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사립 교원 249명이 6년 동안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총 212억9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8일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감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해당 교원들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사교육 업체와 문항을 거래하며 1인당 평균 8500만원의 수입을 올린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항 거래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며, 전체 거래 규모(212억9000만원)의 93.4%인 198억8000만원이 해당 지역에서 발생했다. 특히 서울(160억5000만원·75.4%)에서는 대치동·목동 등 대형 사교육 업체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문항 거래가 활발했다.
과목별 거래 규모는 ▲과학(66억2000만원) ▲수학(57억1000만원) ▲사회(37억7000만원) ▲영어(31억원) ▲국어(20억8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조사 결과, 사교육 업체는 문항 제작팀이나 강사를 통해 EBS 교재 집필진 명단을 입수하거나, 인맥·학연을 활용해 출제 능력이 있는 교원을 접촉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문항 거래는 업체와 교원이 일대일 거래를 넘어 조직적인 형태로 확산됐으며, 일부 교원은 사교육 업체에서 구성한 문항 제작팀의 ‘팀장’ 역할을 하거나, 직접 교원을 섭외해 문항 공급 조직을 운영하기도 했다.
심지어 교원이 알선비 명목으로 수억 원을 추가로 받거나, 배우자가 설립한 문항 공급 업체에 문제를 판매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출간 전 EBS 교재 파일을 유출하거나, 판매한 문항을 학교 시험에 출제하고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교원들의 문항 거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4조 및 청탁금지법 제8조 위반”이라며 공립 교원 8명과 사립 교원 21명 등 총 29명에 대해 징계 요구 및 비위 통보했다.
또한, 나머지 220명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에서 발생한 ‘문항 판박이 논란’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도 발표했다.
국립대 교수 A씨는 2022년 감수했던 EBS 교재 문항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로 출제했다. 이 문항은 평소 학원 강사가 교원으로부터 문항을 사들여 만든 사설 모의고사에 등장했던 문제로, '사교육 카르텔'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문제 검증을 담당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역시 2021·2022학년도에는 해당 강사의 모의고사를 구매했지만, 2023학년도에 갑자기 구매를 중단하며 검증이 누락되는 오류를 범했다.
또한, 수능 이후 이의 신청이 126건 접수됐음에도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 심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A 교수에게 ‘주의’를, 평가원 담당자 3명에 대해서는 해임·정직·경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킬러 문항’ 출제를 방치해 ‘불수능’을 초래한 평가원에 대해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수능 시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적정 난이도의 문제와 풀이 시간이 소요되는 문항을 출제해야 하지만, 평가원이 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