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군함 시장에서의 차별금지를 전제로 조건부 승인했다.
한화가 대우조선의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HJ(한진)중공업 등에 군함 부품을 공급할 때 가격이나 기술 정보를 차별 제공해선 안 된다는 게 골자다.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한화시스템 등 5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한화는 이날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의 제약에도 경영 실적이 악화한 대우조선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한화에 경쟁사업자 간 입찰시 △함정 부품 견적 가격을 차별하는 행위 △기술정보 제공을 차별하는 행위 △경쟁사업자의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같은 조치는 함정 건조업체가 직접 부품을 구매하는 도급시장에 적용된다.
한화는 3년간 위 시정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또 공정위에 반기마다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공정위는 3년이 지나면 시장 경쟁 환경·관련 법제도 등의 변화를 점검해 시정조치의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화는 공정위가 제시한 함정 부품 일부에 대한 가격과 정보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 내용을 준수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형 록히드마틴이라는 한화의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기존 우주, 지상 방산에 더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한 후 14년 만의 결실이다. 당시 한화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 조달 문제 등이 겹치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
한화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한화는 3000톤급 잠수함 및 전투함 등 대우조선해양의 해양 방산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공군과 육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해군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 방산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그룹의 핵심 역량과 대우조선이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설계·생산 능력을 결합해 대우조선의 조기 경영정상화는 물론 지속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HSD엔진 인수 작업에도 속도를 내며 조선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HSD엔진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거쳐 3분기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HSD엔진 인수 작업까지 완료하면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한화의 사업구조 재편도 사실상 마무리된다.
앞서 한화는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3개 회사에 분산됐던 그룹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키워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화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 진출도 기대된다.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에너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일자리 창출, K-방산 수출 확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