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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이야기를 담는 노반작가의 'DO NOT'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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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이야기를 담는 노반작가의 'DO NOT' 展

이지웅 기자

기사입력 : 2019-06-05 12:12

도시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욕망을 자극한다
6월 7일 ~ 6월 30일 | 역삼동 BT Gallery

노반작가의 ‘DO NOT’展 / 사진= BT Gallery
노반작가의 ‘DO NOT’展 / 사진= BT Gallery
[더파워=이지웅 기자] 노반은 주로 도시의 높은 빌딩숲을 그렸다. 특히 강남 일대의 빌딩숲을 다뤘는데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대표적인 화가 겸재 정선의 화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양에서의 회화는 원근법을 기반으로 하지만 동양화에서는 삼원법에 기반을 뒀다. 한국의 옛 회화는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이었던 중국의 것을 그대로 모사하는 관념산수화가 유행했다면 겸재 정선과 그 당시 문인들은 천경기실(踐境記實), 즉 실재하는 대상과 경험을 중요하게 여겨 풍경을 답사하고 기록함으로써 조선 예술 내부에 변화가 일어났다. 정선 역시 당시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전국 각지의 수려하고 아름다운 산수를 직접 현장에서 스케치하고 느꼈던 감흥을 그대로 화폭에 재현했다. 특히 그를 압도하고 전율하게 만들었던 금강산은 그가 두 번 이상 답사하고 제작했던 것이 '금강전도'다.

노반, 'city of color18' / 사진제공=노반
노반, 'city of color18' / 사진제공=노반
노반은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아파트 맨 꼭대기층에 올라갈 기회가 있었다. 그당시 눈앞에 펼쳐진 우뚝우뚝 솟은 빌딩들과 광활히 펼쳐진 강남이 마치 겸재의 금강전도를 연상시켰다고 한다. 그 이후로 노반은 계속 강남의 빌딩숲을 그렸는데 소재는 현대화 되어있는 빌딩숲을 그렸지만 겸재의 실경산수를 기반에 두고 작업을 하다보니 작가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사하게 됐다. 그러나 계속 도시를 그리던 천경기실에 충실했던 그녀는 도시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도시의 본질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생물학적인 접근으로 다가갔을 때 인간에게 무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부와 권력이다. 그로 인해 발현된 것이 도시의 거대 빌딩들이다. 도시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욕망을 자극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욕망에 갇히고 만다.

노반, 'The Original Color of City-TGIF' / 사진제공=노반
노반, 'The Original Color of City-TGIF' / 사진제공=노반
노반, 'The Dual Mind I' / 사진제공=노반
노반, 'The Dual Mind I' / 사진제공=노반
▲ 노반 작가노트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때문이었나.. 창 밖은 아직 캄캄하고 사위는 조용했다. 시계를 보니 3시가 되려면 대략 10여 분 남은 시간이다.

눈을 감아 본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밀려오는 뭔가 치밀어 오르는것 때문일까 잠이 쉽사리 오지 않는다. 몇 번을 뒤척이다 벌떡 일어났다.

하얗게 텅 빈 공간을 바라본다. 붓을 들고 기분 가는 대로 움직여 보았다. 갇혀있다.

나는 로벤섬에 갇혀있다.

'나의 로벤섬' 시리즈.

로벤섬은 만델라가 18년 동안 갖은 고초를 당하면서 지내던 감옥이다. 성질 급하고 분노와 적대감으로 가득 찼던 청년 만델라는 이 감옥에서 온갖 수모와 굴욕을 겪으면서도 의연한 자세로 갖은 고난을 다 견뎌내고 결국 영웅으로 승화됐다.

인간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로벤섬이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탈출하려면 나 자신을 노예로 만드는 쇠고랑으로부터, 평범함의 족쇄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야 한다. 나의 쇠고랑, 족쇄는 곧 지퍼다. 내 그림에 등장하는 지퍼는 각자의 쇠고랑이요, 자신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천한 마음이다. 지퍼를 열고 당당하게 로벤섬으로부터 탈출하자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작업에 임했다. 인간은 본디 영웅의 근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로벤섬에 스스로 가둬둠으로 자신이 영웅임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로벤섬으로부터 탈출해서 영웅으로 승화하자라는 의미로 꽃을 그려넣었다.

노반작가의 작품에선 소리가 들린다. 그림 속에서 도시의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전시는 역삼동 BT Gallery에서 6월 7일부터 6월 30일까지 열린다.

노반 작가의 작업실
노반 작가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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