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2025.08.25 (월)

문화

[화제의 신간] 죽거나 죽이거나-나의 세렝게티

최민영 기자

기사입력 : 2023-06-28 14:32

치열하게 살아가되 승자도 패자도 없는, 불꽃 튀는 삶의 현장 세렝게티로 초대

[화제의 신간] 죽거나 죽이거나-나의 세렝게티
[더파워 최민영 기자] 오래전, 어머니는 평원에 빼곡한 사냥감들을 가리키며 우리 종족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저들은 우리보다 한 걸음만 빨리 달리면 살 수 있다. 우리는 저들보다 한 걸음이 더 빨라야 목숨을 이어갈 수 있지. 이 한 걸음을 위해서 저들은 저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쓰는 거다” - 본문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마사이마라 평원, 마라강, 킬리만자로 등을 배경으로 천적 관계인 사자(육식동물)와 누(초식동물)의 ‘본능과 생존, 삶과 죽음, 권력과 정치, 우정과 갈등, 애정과 이별’을 그려낸 기발한 소재의 소설이 출간되어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인간 중심의 흔하고 상투적인 서사 구조에 식상한 독자라면 야생의 약육강식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동물의 세계를 다룬 것이 아니다. 천적 관계인 사자와 누를 의인화함으로써 그들에게 닥친 운명과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존재 방식을 아프리카의 세렝게티를 소설 공간으로 설정하여 이국적인 배경과 함께 독자의 상상력이 최대한 확장되도록 구성했다.

전체적으로는 천적 관계에 속한 각 주인공의 영웅적 서사가 큰 뼈대이지만 여기에 자연과 운명, 삶과 죽음, 존재의 문제 등 무거운 주제가 세렝게티의 장대한 풍광 묘사와 잘 어우러져 있다.

각 장마다 사자와 누의 서사를 교차하고, 두 주인공이 조우하는 접점을 만들어서 극적인 긴장을 유지하는 치밀한 구성력에서는 저자의 문학적 내공에 감탄하게 된다. 무한의 생존투쟁 현장이 치밀하고 팽팽하게 묘사된 문장력은 독자를 단숨에 대자연 아프리카 초원 한복판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저자 허철웅이 세렝게티의 이국적인 배경과 동물 다큐 중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천적 관계인 사자와 누를 주인공으로 장편을 써보겠다고 처음 달려든 게 1996년. 신춘문예에 당선되자마자 작정하고 매달렸음에도 27년 동안 헉헉대다가 5번을 뜯어고치는 산고 끝에 소설 '죽거나 죽이거나 – 나의 세렝게티'로 돌아온 그의 일성은 “독자들이 보여줄 시선이 두렵고 낯설지만 코끝에 전해지는 공기는 참 상쾌하다.”였다. 많은 뉘앙스가 묻어 있는 이 말은 그의 특이한 이력을 보면 이해가 된다.

등단하고 소설가로서의 삶을 꿈꾸던 그는 팔자에도 없는 정치 스캔들에 휘말려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약육강식의 끝판왕인 여의도에 터전을 잡아야 했다. 이후 정치선거 기획사, 독립 프리랜서로 30여 차례의 각종 선거 현장을 누비며 서식했다. 정치인들끼리 다투다 불쑥, “소설 쓰고 있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질 때, 글 대신 정치판에서 밥을 먹고 살고 있는 그로서는 “지들이 소설을 알간?” 하고 속을 삭여야만 했다. 그런 그에게 여의도는 삶과 죽음, 권력과 정치, 우정과 갈등, 애정과 이별 등이 펼쳐지는 리얼한 세렝게티였다.

드넓은 평원에서 풀을 뜯는 초식동물의 세계는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 잡아먹히는 희생이 뒤따라야 살 수 있는 그들의 생존은 그래서 상식 밖의 정치가 작동한다. 다른 목숨을 빼앗아야 살아갈 수 있는 육식동물의 세계는 힘에 의해 작동하는 비정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가혹하다. 이것이 자연이 만들어놓은 ‘죽거나 죽이거나’ 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운명의 사슬이라 할지라도 저자는 ‘생명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서로 존중하는 세상이 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이 소설에 녹여내고 싶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한마디로 ‘잡아먹는 자의 감사와 자비, 먹히는 자의 용서가 만날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저작권자 © 더파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3,203.10 ▲34.37
코스닥 797.71 ▲15.20
코스피200 432.96 ▲4.46
암호화폐시황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56,978,000 ▼623,000
비트코인캐시 808,000 ▼3,000
이더리움 6,572,000 ▼25,000
이더리움클래식 31,900 ▼270
리플 4,204 ▼18
퀀텀 4,566 ▼82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56,950,000 ▼688,000
이더리움 6,569,000 ▼32,000
이더리움클래식 31,860 ▼230
메탈 1,053 ▲11
리스크 553 ▲4
리플 4,201 ▼18
에이다 1,280 ▲1
스팀 193 ▲5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56,950,000 ▼620,000
비트코인캐시 809,000 ▼5,000
이더리움 6,570,000 ▼30,000
이더리움클래식 31,810 ▼330
리플 4,201 ▼20
퀀텀 4,553 ▼75
이오타 28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