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제어, 자동 실행 등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가전제품이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아직 사용률은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소비자의 기대감과 수용 의지는 그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특히 AI 가전을 직접 사용해본 이들은 가격 부담과 개인정보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기능이 없는 일반 제품보다 이를 택하겠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AI 가전의 보급 속도는 사용 경험과 맞물려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오픈서베이가 최근 20~59세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가전 태도 및 행태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는 “같은 가격이라면 AI 기능이 탑재된 가전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또 “조금 더 비싸더라도 AI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출처=오픈서베이
하지만 현재 실제 AI 가전의 보급률은 주방·생활가전을 통틀어 10% 내외에 머문다. AI 가전에 대한 높은 관심과는 대조되는 수치다. 응답자들이 꼽은 가장 큰 진입장벽은 ‘비싼 가격’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였다. 복잡한 사용 방식에 대한 거부감도 주로 40~50대 여성층에서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가전이 일상에서 줄 수 있는 편리함과 시간 절약 효과에 대한 기대는 높다. 특히 ▲제품 상태 자동 진단 ▲사용자 맞춤 자동 실행 ▲모바일 원격 조작 등 사용자가 손대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 기능’에 대한 니즈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두텁다. 성별과 연령대별로는 여성이 AI 가전에 대한 기능적 기대가 높고, 20대는 사용 패턴 학습 기반 자동화에, 40~50대 여성은 에너지 절약 기능에 더 관심을 보였다.
LG디오스AI오브제컬렉션스템(STEM)얼음정수냉장고
AI 가전의 인식과 기대에 대한 구체적 분석도 흥미롭다.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AI 가전을 “자동으로, 스스로 상황을 인식해 작동하는 기기”로 인식했다. 로봇청소기와 냉장고 등 구체적인 제품군을 AI 가전의 대표 사례로 언급하는 비율도 높았다. 특히 여성 응답자는 일정에 맞춰 작동하거나 음성·모바일로 조작 가능한 기능을 더욱 AI답다고 평가했다.
AI 가전의 수행 가능 영역에 대해서는, 사용 경험 여부에 따라 차이가 뚜렷하게 갈렸다. AI 가전 사용자들은 평균 3.39개 영역에서 AI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다고 응답한 반면, 비사용자는 평균 2.97개에 그쳤다. 특히 반복적인 집안일이나 작동 모드 선택 등은 AI에 맡겨도 된다는 인식이 여성층을 중심으로 강했다.
현재 사용률이 가장 높은 AI 가전은 생활가전이다. 주방가전보다 활용 빈도가 높고, 사용 기능도 다양하다. 세탁기, TV, 에어컨, 청소기 순으로 AI 기능 사용률이 높은 가운데, 청소기의 경우 사용자의 90% 이상이 실제 AI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기밥솥과 TV도 기능 활용률이 86% 이상으로 나타났다.
생활가전과 주방가전 모두에서 ‘자동 감지 기능(세척량, 오염도, 식재료 등)’에 대한 효용성이 가장 높았으며, 주방가전은 자동 실행 기능, 생활가전은 원격 조작 기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실제 AI 기능 사용자의 80% 이상은 해당 기능을 꾸준히 사용 중이라고 답해, AI 가전이 단순히 ‘신기한 기술’이 아닌 실질적인 편익을 주는 도구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오픈서베이
AI 가전의 진화는 새로운 소비 모델인 ‘구독 서비스’로도 확장되고 있다. 현재 AI 가전 구독 서비스의 인지율은 전체의 30% 수준으로 높지 않지만, 향후 이용 의향은 70%를 웃돌아 향후 시장 성장성이 주목된다. 특히 현재 AI 가전을 사용하는 응답자들 중 상당수가 구독 서비스 이용 의향도 함께 나타내, ‘사용 경험 → 구독 수요’로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구독을 원하는 AI 가전 품목은 냉장고, 에어컨, 청소기 순으로 나타났고, 안마의자·의류관리기·공기청정기 등 고가 제품에 대한 구독 수요는 여성과 고소득층, 35평 이상 거주자 사이에서 높게 나타났다. AI 가전 구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가 강조되는 트렌드와 맞물려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