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사무실 이전 과정서 분실했다더니 의원실에 제출... 재판부·시민 속였다"
SH "해당 자료 사업부서별로 산재돼 있어 찾는데 오래 걸려... 고의 미제출 절대 아냐"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사진제공=SH]
[더파워=이지웅 기자]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곤경에 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에 김세용(56)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유력한 가운데 SH공사가 분양원가 자료를 은폐하고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김 사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취임 이후 SH공사는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분양가도 이전 61개 항목을 12개로 축소해서 공개했다"며 "원가 자료를 고의로 은폐하고 거짓 진술로 재판부와 시민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경실련은 2019년 4월 SH공사에 마곡 15단지 등 12개 단지 분양원가 세부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SH공사 측은 비공개 처분했다. 이에 경실련은 같은해 7월 서울행정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경실련은 법원으로부터 원가공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SH공사에 일부 자료를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재판부는 마곡 15단지 설계내역 등에 대해서는 자료가 없다는 SH공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세부 자료는 법률에 근거해 반드시 공사가 완료된 이후 50년 이상 보존돼야 할 중요 문서"라며 SH공사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항소했다. SH공사 측도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들며 공개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장을 냈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SH공사는 지난해 12월 22일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마곡 15단지 설계내역서를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서증을 제출했다.
하지만 두 달도 안된 올해 2월 15일 SH공사 측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마곡지구 15단지 설계내역서를 포함한 원가 자료를 제출하면서 고의로 숨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실련은 "허위 문서를 제출하고 서울시민을 속인 SH공사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책임을 묻겠다"며 "서울시장 후보자들은 SH공사에 대한 근본적 개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SH공사의 책임자인 김 사장에 대해 "김세용 사장이 속은 건지 아니면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파트 원가 공개에도 아무런 의지가 없다는 것은 확인된 셈"이라며 "기본적으로 공사가 보유해야 할 행정 정보에 대해 소홀히 관리한 책임도 있고, 전체적으로 본인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H공사는 이날 반박자료를 통해 "1심 재판부의 자료제출 요청에 대해 해당 자료가 각 사업부서별로 산재돼 있어 찾는 데 다소 시간이 지체됨에 따라 일부 자료를 기한 내 찾지 못해 부존재 처리됐다"며 "하지만 이후 2심 진행과정에서 부존재 자료를 추가로 찾아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심 집행 시 고의적으로 문서를 은폐 또는 미제출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실련 측의 자료 공개 요청을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원도급 내역서 및 설계내역서는 업체의 영업비밀이라 공개가 불가능하다 판단했다"며 "하도급거래내역은 SH공사가 생성한 문서가 아닌 원수급인과 하도급 업체 간 사적인 서류이며, 하도급 내역서의 경우 공사와 직접계약 서류가 아니므로 공사에서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SH공사는 "이번 사안은 소송이 진행 중인 건이며, 공사는 최종 소송결과에 따라 해당 정보에 대한 공개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건인데 소송당사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사장이 LH 새 수장으로 가장 유력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주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내·외부 위원 9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는 신임 사장 후보자 3명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 김 사장이 최종 후보로 제청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LH 사장은 국토부 장관이 최종 1명을 제청하면 청와대가 재가해 임명된다.
LH 사장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4일 퇴임하면서 3개월째 빈 자리다.
김 사장이 LH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다면, 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SH공사 출신이 LH를 이끌게 된다. 둘 다 학자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김 사장은 고려대 건축공학과 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미국 컬럼비아대 석사, 고려대 건축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김 사장은 2018년부터 3년간 SH공사 사장을 지내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임기가 종료돼 직무대행 체제로 SH공사를 이끌고 있다.
과거 서울시 도시계획정책자문단에서 일할 당시 변 장관과 함께 활동한 바 있다. SH공사 사장에 임명된 이후 당시 LH 사장이던 변 장관과 함께 수서역세권 개발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