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은 불안감을 일으키는 데 최고인 감각이다. 늦은 밤 골목,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끔찍한 상상을 떠올리게 하듯이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공포는 배가 된다.
<스위트홈>의 괴물들은 근처에 오면 독특한 현상을 일으킨다. 휴대폰에서 '삐'하는 기이한 소음이 난다. 소음은 괴물이 다가온다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독자는 근처에 괴물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정확한 위치나 정체는 알 수 없다. 소음이 울리면, 생존자들처럼 어디선가 괴물이 달려온다는 두려움만 남게 된다.
두 번째 ‘좁은 공간’.
<스위트홈>의 생존자들은 오피스텔 안에 숨어있다. 문제는 건물 안에도 바깥과 마찬가지로 괴물이 우글거린다는 점이다. 건물 안에서 괴물과 맞닥뜨리면 도망은 불가능에 가깝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괴물을 마주하는 순간, 계단은 '막다른 골목'이 된다(사진=네이버웹툰)
최악은 계단에서 괴물을 마주할 때다. 계단은 복도보다도 좁다. 심지어 경사가 있어 빠르게 이동할 수도 없다. 한 마디로 가장 위험한 장소다. 영악한 두 작가는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를 고장 내, 생존자들을 강제로 계단에 밀어 넣는다. 독자들은 생존자들이 이동할 때조차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은 ‘빛’의 활용이다.
<스위트홈>은 빛의 세기와 날아오는 방향에 따른 그림자를 이용해 인물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영화의 ‘조명’과 같은 원리다.
<스위트홈>은 빛을 밑에서 비출 때가 많다. 앞머리나 안면 굴곡에 의한 그림자가 역방향으로 드리워져, 굉장히 이질적이고 불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인물의 두려움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괴물의 공포감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밑에서 비춘 괴물의 모습은 끔찍할 정도로 ‘그로테스크’ 해진다. 역광을 강조해 그림자를 앞쪽에 집중시켜, 괴물의 압박감을 강조하기도 한다.
밑에서 비추는 조명은 인물의 불안한 심리나 괴물의 기괴함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사진=네이버웹툰)
긴장감이 격해질수록, 빛과 그림자 간의 명도 차이는 점점 더 선명해진다. 인물의 고조되는 심리 변화도 극적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스위트홈>은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괴물이 위험이 다가옴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싹한 것은 알려주는 ‘방식’이다. 소리, 공간, 인물의 표정 등을 통해 <스위트홈>이 그려낸 위기감은 지나치게 생생하다. 독자들이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