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5개 시·군을 초토화하고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대형 산불과 관련해 경찰이 실화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을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30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5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A씨의 아내와 딸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발생 직후 A씨의 딸은 119에 “불이 나서 증조부의 산소가 다 타고 있다. 저희 아빠랑 왔다”고 신고했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는 “봉분에 있는 나무를 꺾다가 되지 않아 라이터로 태우려다 바람에 불씨가 날려 산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며 149시간 35분 동안 타올랐다. 이로 인해 고운사 등 국가 보물을 비롯한 문화재, 주택·공장 등 4천여 채가 전소됐고, 축구장 6만3천여 개, 여의도 면적 156배에 달하는 4만5천157㏊의 산림이 불탔다.
사망자는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됐던 헬기 조종사와 산불감시원, 주민 등 26명이 숨졌다.
이번 화재는 당초 의성군 특별사법경찰이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인명 피해와 문화재 훼손 등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서 경찰이 수사 전면에 나섰다. 경찰은 산림보호법 외에도 형법과 문화재보호법 위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지난 29일 화재 발화지로 추정되는 야산에 대한 현장 보존 조치를 마쳤으며, 국립과학산림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과 협력해 내주 중 합동 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 감식을 통해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이후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와 관련해 실화자로 추정된 인물을 입건하고 기초 사실 조사를 마쳤다”며 “합동 감식을 통해 명확한 원인을 파악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