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최수영 기자] 길을 가다 보면, 가끔씩 건물 외벽에 ‘유치권 행사중’이라 쓰여 있는 팻말이나 현수막을 볼 수 있다.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를 갖는데, 이를 ‘유치권’이라 한다.
만약, 건설사가 건물공사를 완공하였으나,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이거나, 인테리어 시공업체가 건물 내부 인테리어공사를 모두 완료하였지만 역시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는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전부 받을 때까지 해당 건물에 대한 유치권 행사가 가능하다.
그런데, 자칫 유치권행사를 이유로 막무가내로 건물을 점유해 버리면 다른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야기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유치권행사에는 ‘적법한 점유’ 등 일정한 요건을 두고 있고, 정당한 유치권을 가지고 있어야 채무자의 건물이 경매에 넘겨졌을 때에도 배당을 요구하거나, 새로운 소유자 즉, 낙찰자에게도 유치권행사를 할 수 있기에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미리 알아두고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단순한 법적 요건뿐만 아니라 관련 판례도 살필 필요가 있는데, 최근 유치권이 소멸되었지만 점유를 계속해 오던 중, 다시 유치권 성립요건이 충족되어 경매 낙찰자에게 유치권을 행사하여 유치권부존재확인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2021다253710)이 선고되었다.
해당 사건의 유치권자는 인테리어 공사업체로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경매개시결정이 있기 전에 유치권 행사 및 점유 사실에 대한 안내문을 붙이고 시정장치를 한 다음 유치권행사를 하였지만, 공사대금채권의 변제기를 유예해주면서 유치권이 소멸되었다. 하지만, 인테리어 공사업체는 점유를 계속해 왔고, 결국 해당 부동산은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변제기가 도래하여 다시 유치권의 성립 요건을 충족하게 되어 해당 유치권자의 유치권을 인정해 줘야 되는지가 문제가 된 사건이다.
유치권 행사 중 변제기일을 연장해 줌으로써 정당한 유치권이 소멸된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대법원은 경매개시결정 이후 변제기가 재차 도래함으로써 다시 취득한 유치권의 행사를 허용하더라도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주지 않고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아 유치권의 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 유치권으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 유치권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당 사건의 발단은 정당한 유치권을 행사하는 와중에 변제기일을 연장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소규모 시공업체의 경우에는 인맥으로 일을 따오는 경우가 많기에 마냥 원칙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은행의 PF 대출이 막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가 많은 때에는 더욱이 원칙만을 고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공사대금미지급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시공사는 부동산전문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사안을 꼼꼼히 살핀 뒤에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는데, 만약 유치권부존재확인소송이 불거진 경우에는 당사자의 사안에 알맞은 법리해석과 판례분석을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