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2025.07.05 (토)

더파워

[정세현 칼럼] 당신의 비즈니스 스토리를 디자인하라

메뉴

이슈포커스

[정세현 칼럼] 당신의 비즈니스 스토리를 디자인하라

조기성 기자

기사입력 : 2023-02-20 11:42

[정세현 칼럼] 당신의 비즈니스 스토리를 디자인하라
브레이브걸스와 EXID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K-POP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두 팀 모두 음원 인기차트를 역주행하며 가요계를 정복한 여자 아이돌 그룹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사이에는 교집합의 성공 공식이 목격된다. 유튜브가 대세가 된 미디어 환경, 군부대 행사라는 특수한 무대, 당대 최고 작곡가의 조력, 든든하게 지원받는 메이저 기획사 소속의 경쟁자들,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 데뷔 무대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근성의 주인공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눈물 젖은 빵’으로 대표되는 성장 서사를 그리며 성공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면 누군가의 정교한 기획이든, 아니면 우연이든 일단 스토리 디자인이 짜임새가 있다. 기본적인 스토리 구성 요소들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있어 우리의 머리 혹은 가슴에 강렬함을 남긴다.

반면 ‘2030 아시아 TOP 20 진입이나 전사차원의 통합시너지 가치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혁신案 제고와 같은 기업의 전략 발표는 어떤가?뜬구름 잡는 소리다, 뻔하디 뻔한 말이다 이런 생각을 많이들 하게 된다. 일반인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박제된 전략인 것이다. 이런 경우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략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스토리이다. 스토리는 정지 화면을 동영상으로, 시간이 멈춘 정태적인 설명을 시간의 흐름인 동태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전략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스토리이다. 그리고 탁월한 기업가들을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스토리로 전달할 줄 알고 있었다. 가령 500원 지폐의 거북선 그림으로 멋진 영업 피칭(pitching)을 성공시킨 고 정주영 회장처럼 말이다.

예리한 이성과 차가운 숫자만으로 승부가 결정될 듯한 경제경영 분야에도 최근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적들이 출간돼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전공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이 쓴 책이라 그런지 그것이 가지는 무게가 더해진다.

먼저 기업 가치 평가의 대가라는 뉴욕 스턴대학원 재무 교수인 애스워드 다모다란은 《내러티브&넘버스》라는 책에서 스토리와 숫자 어느 쪽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스토리텔러’와 ‘넘버크런처’라는 재미있는 용어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양쪽이 모두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숫자로만 기업 가치를 평가해왔고, 이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숫자로만 평가해 온 기업의 가치는 반쪽짜리에 불과하고 이에 기반한 투자 의사결정 또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우버 등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스토리에 숫자를 입혀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행동경제학의 대표격인 예일대학교 교수 로버트 쉴러의 《내러티브 경제학》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스토리의 힘과 그러한 스토리가 어떻게 거대한 경제 사건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해당 서적의 골자는 사람들이 요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대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그것들이 어떻게 경제적 사건을 만들어내는지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비트코인이 사람들을 열광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고루한 관료주의자들의 반대편에 있는 멋지고 근사해 보이는 대도시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골드바나 부동산 투자보다 힙하고 팬시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1930년 세계 경제 대공황이나 2005년 미국 부동산 버블사건, 그리고 2007년 세계 금융 위기에 있어서 데이터가 아닌 이야기가 전조를 보여줬다는 사실을 찾아내 책에 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에서 핵심 부서는 ‘미래전략실’ 또는 ‘전략기획실’이라 불리는 곳들이었다. 여기서 기업의 성장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 이들 사이에서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HBR)〉의 최신 경영전략 이론과 각종 데이터가 주된 대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이 말하는 싶어하는 이야기, 스토리에 보다 더 주목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업 내에서 일하는 직원들뿐 아니라, 외부에서 해당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이 보여주는 ‘숫자’에서 갖추고 있는 ‘스토리’로 관심이 점차 옮겨가고 있다. 숫자는 과거를 보여주고 스토리는 미래를 말다. 해당 기업이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만들어 가고 있는지가 고객,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마음을 사는 중요 요소가 된 것이다. ​매력적인 기업의 스토리는 사실 나열식 서사로 만들어지지 않다. 숫자 이면에 보이는 패러다임 변화와 이를 관통하는 사업 아이템, 인력들의 창의성 등이 맞물리면서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재탄생다. 어찌 보면 허황된 이야기꾼과 혁신가 사이를 줄타기하는 듯 보이지만, 이 고개를 넘으면 막대한 투자금과 고객들의 호응으로 꿈이 현실이 되는 일이 실제로 이루어진다.

수 많은 종류의 스토리 중에서도 부가가치를 만드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스토리를 파이낸셜 스토리라 부른다. 앞으로 매달 연재될 지면을 통해서 이러한 파이낸셜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나 소설의 픽션 플롯과 비즈니스 플롯이 얼마나 유사한지 다양한 성공 또는 실패 스토리를 통해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정세현, 스토리 디자이너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으로 대한민국 오피니언리더들이 먼저 찾는 20년 경력의 경영 컨설턴트이다. 삼일PwC, IBM 등을 거쳐 현재 컨설팅 자문사 티볼리컴퍼니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에서 경영학을 공부다.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에서 강연과 워크숍을 통해 임직원들의 전략적 사고 함양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에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영 우화 《사파리》, 사내정치를 다룬 《당신은 정치력이 있습니까》, 음모론 소설 《더 픽서》(전2권) 등을 집필다.


<저작권자 © 더파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3,054.28 ▼61.99
코스닥 775.80 ▼17.53
코스피200 412.74 ▼8.20
암호화폐시황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47,930,000 ▲187,000
비트코인캐시 662,500 ▼1,000
이더리움 3,446,000 ▲2,000
이더리움클래식 22,370 ▲10
리플 3,044 ▲4
퀀텀 2,677 ▲12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48,096,000 ▲228,000
이더리움 3,445,000 ▼1,000
이더리움클래식 22,410 ▲20
메탈 919 ▲3
리스크 519 ▲4
리플 3,047 ▲6
에이다 791 ▲7
스팀 176 ▲1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48,100,000 ▲250,000
비트코인캐시 662,000 ▼2,000
이더리움 3,446,000 ▲2,000
이더리움클래식 22,420 ▲10
리플 3,046 ▲4
퀀텀 2,670 0
이오타 21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