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고경희 기자] '싱어송라이돌’ 정세운이 랩을 한다. 이번 앨범 <어나더(ANOTHER)> 여섯 번째 트랙 ‘섀도우(SHADOWS)’에서 그의 랩을 짧게 들을 수 있다.
“Come back to me 넌 책갈피처럼
고단한 삶에 쉼표가 됐어
알잖아 같이 그려왔던 날들에
네가 있어야만 하니까”
(정세운 '섀도우' 중에서)
어색할 거 같았던 ‘싱어송라이돌’의 랩은 예상외로 귀에 착착 감긴다. '쿵쿵'거리는 비트 대신 멜로디 위에 가사를 얹어서 일까. 랩을 하는데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힘주지 않고 편안하게 노래부르는 그의 습성이 랩에도 담겨있다. 일명 ‘멜로디랩’. 그의 주특기인 노래에 비해 랩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세운이 랩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 감미로운 목소리와 재치있는 랩으로 노래 곳곳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던 소년의 무대를 기억한다.
◇ 17살 소년의 첫 자작곡, ‘엄마 잠깐만요’
▶ 영상출처=유튜브 'SBSNOW' 채널 “요새 대세가 기타 치면서 랩 하는 거래. 오 그래. 악동뮤지션 때문인가 보네”
“여기부터 랩이 들어가면 될 거 같은데 어떻게 무슨 말을 할까 모르겠어”
(정세운 '엄마 잠깐만요' 중에서)
정세운의 첫 자작곡 ‘엄마 잠깐만요’는 ‘멜로디랩’의 시초다. 정세운이 <K팝스타3>(2013) 오디션에 참가했을 때 처음 선보인 곡이기도 하다. “학교 끝나고 오면 10시인데, 예민한 이웃 아저씨 때문에 기타를 못 쳐요. 그래서 엄마한테 5평이라도 좋으니까 이사가자는 곡입니다”. 그는 덤덤하게 곡 설명을 한 뒤에 노래를 불렀다.
17살 소년의 무대는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한다. 예견된 결과였다. 자신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를 매력적인 음색으로 풀어낸 덕분이다. 특히 랩이 들어간 도입 부분은 어쿠스틱 곡 속에서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기타를 치면서 랩을 했던 가수는 정세운 이전에 ‘악동뮤지션’이 있었다. 박진영은 “악동뮤지션은 대단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장르는 아니에요. (하지만) 정세운 씨는 제가 사랑하는 장르의 악동뮤지션 같아요”라고 정세운을 극찬했다.
◇ 알맹이 빠진 ‘멜로디랩’
▶ 영상출처=네이버 VLIVE
정세운이 편곡한 빈지노의 ‘아쿠아맨’에서도 ‘멜로디랩’을 들을 수 있다. 로맨틱한 기타 연주가 비트 대신 깔린다. 통기타와 힙합은 물과 기름처럼 전혀 다른 장르지만, 정세운을 주축으로 하나가 된다.
그러나 ‘아쿠아맨’에는 정세운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 이번 수록곡 ‘섀도우’도 그렇다. 남이 써준 가사를 읽어줄 뿐이다.
아직도 정세운을 보면 <K팝스타3>에서 그가 보여준 무대가 떠오른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기타가 있고, 목소리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진심을 담은 ‘멜로디랩’은 좀처럼 들을 수 없다. 아쉽다. 자기 이야기를 서슴없이 들려주던 소년의 모습이 그립다.
<K팝스타3> 당시 유희열이 질문을 하나 했다.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정세운은 코를 쓱 닦으며 수줍게 대답한다.
“그냥…재밌게 음악 하고 싶어요”
정세운이 데뷔한 지 1년도 채 안 됐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세운의 표정은 ‘세상 행복’이다. 그가 유희열에게 대답한대로 ‘재밌게 노래하는’ 가수가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