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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등장과 갈라파고스 적 게임규제

민진 기자

기사입력 : 2023-12-08 14:27

성균관대이승민교수
성균관대이승민교수
[더파워 민진 기자] 10여 년 전 가상현실이 우리 사회에 키워드로 등장한 이래, 그리고 몇 년 전 메타버스가 등장한 이래, 게임 규제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즉 실감 콘텐츠에 대해 게임 규제를 적용할 것인지의 논의는 이제 메타버스에 대해 게임 규제를 적용할 것인지, 메타버스와 게임을 구별한다면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실제로 메타버스인지 게임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문제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대체 메타버스와 게임을 왜 구별해야 하는 것인 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게임산업법이 해외 주요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유니크한 갈라파고스적인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가 없었다면, 우리의 게임 규제 수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것이었다면 게임인지 메타버스인지는 애초부터 구별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이 옳은 방향이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게임과 메타버스를 굳이 구별하지 않는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게임 규제가 없기 때문에 구별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게임과 메타버스를 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산업과 기술 발전 측면에서는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은 우리의 낡은 게임 규제를 현대화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러한 근본적인 논의는 도외시한 채, 메타버스가 게임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도피처가 아니냐는 의심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게임산업법은 2000년대 중반 ‘바다이야기’ 사태의 유물일 뿐이다. 현행 게임산업법에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물을 전제로 한 수많은 규제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모바일/PC 게임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려다 보니 신산업/신기술 발전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게임 규제를 대대적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와 게임을 구별하자는 논의는 게임 규제의 근본적 개선이 요원한 현실에서 ‘목적론적 축소해석’이라는 법 해석 방법론을 활용하여 메타버스에 숨통을 틔워주자는 논의일 뿐이다. 메타버스가 모두 게임으로 취급되어 게임 규제에 질식하여 고사하기 전에 말이다.

우리의 게임 규제가 뭐 그리 특별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규제가 너무 익숙한 나라에서 태어나 살다 보니 우리의 정서가 대체로 그렇기도 하다. 그런데 해외에 나가 보면 우리의 게임 규제는 정말 특이하고 지나치다. 공산권 국가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모든 게임물에 대해서는 등급분류, 즉 이용 가능 연령을 부여받아 표시하는 제도가 적용된다. 등급분류 자체는 글로벌한 제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공공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부여한다는 것이고, 등급분류를 받지 않거나 관련 규정에 위반하면 영업정지/취소와 같은 행정제재는 물론 사업자와 그 대표자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부과된다는 점이다.

본래 등급분류는 아동/청소년의 부모나 후견자에게 양육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등급분류를 제대로 안 할 경우, 그에 대한 비판과 대응은 시민사회의 몫이다. 그런데 허가와 검열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강제적 등급분류’라는 제도로 변형시켜 강력한 공권력 행사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에 관한 결정은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의 대상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플랫폼이고,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콘텐츠들은 대부분 이용자가 생성한다. 이 중에는 오락적 요소가 강한 것도 있고 약한 것도 있으며, 없는 것도 있다. 이용자들이 가상공간에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소셜 네트워킹을 하는 곳이 메타버스인데, 여기서 모여서 놀다 보면 오락적 요소가 빠지기 어렵다. 사실 많은 메타버스가 소셜형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XR 기술이 결합되면 그것이 메타버스가 된다. ‘호라이즌 월드’ 같은 것이 그러하다. ‘제페토’, ‘이프랜드’, ‘지니버스’ 등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 게임 규제를 적용하면 메타버스 운영자는 이용자들이 생성한 콘텐츠에 오락적 요소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강한지 일일이 살펴서 등급분류를 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메타버스 자체를 게임물로 등급분류 받아야 한다. 그런데 메타버스 운영자가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가 생성되는 이용자 생성 콘텐츠를 일일이 살펴야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대체 어느 정도면 게임물로 보아야 하는지도 너무나 불분명하다. 또한, 메타버스 내의 일부 콘텐츠가 게임물에 가까울 뿐인데, 그럼에도 메타버스 전체가 게임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불합리하다.

물론 ‘로블록스’처럼 메타버스이지만 그 자체로 등급분류를 받은 선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로블록스’에서는 이용자들이 게임물만 만든다는 차이가 있다. 애초에 제공하는 ‘이용자 도구’, 즉 user tool 자체가 게임물 생성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제페토’, ‘이프랜드’와 같은 경우에는 user tool이 커뮤니티 생성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오락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은 부수적 결과일 뿐이다.

게임 규제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게임산업법에는 청소년에 대한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것도 있다. 가입 단계에서 청소년 본인임을 인증하게 하고,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측정하며, 이를 부모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메타버스 내에는 오락성이 강한 것과 오락성이 없거나 약한 것이 혼재되어 있고,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타버스 운영자가 오락성이 강한 콘텐츠를 일일이 걸러낸 다음, 그러한 콘텐츠에 대해서만 이용시간 측정 시스템을 만들어 개별적으로 적용하고 부모에게 고지하도록 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 그러한 개별 시스템 구축에는 엄청난 비용과 리소스가 수반된다. 규제자의 생각과 달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 메타버스 전체에 대해 일반 게임물처럼 이용시간 측정 및 고지를 적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글로벌 서비스이다. ‘제페토’만 해도 90%가 넘는 이용자들이 해외 이용자들이고 다수가 청소년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이용시간이 측정되어 부모에게 전달된다면 ‘제페토’를 이용하겠는가? ‘로블록스’도 ‘마인크래프트’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데 굳이 그런 불쾌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제페토’를 이용하겠느냐는 말이다.

이런 규제는 글로벌화된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국내 메타버스만 축출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비즈니스는 규제자의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메타버스에 대한 게임 규제 적용 문제는 ‘유튜브’와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구글에게 ‘유튜브’ 내에 영리 목적 콘텐츠를 일일이 확인해서 이들에게 등급분류를 부여하고, 아울러 이용시간 측정 및 고지 의무를 적용하며, 이런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유튜브’의 국내 사용이 정지된다고 가정해 보라. 필시 구글의 반응은 ‘한국에서는 ‘유튜브’를 서비스하지 않겠다’일 것이고, 우리는 중국과 더불어 동아시아에서 ‘유튜브’를 못 보는 유이한 국가가 될 것이다.

플랫폼의 성격을 지닌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게임 규제를 함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 생태계를 보장해야 한다. 메타버스가 ‘로블록스’처럼 게임물 생성 전용이 아닌 이상, 비록 소수의 콘텐츠에 오락성이 있더라도 게임 규제의 예외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유튜브’에 선수를 빼앗긴 국내 OTT 서비스 시장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다만, 이는 현 시점에서 부득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단기 처방일 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게임 규제도 합리화해야 한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각종 사행성 콘텐츠, 주로 옆나라에서 들어오는 각종 음란 게임 등은 별도로 분리하여 이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되, 타겟 규제, 핀포인트 규제가 되도록 잘 설계해서 다른 건전한 게임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법은 있다.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글 성균관대 이승민 교수

現)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前)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강사
前)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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