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자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산업화 공로 또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념보다 실용’을 강조했다. 보수정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불리는 TK 지역에서 이 후보는 지역 발전 정체의 원인을 ‘일당 독식’ 구조에서 찾으며, 자신에게도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고문과 사법살인, 장기집권을 일삼은 나쁜 사람이었다”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속도로와 전력망을 깔아 산업화를 이끈 공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데타 없이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하고, 인권 탄압 없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더라면 모두가 칭송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역주의와 진영논리에 매몰된 기존 정치 구조를 비판하며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 필요한 건 쓰고, 아닌 건 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좌든 우든, 파랑이든 빨강이든 무슨 상관인가. 중요한 건 국민 삶과 대한민국의 운명”이라며 “유치한 편 가르기와 보복 정치는 끝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TK 지역의 발전 정체를 지적하며 정치적 다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수도권은 여야가 경쟁하면서 의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뛰지만, TK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라 지역 발전이 정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에게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다’고 해야 그들이 권력과 예산을 유권자에게 쓰게 된다”며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해달라. 이재명도 일 시켜보시라”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는 “어릴 적 본 대구·구미는 대단한 도시였는데 지금은 변한 게 없다”며 “인구도 줄고 도시가 사라질까 걱정된다”고 현장의 변화를 강조했다.
유세 현장에는 민주당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도 함께했다. 권 전 의원은 “박정희 생가에서 ‘이번엔 이재명’이라고 대통령 각하가 말씀하셨다”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TK 일정을 소화한 뒤 대구, 포항, 울산 등지에서 산업 전략과 공급망 재편 방안을 주제로 현장 유세를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 색인 파란색과 보수정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혼합된 '통합 운동화'를 착용해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