루카쿠는 토너먼트 무득점 탓에 4골에 묶여있다. 그래도 2골 차이는 어렵긴 해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차이다. 벨기에 선수들도 로멜루 루카쿠를 위해 최대한 기회를 몰아줄 것으로 보인다. 해리 케인이 현재 득점을 제외하면 공격포인트가 없다. 만약 두 선수의 득점이 4강전에서 동률로 맞춰지고, 해리 케인의 도움 추가가 없다면 러시아 월드컵 득점왕은 로멜루 루카쿠의 차지다.
과연 잉글랜드와 벨기에를 대표하는 9번 중 어떤 선수가 마지막 토너먼트에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