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이지숙 기자] '안 듣는 데서는 임금님 욕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에 대한 불만을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있다.
A씨의 경우도 그랬다. 그런데 이 일 때문에 고소를 당했다. 바로 자신의 '사장'에게.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A씨는 동료와 카톡으로 회사 사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는데, 우연히 이 대화를 본 사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A씨와 동료 둘 다 고소한 것.
실제로 수위 높은 험담과 욕설도 포함돼있던 터라 A씨는 걱정이 컸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A씨와 동료는 처벌받지 않았다.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A씨 등의 의뢰를 받아 사건을 수행한 권재성 변호사는 "사건을 검토한 결과,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를 적극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명예훼손과 모욕죄의 성립요건에는 공통적으로 '공연성'이 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알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이 대화는 A씨와 동료만 참여한 일대일 대화창에서 이뤄졌다. 권재성 변호사는 "대화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졌다는 증거도 없었고, A씨와 동료의 친분관계에 비춰봤을 때 둘 중 한 명이 대화 내용을 사장에게 따로 전달할 가능성도 적었다"고 했다.
권재성 변호사는 이 외에도 사장이 A씨와 그 동료의 대화를 몰래 복사한 점도 문제 삼았다. 형사소송법상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따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권 변호사는 "사장은 타인의 사적인 대화를 동의 없이 복사했고 이를 명예훼손 등의 증거로 제시했다"며 "이는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 자체로 사용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대화가 형법상 모욕죄로 인정될 만한 표현도 아니었다는 판단도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조금 과격한 불만의 표현이었을 뿐이고, A씨나 동료가 사장을 비방하려는 목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